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 지성의 활로’
정경대학 국제통상·금융투자학부, 조인원 이사장 초청 특강·대담
시대의 난제 헤쳐가기 위한 의식 전환의 활로 탐색
“과학적 인식론과 우리 마음·세계·우주 포괄하는 전일적 인식론 필요”
정경대학 국제통상·금융투자학부 학생들은 직장인이다. 이 학부는 국제통상과 금융투자 분야에서 선취업·후진학 선도 모델을 수립해 재직자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학생들이 세계 경제 환경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도록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5월 24일(토)에는 경희학원 이사장 조인원 박사를 초청해 특강과 대담을 개최했다.
조 이사장은 이날 더 나은 인류문명과 미래 정치의 방향성을 탐색하는 정치학자이자 교육자, 실천가로서 시대를 조망하는 새로운 견해를 들려줬다. 그는 최근, 인류의 우주적 연원과 진화에 관한 이해를 축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 문명의 활로를 찾는 ‘전환 정치(Transformative Politics)’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번 특강과 대담에서도 그런 그의 관심사를 이어갔다.
역사적 분기점, ‘진화 혹은 절멸’
조 이사장은 ‘혼돈의 시대, 지성의 활로’라는 주제로 학생들과 만났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특강이다. 이 학부 재학생과 교수진, 7년 전 특강을 들었던 졸업생 등 모두 12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조 이사장은 2018년 강연을 떠올리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때는 ‘기후변화와 미래세대: 시대의 과업과 권리’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을 마친 후 한 학생이 이렇게 술회했다. ‘특강을 들으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탄을 수입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후 문제 역시 인류의 발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는 것처럼 느꼈다’라는 마음을 전했다.”
조 이사장은 그런 일화를 회고하며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석탄·석유·천연가스 등을 동력으로 경제 성장, 문명 성장을 이뤄냈다. 그런 동력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게 됐다. 그러나 인류의 유일한 삶의 터전인 지구 환경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무한 성장’에서 ‘적정 성장’의 가능성을 깊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강연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 후, 기후 문제는 더욱 악화했다. 기후 위기뿐만 아니다. 전쟁과 폭력, 불평등, 정치 양극화 등 시대의 난제가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경제, 사회, 정치, 문화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종래의 지식과 질서의 한계가 운위되고 있는 가운데, 전례 없는 문명사적 위기, 혼돈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화석연료 사용은 줄어들지 않는다. 핵과 초인공지능의 위협은 여전히 누군가가 풀어내야 할 난제일 뿐이다. 현대 산업사회는 ‘종전 방식의 삶(Business-as-Usual)’과 ‘통상 정치(Politics-as-Usual)’를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의 분기(分岐)에 서 있다. 진화인가, 절멸인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묘책이 절실하다.
조 이사장은 “누구도 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있다. 인류가 달려왔던 그 길만으론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계론과 원자론, 선형적 인과론에 기초한 과학의 대전제가 지구 산업문명의 역사를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경제와 성장, 경쟁과 쟁취가 뿌리 깊은 시대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경험하는 위기 역시 그 산물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는 사고와 행동 양식의 결과라는 점을 이제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맥락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해법을 찾아 나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역사를 살피면, 인류는 큰 위기를 겪을 때 삶의 경로를 바꾸거나 새 세계에 도전해 왔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가 처한 이례적인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세기 전부터 제기된 문명 붕괴 가능성, 이제는 ‘응급상황’이다
이런 역사적 교훈과 경고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례로 50여 년 전인 1972년, 로마클럽은 문명 전망 보고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를 통해 인류가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면, 문명은 100년 안에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작스럽고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abrupt, irreversible climate change)’에 관한 경고도 40여 년 전부터 있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1985년 미 의회 청문회에서 지구가 금성과 같은 행성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기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성은 과거에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급작스럽게 누적되면서 표면 온도가 470도에 이르는 행성으로 급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년 후 같은 자리에서 NASA 기후 과학자 제임스 핸슨(James Hansen)은 ‘지구 온난화는 인간의 산업활동에서 기인한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앙이 일어나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가 말한 ‘1.5도’는 기후 시스템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국제사회는 예견되는 재앙을 막기 위해 비엔나, 몬트리올, 리우, 교토, 코펜하겐 등 세계 곳곳에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국제회의를 열었다. 지난하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 2015년 파리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통제해 금세기 말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세계는 환호했다.
