동문과 함께 여는 ‘경희의 미래, 인류의 미래’
대학 북미주 동문회, 미원평화상 제정 뜻 되새기며 경희 정신 공유 “현실의 어려움 딛고 더 나은 세상 함께 일궈가자” 염원 키워
경희대학교 북미주 연합 동문회가 지난 9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제22차 정기총회와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정기총회에는 대학 관계자를 비롯해 뉴욕, 워싱턴DC, 시애틀 등 북미주 전역에서 모인 동문회 회장단과 동문 140여 명이 참석했다.
북미주 동문회는 미원평화상(Miwon Peace Prize) 후원재단의 주축이다. 이 재단은 미원평화상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세계평화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미원평화상 제정을 회고하며 경희 정신을 되새겼다. 이를 통해 모교와 동문이 함께 걸어갈 새로운 여정을 집중 모색했다. 팬데믹으로 잠시 소원해졌던 동문 간 교류와 모교와의 유대가 다시금 활기를 되찾는 뜻깊은 자리이기도 했다.
경희국제재단 설립부터 미원평화상 제정 제안까지, 더 나은 미래 향한 여정
북미주 동문들은 2001년, 모교가 인류의 미래를 향한 문화세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경희국제재단(KHIF)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2022년 경희학원에 미원평화상 제정을 제안했다. 지구사회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문화세계의 창조’를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1921~2012)의 뜻을 기리고, 그 철학을 계승하기 위함이었다.
노상석 미원평화상 후원재단 이사장(경영학과 66학번, 전 경희국제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열린 경희학원 시무식·신년 교례회에서 경희국제재단이 미원평화상 제정을 제안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경희 캠퍼스에서 지도자 중의 지도자가 돼 문화세계 창조에 앞장서며, 인류를 위해 일하고 평화를 위해 싸우자는 가르침을 받았다. 경희학원 설립자께서는 이를 몸소 실천하시면서 제자들이 그 가르침을 실천하도록 이끄셨다. 특히 1981년 유엔 세계평화의 날 제정이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위업을 이루셨다. 한국이 유엔 회원국에 가입조차 하지 못했던 그 시절, 평화를 향한 염원과 의지로 불가능 속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만들어 내셨다. 그 정신이 경희학원을 통해 계승·발전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동문들은 미원평화상 제정과 후원의 뜻을 모았다.”
경희국제재단은 2021년 미원 탄신 100주년을 맞아 미원평화상 제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후원재단 창립총회를 열어 기금 모금에 나섰다. 2023년에는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경희학원은 동문들의 뜻을 존중해 지난해 미원평화상을 제정한 데 이어 제1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관련 기사 보기) 이 상을 통해 설립자의 공적을 기리면서 지속 가능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 지구적 협력을 촉진하고자 한다.
미원평화상은 더 나은 인간 실존의 조건, 문명과 평화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 온 인사 또는 단체를 선정해 2년마다 수여한다. 최종 수상자는 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추천, 선정위원회의 검증 및 심의, 경희학원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확정한다. 격년으로 열리는 미원평화상 제2회 시상식은 내년 세계평화의 날(9월 21일) 45주년 기념 주간에 거행될 예정이다.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이번 정기총회에 서면으로 북미주 동문과 미원평화상 후원재단, 경희국제재단 이사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 이사장은 “바쁜 시간 속에서도 늘 모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경희는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 출범했다. 모든 것이 파괴됐던 그 시절. 경희는 “문화세계의 창조”를 꿈꿨다. ‘의지는 역경을 뚫고 협동은 기적을 낳는다’는 경구와 함께 조국과 인류, 경희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도전과 창조의 길을 열어왔다. 짐작건대, 낯선 이국에서 새 삶을 일구신 여러분의 힘겨운 노고 속에도 그 정신이 살아 숨 쉬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이어 “이 자리에 참석하신 자랑스러운 경희인 여러분의 뜻과 성원이 미원평화상 제정에 주춧돌이 됐다. 다시 한번 경희학원의 마음을 모아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경희 정신 깃든 사자와 목련 기념 조각상 전달
경희학원은 이번 행사에 앞서 경희 정신이 깃든 사자와 목련을 형상화한 기념 조각상을 제작했다. 경희 태동의 얼과 정신을 상징하는 이 조각상은 정기총회에 앞서 열린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남가주 동문팀에 수여됐다. 시상은 조인원 이사장을 대신해 김원수 경희학원 미원평화학술원 상임고문 겸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장이 진행했다.
