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엄재영 교수, 글로벌 기초연구실 사업 선정
‘암 관련 지방유래 섬유아세포 조절을 통한 악액질 극복 연구실’ 주제로 선정
‘2025년 글로벌 기초연구실 지원사업’ 선정으로 3년간 약 15억 원의 연구비 지원받아
한의과대학 엄재영 교수 연구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2025년 글로벌 기초연구실(Global Basic Research Laboratory, GBRL)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연구 주제는 ‘암 관련 지방유래 섬유아세포 조절을 통한 악액질 극복 연구실’이다. 연구팀은 3년간 약 1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악액질(Cachexia)’을 극복하기 위한 치료 전략을 개발한다.
암은 우리 몸속에 생긴 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암이 생기면 몸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암 환자에게는 악액질도 자주 나타난다. 근육과 지방이 빠지며 몸이 쇠약해지는 현상이다. 체중이 5% 이상 감소할 때 악액질로 판단한다. 이 상태에서는 치료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고, 환자 삶의 질도 낮아진다.
악액질 많은 두경부암 특정해 치료 전략까지 도출 계획
엄재영 교수는 “대부분의 암 연구는 암세포, 그 자체에 집중한다. 하지만 우리 연구팀은 암이 우리 몸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 가졌다”라고 연구의 특이점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암이 주변 세포에 어떻게 관여하며 몸을 변화시키는지 주목한다. 암 주변에서 지방세포가 ‘섬유아세포(Cancer-associated Fibroblast, CAF)’로 변화하고, 그 과정이 악액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자 수준에서 분석한다.
암 중에서는 ‘두경부암(Head and Neck Cancer)’을 다룬다. 뇌와 눈 외에 얼굴, 코, 목, 입안, 후두, 인두, 침샘, 갑상샘 등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런 종양은 빠르게 성장하는데, 전이 가능성도 있다. 암의 발생 위치 때문에 악액질 발생 가능성도 높다. 영양 섭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연구팀은 두경부암에 특화된 암 미세환경(Cancer-microenvironment)을 연구하고, 지방세포의 섬유아세포가 악액질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다. 이를 제어해 암성 악액질을 극복할 치료 전략을 도출할 계획이다. 엄재영 교수는 “두경부암 환자에게서 악액질이 많이 발생한다. 두경부암은 먹는 기능에 직접 영향을 주기에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개념의 암 치료를 제시한다. 종양을 직접 제거하거나 죽이는 기존의 치료에서 벗어난다. 암 미세환경은 지방세포와 섬유세포가 만드는 미세환경인데, 이를 조정해 악액질을 치료하고 암이 생장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엄재영 교수는 “몸 전체의 균형을 회복하는 간접적 접근법인데, 한의학적 사고방식과 닮았다”라고 설명한다. 한의학은 영양 상태나 에너지 대사 등 몸 전체를 조절하는 데 강점이 있다. 엄 교수는 한의학과 분자생물학을 융합해 악액질 외에 다양한 질병의 치료 전략도 개발할 계획이다.
분자생물학자인 엄재영 교수는 악액질 관련 기초연구를 10년 가까이 이어 왔다. 지방세포 연구를 시작으로 백색 지방, 그리고 암과 함께 있을 때 지방의 변화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해 왔다. 엄 교수는 “악액질은 정확한 치료법이 없었다. 연구가 어려운 분야기도 하다. 관련 주제로 기초연구실 사업에 7번 도전해서 선정됐다”라고 밝혔다.
‘국제화’ 역량 강조한 글로벌 기초연구실 사업, 그동안의 연구 네트워크 활용
엄재영 교수 연구팀이 선정된 글로벌 기초연구실 사업은 기존의 기초연구실 사업에서 ‘국제화’ 역량을 강조한 사업이다. 과제의 변화는 엄 교수 연구팀에게 새로운 기회기도 했다. 이번 과제에는 의과대학 김수일 교수와 한의과대학 안광석 교수가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다. 연구팀은 캐나다 토론토대, 싱가포르 국립대,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등과 공동 연구를 수행한다.
연구팀은 그동안의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암과 지방세포, 섬유아세포, 암세포의 상피-간엽 전이(EMT)와 관련된 핵심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한다. 이를 위해 지방세포의 변화, CAF 형성 및 기능 조절, EMT 유도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분석한다.
연구팀은 실제 암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모델을 개발한다. 이후 동물모델을 통해 검증실험을 진행한다. 나아가 이를 정밀 의료 기반의 치료 전략으로 발전시켜, 임상 적용이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하려 한다. 해외 연구진과는 장비 공유를 통해 분석 데이터를 도출한다. 연구팀의 실질적 협력 체계는 학생과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인데, 연구의 깊이와 폭을 넓히는 역할이다.
엄재영 교수는 “이제 정년 퇴임이 10년 정도 남았다. 지금 시점은 연구 분야의 확장보다는 깊이 있게 몰입할 시기라 판단하고 있다. 지방세포와 관련된 단백질, 그리고 그것이 만드는 병태 생리 메커니즘을 제대로 밝혀내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어 “이번 과제에 의약학 분야 11개 팀이 선정됐다. 이 과제 중 심화형이 9개고, 그중 하나가 우리 사업단이다. 이번 과제를 시작으로 더 큰 연구 과제에도 도전해 경희의 학문 융합 역량을 널리 알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