그러나 현실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기후변화를 두고 ‘실재다’와 ‘거짓이다’라는 상반된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고, 구체적인 행동은 미미했다. 그 사이 지구 환경은 빠르게 악화했다. 올 초,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5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미 기후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제임스 핸슨은 올해 2월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 평균 온도가 최근 2년간 0.4도 이상 급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엄청난 오름세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역시 2015년 파리협약 당시 입장을 대폭 수정했다.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하는 시점을 금세기 말에서 2040년으로 크게 앞당겼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연이어 공개된 유엔, 특히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사무총장의 공적 언명은 우리 모두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 상황은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다. 인류는 ‘기후 지옥(climate hell)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 올라섰다. 출구를 서둘러 찾아야 한다.’ ‘펄펄 끓는(global boiling)’ 지구. 그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시대의 난제, 우리 모두의 생존과 실존이 걸린 내 삶의 문제”
이런 역사적 맥락을 살피면서 조 이사장은 “기후는 거대 담론, 문명 담론, 시대 담론이 아니다. 지구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다급한 현실적 과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의 지구사회는 기후 문제란 실존적 위협의 문제에 더해 또 다른 충격과 마주하고 있다. 고조되는 핵전쟁, 핵 대전의 가능성, 그리고 아직은 국제사회에 폭넓게 알려지지 않은 ‘미확인 이상 현상, 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on)’란 지구적 난제다”라고 말했다.
핵 문제와 관련해, 그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가 발행한 『2025년 연감(Yearbook 2025)』에 주목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핵탄두 수는 무려 1만 2,200여 기에 이른다. 그간 핵보유국은 지상과 지하, 해저에서, 그리고 우주에서까지 핵 실험을 단행했다. 지구와 지구 행성 사분면 우주엔 이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또 최근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상황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더 깊게 하고 있다. 핵전쟁이 발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깊은 생각이 따로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파국적 상황이다. 또 다른 차원에서, 근래에 들어 국제사회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UAP 문제는 어떨까. 아직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답을 예단할 길은 없다. 그러나 자명한 사실이 있다. 세계대전 전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목격담과 조사, 보도를 통해 드러난 UAP 실존 문제는 지구적 혼돈기에 가중된 또 다른 ‘실존적 충격’, 혹은 ‘존재론적 충격’으로 다가선다는 점이 조 이사장의 시각이다.
인류는 1750년 산업혁명 이후, 3백 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만에 오늘의 현대문명을 이룩했다. 우리보다 백 년, 천 년, 1만 년 또는 그 이상 수억, 수십억 년 앞선 문명이 만일 실재하고, 지구 행성에 개입해 왔다면, 그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파멸? 예속? 아니면 문명 진전의 또 다른 기회? 조 이사장은 그런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UAP에 관련된 ‘인간 아닌 지적 존재(NHI, Non-human Intelligence)’의 기원, 역량, 의도와 목적을 아직 알지 못한 상황에선 ‘실체 파악 후 시대(post-disclosure world)’를 가늠하기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또 다른 현실의 가능성을 전하면서, 최근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끈 UAP 주요 사건을 소개했다.