기념 조각상은 경희의 상징 ‘웃는 사자’와 교화 ‘목련’을 품고 있다. 웃는 사자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강인한 자태와 생명력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한다. 강인함은 관용과 포용의 미덕이 함께할 때 그 참된 의미를 발한다.’ 이 정신은 경희의 태동과 궤를 같이한다. 경희학원은 세계대전의 비극적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발발한 한국전쟁 중에 태동했다. 나라와 겨레의 생존과 자존이 절실하던 시절. 경희는 비운의 역사적 현실을 헤쳐갈 강인한 생명력과 삶의 의지를 중시했다. 이 무렵 만들어진 웃는 사자상은 시련의 세월 속에서도 관용하고 포용하는 성정(性情)을 잊지 말 것을 상기했다.
경희의 설립 정신 ‘문화세계의 창조’는 그렇게 태어났다. 이념과 국경을 초월해, 인간의 인간적인 문화세계를 견인하는 대자연의 이치와 인간 의식(의지) 작용을 공적 실천에 담아낼 것을 강조했다. 이른바 ‘주리(主理)’와 ‘주의(主意) 생성론’에 깃든 경희의 사상적·실천적 기초다. 경희는 주리와 주의 생성이 작동하는 작용과 기능의 원리를 전승화(全乘和) 철학으로 정립해 초석을 다졌다.
목련은 ‘시대와 세월의 고초를 헤쳐가는 생명력을 찬미한다. 선구적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과 심성을 가꿔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뜻은 1974년 탄생한 가곡 ‘목련화’에 잘 드러난다. 당시 경희학원은 탄생기의 어려움을 딛고 유아, 초·중등, 고등교육 및 의료기관을 갖춘 종합학원 체제를 출범해 안정기,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의 경희는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정신세계의 미학(美學)을 찬미했다.
경희학원 설립자가 노랫말을 쓴 목련화는 “오~ 내 사랑 목련화”로 시작해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함께 피고 함께 지니 인생의 귀감”이라는 가사가 뒤따른다. 아름다운 세상을 선구하는 마음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딛고 더 나은 세상을 함께 일궈가자는 염원이 담겨 있다.
사자와 목련 기념 조각상은 법인과 학원 내 전문가들이 3년여의 기획 끝에 완성했다. 올해 5월부터 4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첫선을 보였다. 조각상은 청동으로 제작됐고, 경희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경희대학교 조소과 노진아 학과장이 기획을, 조각가 최수앙이 제작을 맡아 두 사람의 예술적 해석을 입혔다. 조각상은 2년마다 열리는 골프대회의 우승팀 명을 새겨 전승된다. 노상석 이사장은 이번 정기총회에서 “경희 정신을 상징하는 이 귀중한 조각상을 보관하는 영예를 누리게 돼 영광이다”라며, 미원평화상 기금으로 10만 달러(한화 약 1억 4,300만 원)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동문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미원평화상 통해 더 나은 미래 향한 글로벌·공공 협력 한층 강화
정기총회에서 김원수 상임고문은 제1회 미원평화상 시상 결과와 제2회 미원평화상 추진 계획을 공유했다. 제1회 미원평화상 수상의 영예는 평화와 인권 증진을 위해 헌신해 온 세계적 원로 지도자 그룹 ‘디 엘더스(The Elders)’에 돌아갔다. 디 엘더스는 2007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설립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전직 국가 원수, 정부 수반, 유엔 사무총장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와 경희학원 이사회는 디 엘더스가 보여준 인간애와 포용, 관용의 미덕, 인간적 가치와 세계 정의 구현을 향한 불굴의 의지가 경희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판단해 제1회 미원평화상 수상 기관으로 선정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29일(금) 열린 제1회 미원평화상 시상식 기념사에서 “디 엘더스는 인권과 취약 계층, 기후 변화와 공공보건, 폭력적 갈등과 핵 확산, 파괴적 과학기술의 위협 등 이 시대 지구사회 난제를 헤쳐가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계와 연결, 상호 존중을 중시하는 인간 내면의 성찰, 시련과 좌절의 순간에도 용기를 잃지 않는 불굴의 실천 의지가 디 엘더스의 숭고한 노력에 살아 숨 쉰다. 디 엘더스의 숭고한 헌신에 깊은 사의를 전한다. 