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가 주도해 제정한 유엔 ‘세계평화의 날’
설립자 미원 조영식 박사 제안, 1981년 유엔 총회서 만장일치 채택
매년 9월 21일 세계평화의 날 기념해 Peace BAR Festival 개최
9월 21일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 날’이다. 유엔은 이날을 전 세계에서 폭력과 전쟁이 중단되는 날로 선포해 인류가 평화의 이상을 기념·고양하도록 한다. 이날은 1981년 11월 30일 제36차 유엔 총회에서 157개 회원국 만장일치 찬성으로 제정됐다. 당시 유엔 총회는 ‘1982년부터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을 세계평화의 날로(2001년부터 9월 21일로 고정), 1986년을 세계평화의 해로 정한다’고 결의했다.
그때는 동서 냉전이 극에 달해 제3차 세계대전 발발을 우려하던 시기였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유엔이 세계평화의 날과 해를 제정·공포한 것이다. 1986년 세계평화의 해 첫날 아침,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역사상 최초로 상대국 국민에게 신년 평화 메시지(New Year’s Messages of President Reagan and General Secretary Gorbachev, January 1, 1986)를 전했다. 두 나라가 세계평화의 해를 전기로 삼아 서로 협력해 핵전쟁을 방지하고, 화해의 새 시대를 여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이었다.
이후 양국이 핵무기 폐기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일련의 군축 회담을 성공적으로 타결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40년 가까이 지속된 냉전체제의 긴장이 완화됐다. 이런 이유로 세계평화의 날과 해는 냉전 시대를 종식한 하나의 계기로 평가받는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이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다.
‘평화사상을 고취해 인간의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경희학원 설립자는 1981년 6월 28일부터 7월 3일까지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열린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IAUP) 총회의 기조연설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를 통해 유엔이 세계평화의 날과 해를 제정하도록 촉구하자고 제안했다. 냉전체제의 긴장을 해소하지 않는 한 인류의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1970년대 후반, 세계 정치 지도자와 군사 전문가, 석학들은 1980년대 중반 이전에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갈 핵전쟁, 제3차 세계대전이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세력균형이라는 전략이 군비경쟁을 부추겨 인류가 엄청난 양의 핵무기를 개발·보유하게 된 것이 그 이유였다. 당시 유엔 총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미국과 소련은 인류를 60회 이상 파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은 핵전쟁에 대비하는 새로운 무기 개발에 골몰했다. 경희학원 설립자는 ‘신무기를 개발해 핵 대전을 방지하려 할 것이 아니라 평화 사상을 고취해 인간의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6차 IAUP 총회에서 600여 명의 대학 총장은 경희학원 설립자의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 제안을 전원일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국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의안을 제출할 권한이 없었다. 경희는 코스타리카 정부의 도움을 얻어 의안을 제출했고, 제36차 유엔 총회가 이를 채택했다.
2001년 9월 7일 제55차 유엔 총회는 세계평화의 날 20주년을 맞아 매년 9월 21일을 세계평화의 날로 고정하면서 “세계평화의 날 제정이 세계평화에 대한 이상을 강화하고 국제적 긴장과 갈등을 완화했다”는 점을 밝혔다. 1981년 경희학원 설립자가 최초로 제안한 세계평화의 날 제정이 인류 문명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명문화한 것이다.
세계평화의 날 기념해 매년 Peace BAR Festival 개최
제36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한 결의문(Resolution 36/67)에는 “세계평화의 날은 모든 국가와 시민이 평화의 이상을 기념하고 고양하고자 제정됐으며, 모든 유엔 회원국, 산하기관과 기구, 지역 기구, NGO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유엔과의 협력하에 특히 교육적 수단을 통해 세계평화의 날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권유한다”라고 쓰여 있다. 이 결의문에 따라 유엔 회원국, 유엔과 산하기관 및 기구, NGO, 대학 등은 매년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경희는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사유와 실천을 확산하고자, 유엔 세계평화의 날이 제정된 이듬해인 1982년부터 매년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Peace BAR Festival’을 개최해 왔다. Peace BAR Festival(이하 PBF)의 BAR은 ‘정신적으로 아름답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며,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spiritually Beautiful, materially Affluent, humanly Rewarding)’의 약자다. 경희는 이것이 인류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 삶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봤다. 이는 경희의 설립 정신에도 맞닿아 있다. 경희는 설립 정신 ‘문화세계의 창조’와 ‘학문과 평화’의 전통 위에 더 나은 인류의 미래, 문명의 미래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경희가 세계평화의 날 제정을 기념해 매년 PBF를 개최해 온 데는 설립 정신과 전통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PBF는 ‘평화(Peace), 인류(Humanity), 미래(Future)’라는 가치의 지평 위에서, 문명 전환의 시대를 사유하고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지구시민의 공론장이다. 경희는 PBF를 통해 BAR의 가치를 구현하는 지구공동사회를 함께 만들고, 지구적 존엄(Global Eminence)이 구현되는 미래 문명의 길을 탐구하고 있다. 올해 PBF는 ‘혼돈의 순간, 행성 의식과 미래 정치(The Moment of Chaos: The Planetary Consciousness and Future Politics)’를 주제로, 인류사회가 직면한 문명사적 위기와 전환의 가능성을 짚는다. 9월 15일(월)부터 20일(토)을 ‘세계평화주간’으로 지정하고, 19일(금)과 20일(토) 양일간 ‘제44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Peace BAR Festival’을 개최한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경희기록관·커뮤니케이션센터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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