지난 몇 년, 미확인 비행물체(UFO, Unidentified Flying Object)처럼 이상 현상을 보이는 물체에 대한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미 상원은 2023년 한 차례, 하원은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UAP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증인으로 나온 펜타곤 내 UAP 조사 프로그램 AATIP(Advanced Aerospace Threat Identification Program) 책임자, 해군 전투기 조종사, 공군 정보 당국 요원, NASA 연구원 등을 지낸 전직 인사들은 UAP에 관해 확신에 찬 증언을 쏟아냈다. “우주에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작전 중 UAP 추격 사건이 있었다.” “UAP의 움직임은 인간의 물리 법칙을 벗어난 것이다.” “미 당국은 오랜 기간 NHI의 추락한 우주선을 회수해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해 왔다. 추락한 기체엔 ‘인간 아닌 지적 생명체(Non-human Biologics)’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UAP는 심해에서도 발견된다.”
“실존의 순간, 우리 의식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조 이사장은 이 모든 UAP의 충격적 현실과 앞서 언급된 기후·핵 문제를 종합하면서 인류는 지금 ‘실존의 순간’, ‘혼돈의 순간’을 맞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그런 상황과 함께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역사적 분기에 서 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 현실 정치와 언론은 여전히 기후·핵·UAP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이 ‘거대한 지체(great dithering)’의 현실을 대학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 제기와 함께, 60년 전 세계대학총장회(IAUP,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University Presidents) 창립총회에서 발표한 기조연설을 떠올렸다.
아놀드 토인비 박사는 ‘역사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History)’이라는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가 지금 겪고 있는 문명사적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마땅히 나서야 한다. 그런데 ‘세상 정치(politics of the world)’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대학과 시민이 나서야 한다. 행동에 나서는 일은 쉽지 않다. 나라 정치의 정략적 판단과 시대 변화가 요구하는 지구적 사유 간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앞 실용과 실리의 가치를 넘어 인류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초국가적 선택도 마땅히 해야 한다. 그 역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함께, 문명사적 난제를 풀기 위한 지구적 실천의 활로를 열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조 이사장은 “세상의 모든 나라는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말하곤 한다. 그러나 정작 그런 가치의 지속 가능한 미래의 조건에 관한 정책적 판단과 실행은 뒤로 미루는 경향을 보인다. 그것이 오늘의 정치 현실이 아닌가 한다. 현실과 실용과 실리…. 그 세속적 가치는 현대사회, 현대정치에서 남다르게 다가선다. 그런 정치 문화에서 지구사회의 공공선인 ‘지속 가능한 미래’는 언젠가 풀어야 할 누군가의 과제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현실의 더 깊은 진실을 찾아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삶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둘러싼 현실의 실체. 그 안에 스며 있는 위기와 기회 요인. 이 시대에 주어진 생존과 실존, 번영의 해법은 현실의 전일적 의미를 깊이 헤아릴 때 찾을 수 있다. 그 해법을 찾아 나서는 일. 그 일은 누군가의 과업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시대적 책무다”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이를 위해 새로운 사유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문명 체제에 적응해 온 현대사회, 현대인은 오랜 기간 습성화된 삶의 기준과 문화로 살아간다. 그러나 역사가 말하듯이, 그 삶의 방식만으론 전례 없는 시대의 난제에 대응하기란 역부족이다.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분절과 단절의 사유 방식을 넘어,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 문명적 삶과 자연적 삶의 총체적 관계를 끌어안는 사유 방식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개인에게 좋은 것이 전체에 좋다’는 생각을 넘어 ‘전체에 좋은 일이 개인과 사회, 지구 환경에도 좋다’는 인식의 지평도 열어가야 한다. 이를 인식하는 것이 ‘진화 혹은 절멸’, ‘평화 혹은 붕괴’란 시대의 난제를 다스릴 유일한 길일지 모른다. 이른바 전일사관이 이 시대의 역사적 중요성을 지니는 이유다”라고 조 이사장은 말한다.