미래 세대의 희망을 위해 더 넓은 지혜, 더 큰 용기, 더 나은 인간의 문화세계를 함께 열어갔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수락사를 전한 반기문 디 엘더스 공동 부의장(제8대 유엔 사무총장)은 “디 엘더스의 비전과 사명이 미원의 철학과 깊이 연결돼 있기에 한국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미원은 이념과 체제를 넘어서는 세계를 꿈꿨다. 인간 존엄성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새 지평을 모색했다. 넬슨 만델라는 인류 보편 가치를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했다. 그가 보여준 연대 의식과 인류애는 국가의 경계를 초월한 것이었다. 미원평화상을 계기로 양 기관의 설립 정신과 설립자들의 메시지가 전 세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리 로빈슨 전 디 엘더스 의장(제7대 아일랜드 대통령)은 “미원평화상은 디 엘더스의 비전과 사명을 지지하고, 더 열심히 활동하라는 격려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 세계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필요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변화를 요청한다. 디 엘더스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열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후 경희와 디 엘더스는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디 엘더스는 경희가 올해 9월 19일(금)~20일(토) 양일간 개최한 제44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Peace BAR Festival(이하 PBF)에 참여했다. 디 엘더스를 포함해 국내외 18개 기관이 ‘혼돈의 순간: 행성 의식과 미래 정치’를 주제로 열띤 논의를 펼쳤다. 경희와 오랜 글로벌·공공 협력 관계를 이어온 로마클럽, 유엔, 라즐로연구소 등을 비롯해 유엔 세계평화의 날 한국조직위원회, 유엔한국학생협회, 한국유네스코학생협회 등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별도로 행사를 치르던 기관들이 함께했다. 교육·학술기관, 국제기구, 시민사회, 미래세대가 머리를 맞대 지구적 혼돈의 실상을 공유하고 미래를 위한 실천 담론을 모색했다. 이들은 행성 의식으로의 전환과 행성적 연대라는 공동의 과제를 제시했다.
새로운 행성적 연대와 협력의 길, 함께하는 북미주 동문
경희는 이를 토대로 혼돈의 시대를 넘어설 새로운 평화와 공존의 길을 열어나가고자 한다. ‘행성 의식’과 ‘미래 정치’의 확산을 위한 지혜를 널리 공유하고, 새로운 행성적 연대를 구상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미래세대를 향한 공개 서한’을 전 세계에 공표할 예정이다. 이는 전 지구적 결집력을 가진 기관들과의 연계를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평화의 날 45주년을 맞는 9월 21일(월)에는 PBF 2026을 개최하고, 그 주를 기념 주간으로 지정한다. 이 기간에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
경희학원은 우리 삶과 미래가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여정을 이어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고자 새로운 도전과 창조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지난해 미원평화상을 제정하고 제1회 수상 기관으로 디 엘더스를 선정해 시상한 일 역시 이러한 전환의 기류를 조성하기 위한 중요한 시도였다. 경희는 미래에 대한 공동 책임 의식 아래 새로운 행성적 연대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도전과 창조의 길을 열어온 전통 위에서 시대 전환을 이끌 새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희는 지구적 차원의 위기를 전환하는 가치와 문화, 희망의 미래를 열어가고자 한다.
북미주 동문들은 미원평화상 제정을 제안한 데 이어 지속적인 후원으로 그 길의 동반자를 자임해왔다. 동문들의 성원과 격려, 미래로의 책임 의식이 ‘경희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여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북미주 연합 동문회·커뮤니케이션센터 DB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