“전일사관(全一事觀)의 역사적 중요성”
전일사관은 ‘전체는 하나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대명제를 관통한다. 부분과 전체의 관계성, 전체의 창발성, 발현성을 중시한다. 조 이사장은 이 점에서 “전일사관이 현대 산업사회에 만연한 환원적·분절적·선형적 인과의 고리를 넘어설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의 난제가 곧 내 문제다. 사회와 개인 관계, 세계와 개인 관계, 국가와 개인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나아가 지구 행성, 은하계, 우주와 우리가 어떤 관계를 설정해 나갈 것인가. 이런 관점을 갖고 사유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전일의 사유 세계를 우리 일상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일사관은 그에 따르면,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인류 지성사의 ‘축의 시대’(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정의한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 세계 종교와 철학이 탄생한 시대)에 등장해 오랜 기간 인류사와 함께해 왔다. 경희의 설립 서사에도 깃들어 있다. 세상 모든 것의 초연결성과 교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의식과 의지 차원의 노력이 만들어내는 창조적 가능성을 포괄한 전일적 세계관이 경희 가치와 철학의 근간이다. 조 이사장은 최근 들어 관심이 커지는 양자 과학 인식론이 전일사관을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불러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양자 세계의 중첩과 얽힘, 불확정성, 궁극적 결맞음의 이치는 아원자(亞原子)의 질서이기도 하지만, 우주적 질서, 생명 현상의 질서이기도 하다. 모든 것의 시원에 관한 의미를 찾아 나서면서 우주, 생명, 자연, 문명, 의식의 관계성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조 이사장은 “빅뱅 이론에 의하면, 모든 것의 시원은 원자보다 훨씬 작은 극미의 점, 무한소에 가까운 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른바 무(無)의 요동(搖動)이다. 그 속에 존재하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이런 실존적 물음이 우리 삶과 함께해야 한다. 내 안의, 우리 모두의 세계에 내재하는 초월적 연결성과 그 가능성을 탐색해 가는 것이 우리가 마주한 시대의 난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일 수 있다. 양자 과학, 양자 인식론은 그 가능성을 열어준다. 우리 의식에 따라 미래 모습이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기후 문제, 환경과 생태 문제, 물과 식량 부족 문제, 갈등과 투쟁, 전쟁 문제 등은 인류의 의식, 우리 개개인의 의식이 어떻게 설정돼 있느냐에 따라서 다른 미래로 나타날 수 있다. UAP 문제도 그렇다. 인간의 제한된 물리 법칙만으론 시공의 한계를 넘어 지구 행성에 개입해 온 고등 지적 존재의 행적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역량과 의도 역시 그렇다. 만일 그것이 오늘 우리가 체험하는 현실의 진실이라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자신과 타인, 사회와 세계, 문명과 우주의 초연결성을 새삼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 전일의 시선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역사적 과업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인류 역사상 처음 겪는 대격변의 시기, 대전환의 시대엔 더 그러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행성적 차원에서 전개하는 성찰과 실천 필요하다”
조 이사장은 ‘모든 것이 정치’라는 정치학의 한 명제를 짚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치라고 하면 흔히 권력을 떠올린다. 정치는 갈등과 투쟁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 정치의 그런 현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정치를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 정치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자신을 표현하고 타자와 관계 맺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의 가치를 실현해 가면서 타인, 혹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와 교감의 지대를 찾아가는 초월적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정치인이다. 정치는 우리 개개인의 삶의 일부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조 이사장은 그런 관점에서 정치의 개념을 새롭게 말해왔다. ‘포월(包越, Transcendental Engagement)의 정치’를 논했다. 틀 지워진 인식의 차이를 벗어나, 넘어서고, 포괄하는 인간적 역량과 함께 정치의 또 다른 지평을 열어가는 실천 세계에 도전해 보자는 의미다. “정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내 안의 또 다른 진실과 가치의 활로를 열어주는 일련의 과정이자 행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기존의 틀을 넘어 인간 내면의 가치, 공적 가치의 열린 가능성을 수렴하는 정치의 새 지평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과학적 사유, 인과론적 사유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마음과 세계, 우주를 포괄하는 인식론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한 그는 “행성적 차원에서 전개하는 성찰과 실천이 필요하다. 현대적 삶에 내재하는 인식과 행동의 한계를 유기적, 체계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자신과 타자, 사회와 세계, 문명과 우주를 관류하는 역사의 흐름을 조망해야 한다. 문명사적 대재앙의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파국과 붕괴의 가능성에 처한 오늘의 현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지성’이란 말이 적지 않게 회자했다. 정치·사회적 어려움을 겪을 때, 특히 언론과 지식인 사회에선 지성의 역사적 의미를 논했다. 그러나 지금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왜일까? 오늘 강연은 앞서 말한 전환 시대의 난제와 지성의 책무에 관한 생각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지성의 사전적 의미는 지각된 사물과 현상의 이치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삶에 주어진 일을 마주하는 판단의 기초가 돼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구조화된 현대적 일상은 종합적 사유보다는 전문성을, 이에 따른 실용과 실리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앞서 말한 기후·핵·UAP 문제는 종합적·포괄적 사유가 필요한 삶의 영역이다. 기후 위기는 대기 중 탄소 문제에 국한해 풀 수 없다. 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하는 인간의 욕망과 이에 따른 생산과 소비의 지구적 파장의 상호 ‘되먹임(feedback)’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핵확산과 핵전쟁의 가능성 역시 인간과 사회, 정치와 국제관계의 전일적 역학에 대한 총체적 분석 없이 풀기 힘든 시대의 난제다. UAP 문제 역시 그렇다. 헤아릴 수 없는 우주의 신비와 우주 내 뭇 생명의 가능성에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인간적 사유와 문명의 제한성을 인식할 때, UAP는 그 존재의 비밀을 드러낼지 모른다. 지성의 시대적 함의는 그런 의미에서 지구적 난제를 헤쳐갈 전일적 사유의 출발점일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해 조금 더 상세히 말할 기회가 강연 후에 있었으면 한다.”
“양자 세계, 인류의 과학적 지식 진보와 함께 인간 상상력 중요성 키워”
그렇게 마무리된 강연 뒤에 열린 대담은 정치외교학과 정종필 교수가 진행했다. 정 교수는 “시대적인 도전 과제, 전 지구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다. 위기의 규모가 유례없이 커서 우리가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 그 때문에 앞서 이사장님께서 위기를 돌파할 인식론이나 방법론적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것 같다. 대안으로 전일사관도 제시해 주셨다”고 정리하고, 이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면서 대담을 시작했다.
조 이사장은 “사실 답이 없고, 누구도 온전한 실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들어주셨으면 한다. 전일사관은 우리가 같이 생각해 봤으면 하는 하나의 사유 방식이다. 정답을 쫓다 보면 세계관을 자꾸 좁혀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런 연유로 지구 행성에서 타 행성으로, 그리고 그 너머 무한 우주로 현실 인식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현실 인식과 해석에 도움이 될 최근의 과학 이론을 소개했다.
우리 은하에는 4,000억 개의 항성(별)이 있고, 항성은 평균적으로 4~5개의 행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 은하와 이웃한 안드로메다 은하에는 1조 개의 항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 은하 4,000억 개가 모여 우주를 이룬다고 알려져 왔다. 2021년 우주로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의 관측으로 그 결과가 변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에 2조 개의 은하가 있다고 발표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추정 가능한 전체 우주(Entire Universe)에는 이보다 2조 개×150 sextillion(미국 1021, 영국 1036) 배 많은 은하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조 이사장은 “2조 개×150 sextillion, 무한대에 가까운 숫자다. 헤아릴 수 없는 우주의 광활함에 비춰보면, 우주에서 인간이 유일한 지적 생명체라는 가설은 인간의 개념적 포말에 불과할 수 있다. 단적인 예가 지동설이다. 불과 400년 전 사람들은 천동설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당시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했다가 종교재판에 넘겨졌다. 지동설 철회를 강요당했다. 이후 과학적 관측 자료가 쌓이면서 지동설이 정설로 자리 잡았다. 그 이전에 ‘우주는 무한하다’는 주장을 펼쳐 결국 처참하게 화형당한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역시 우리가 되새겨야 할 인물이다. 이처럼 지금 우리가 믿는 지식은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본 당대 이론 정도로만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의 욕망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갖고 모든 것을 열어 놓고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사례로 그는 양자 과학을 언급했다. “양자 과학의 대표적인 특성은 중첩과 얽힘이다. 시공을 초월해 입자와 파동의 중첩 상태로 존재하는 양자의 얽힘과 연결 상태는 관측에 따라 결정된다. 관측 순간, 파동함수가 붕괴한다는 이론은 관찰자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간의 상상력과 영감, 통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과학에서 불문(不問)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부분이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의 근간으로 다뤄지면서 인류 지식의 진보와 함께 또 다른 사유 세계의 가능성을 열게 됐다”고 설명한 그는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지구와 우주의 미래가 바뀐다는 생각은 터무니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양자 세계가 보여주듯이 인간의 마음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는다. 그 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시대의 위기와 기회를 함께 헤쳐가는 데 새로운 인식의 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과학 진전과 함께 공동 의식 만들어야”
대담 중에 동문과 학생들의 질의응답도 있었다. 유보영 동문(15학번)은 “이사장님께서 특강 중에 2018년 특강 자리에서 석탄을 수입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질문한 학생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학생이 저다. 지금은 부서를 옮겨서 석유화학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여전히 기후 문제를 악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오늘 특강과 대담을 들으면서 UAP, 양자에 기반한 과학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만들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조 이사장은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우주 양산’을 만들자는 학자들도 있다. 햇빛을 차단하는 양산처럼 지구에 양산을 씌워 지구로 쏟아지는 태양에너지를 줄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구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의 불확실성이 커서 섣불리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이런 기발한 발상까지 나오는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기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다”라면서 “과학적 발전과 사회적 합의 모두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요인이 문명사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중요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만약에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실효성 높은 탄소 포집 시설이나 탄소 배출 저감 장치를 개발해 도입한다고 했을 때,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기후 위기 대처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경제 규모 줄이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사실상 이것을 현실적으로 인내할 수 있는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될까. 개인 차원에서도 비슷할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식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해법의 실효성은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며 의식 전환을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차원에서, 그는 질문과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어갔다. “기후 문제는, 앞서 이야기했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문제이기도 하지만, 태양 흑점 활동, 지구 행성의 화산 활동, 일조량, 대기 중 습도, 성층권 구름 상태, 지구 빙권의 해동 규모, 동토층의 미생물 변화, 해수 탄소 포화도 등 설명하기 매우 힘든 수많은 변인이 얽히고설킨 지구 행성 안팎의 복잡한 연결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초인공지능과 양자 단위(상태)의 연산을 가능케 할 양자컴퓨터 시대의 도래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갈 또 다른 차원의 해법을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인간이 아직 근접할 수 없는 초 미시·거시 세계의 미묘한 관계의 역학. 그 사건과 현상의 전일적 인과론을 제시해 줄 가능성도 있다”라는 말로 요청된 조언에 대신했다.
“미래의 상상력을 현실로 전환하는 의식 활성화할 때 세상과 정치 바뀔 것”
정종필 교수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선 의식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이사장님의 견해에 공감한다. 의식 전환에 관해선 그동안 이사장님께서 여러 차례 하신 말씀이기도 하다. 유사한 맥락에서 ‘미래의 회상’과 지구 정치, 행성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해 오셨다”면서 그런 주장의 배경과 이유, 실천 과제에 관한 설명을 요청하면서 대담을 이어갔다.
조 이사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선 어떤 관점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여기’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은유적인 표현으로 ‘미래의 회상’을 말했다.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상상하고 전망할 수는 있다. 전망되는 미래의 가능성을 ‘지금 여기’에 불러와 오늘의 현실을 재구성하는 일, 미래로부터의 상상력을 발휘해 현실로 전환해내는 의식이 활성화할 때, 세상과 정치가 바뀔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의 사유 체계에서 미래는 현재,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개념이다. 현실과 미래를 분리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여기’는 과거와 미래로부터 단절된 순간이 아니다. 과거, 혹은 ‘그 모든 것의 원천’으로부터 이어지는 구현되지 않은 인간의 내재적 현실은 미래에도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현실을 구성하려는 인간 의식과 선택이 중요해진다. 그 구체적 내용이 무엇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우리의 의식과 선택, 결단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시공을 초월해 존재하는 양자 세계의 현실. 인간적 개입의 역사적 중요성. 이른바 ‘참여 우주(participatory universe)’와 함께하는 인간 의식 세계는 그 과학과 철학, 우주론의 지평과 함께 아직 구현되지 않은 미래의 잠재적 현실을 오늘로 불러 올 수 있다”며 기후 문제를 예로 들었다.
많은 학자는 기후변화가 만들어내는 경로를 ‘진화 혹은 멸종’이라고 말한다. 지구는 그동안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는데, 3, 4차 대멸종의 원인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생긴 급격한 기후변화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3차 대멸종은 생물종의 95%가 멸종한 지구 역사상 최악의 대멸종으로 꼽힌다. 3차 대멸종이 시작되기 전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10ppm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지구 상황과 비슷하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동력 발전으로 삼으면서 대멸종 당시와 비슷한 대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Mauna Loa Observatory)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1958년 3월 315ppm이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25년 3월 430ppm을 넘어섰다. 과학자들은 티핑 포인트를 480ppm으로 보고 있다. 지구의 생태 환경이 안정적으로 진화를 이어가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50ppm 수준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경고한다.
조 이사장은 “탄소 문명의 역작용에 관한 경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현실 정치는 예견되는 붕괴 가능성에 대응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내치와 배타적 결속에 관심을 쏟는다. 현실 정치의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단기 정치 현실에 치중하는 현실 정치를 넘어 나라가 처한 지구 환경과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현실 정치엔 민심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 일상의 중요성만큼이나 후대에 물려줄 미래의 중요성을 생각해야 한다. 개인과 사회, 국제사회가 함께하는 지구 행성 의식, 도전 의식과 집단적 결단이 만들어질 때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깊이 생각 않던 주제, 위기서 기회 창출 시대적 책무 와닿아”
이민강 학생(23학번)은 “그동안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대의 난제들에 관해 여러 해석을 들려주셔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적 책무가 크게 와닿았다. 이 부분에서 대학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특강을 들은 소감을 밝힌 후, 대학의 역할에 관해 질문했다.
조 이사장은 “기존의 틀을 넘어 시대 전환의 새 활로를 적극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경희학원은 지금과 유사한 문제의식을 갖고 설립됐다. 역사적 배경과 관계가 있다. 한국전쟁 중에 사상 체계와 교육 철학을 정립한 경희는 이념적 대립과 갈등, 틀의 제약과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찾아 나섰다. 전일적 사유와 함께하는 평화로운 미래 사회를 꿈꿨다. 인간이 인간다운 삶의 의미와 가치, 행복을 찾아 나서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진력하자는 포부를 갖고 출발했다.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가치다. 앞으로도 그런 전통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희는 과거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인간과 지구, 문명과 대자연에 대한 성찰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소통과 창조의 길을 열어갔으면 한다. 시공을 초월해 연대하고, 결속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소통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영원한 초월과 포월의 의식 세계를 위한 내·외면의 소통이 중요하다. 나와 과거, 나와 타자, 나와 세계, 나와 자연, 나와 우주의 관계를 포괄하는 사유 세계를 키워 다가올 미래의 위협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해내는 대학의 역할과 책무가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 우리가 마주한 시대의 난제는 어느 한 학문 분야를 특화하는 지식만으로 결코 온전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 학문과 지성의 전당인 대학은 미래세대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세계 학술·교육기관, 국제기구, 시민사회와 함께 다양한 공적 협력을 추진하면서 개인과 사회, 세계의 더 나은 미래에 기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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