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OLED, 생체신호를 읽다”

“입는 OLED, 생체신호를 읽다”

작성일 2025-05-02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 전용민 교수 연구팀이 섬유 위에 직접 구현할 수 있는 신축형 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옷처럼 입을 수 있고, 늘어날 수 있는 구조에 생체 신호 감지 기능도 갖췄다.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 전용민 교수 연구팀, 스트레처블 OLED 기반 직물형 광센서 개발
세계 최초 연구 성과로 섬유 소재 분야 최고 수준의 저널 『Advanced Fiber Materials』 게재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 전용민 교수 연구팀이 섬유 위에 직접 구현할 수 있는 신축형 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이 디스플레이는 옷처럼 입을 수 있고, 늘어날 수 있는 구조와 생체 신호 감지 기능도 갖췄다. 연구 결과는 섬유 소재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인 『Advanced Fiber Materials』(IF=17.2, JCR: 1.7%)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Stretchable Fabric Organic Light-Emitting Diodes based on Transferable Laser Pattern for Wearable Photodiagnostic Applications’로 OLED의 전사 공정, 신축성 확보, 생체신호 측정, 내구성 강화 등 다양한 요소의 기술을 집약한 성과를 담았다.

종이 공예 기법인 ‘키리가미’ 패턴 적용해 신축성 확보
스트레처블 OLED는 말 그대로 ‘늘어날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기존의 OLED는 유연하더라도 신축성이 부족해 옷처럼 입거나 팔꿈치 같은 움직임이 많은 부위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특히 섬유처럼 거칠고 구부러지는 기판 위에서는 소자의 동작 안전성이 크게 떨어졌다.

전용민 교수 연구팀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의 전통 종이 공예 기법인 ‘키리가미(Kirigami)’ 패턴을 전극 구조에 적용했다. 이 패턴은 종이의 선을 따라 자르고 펼치면 입체적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전자소자에 적용하면 구조적으로 신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연구팀은 키리가미 구조를 바탕으로 OLED 전극에 미세한 절개선을 형성했다. 이를 통해 디스플레이가 최대 150%까지 늘어날 수 있는 구조적 유연성을 확보했다. 직물 위에 전사된 이후에는 100% 이상의 신축성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나노 소자 옷감 위에 전사해 OLED 구조적 손상 없이 기술 구현
OLED는 매우 얇고 정밀한 구조를 갖는다.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수준의 두께다. 보통은 유리나 플라스틱처럼 매끄러운 표면 위에만 제작할 수 있었다. 전용민 교수 연구팀은 OLED를 다른 기판에 미리 제작하고, 섬유에 전사하는 방법을 택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방식은 OLED 구조를 손상하지 않으며, 실제 옷감 위로 옮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과정의 난점은 섬유의 표면 특성에 의한 어려움이다. 직물은 일반적으로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굴곡이 심하다. OLED 소자와의 접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다양한 종류의 섬유 중 적절한 거칠기와 신축성을 갖춘 섬유를 선별해 실험을 반복했다.

OLED는 외부 환경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습기, 자외선, 물리적 충격 등에 의해 손상되기 쉽다. 연구팀은 다층 보호막(Passivation) 구조를 적용해 방수, 자외선 차단, 기계적 내구성을 모두 확보했다. 이를 통해 실내외 환경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섬유형 OLED를 만들었다.


전용민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디스플레이 기술을 정보 전달 장치에서 ‘센서’나 ‘치료 장치’로 확장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광센서이자 생체신호 측정 가능, 광혈류측정 실험으로 기능 확인
전용민 교수 연구팀이 만든 OLED 디바이스는 단순히 발광에 그치지 않는다. 인체에 밀착한 상태에서 광센서 역할도 하고,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 착용 상태에서 광혈류측정(Photoplethysmography, PPG) 실험도 수행했다. 이 실험은 피부에 빛을 쏴 반사되는 패턴을 분석해 혈류의 흐름이나 심장 박동 등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워치를 생각하면 쉽다.

연구 결과 디바이스가 60% 늘어난 상태에서도 정확한 신호를 측정할 수 있었다. OLED의 광원 세기를 조절했는데, 신축성 변화에 따른 신호 저하도 보정할 수 있었다. 실제 생활 속 움직임이나 옷감의 변형이 생체신호 측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전용민 교수는 “디스플레이가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화면이 아니라, 건강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센서로 작동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입기만 하면 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정보 전달 장치를 넘어 ‘센서’나 ‘치료 장치’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OLED를 활용한 ‘전자약(Electronic Medicine)’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아토피나 건선 같은 피부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OLED에서 나오는 특정 파장의 빛을 이용해 치료 효과를 입증할 계획이다. 전용민 교수는 “앞으로는 디스플레이가 신체와 소통하고, 비접촉 방식의 생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디지털 헬스케어 융합 기술의 시작점이란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가능성 확인하며 연구 확장, 탁월한 성과 도출
전용민 교수는 이번 연구에 3년 여의 시간을 들였다. 그는 “처음에는 섬유 위에 OLED를 구현하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생체신호 측정, 신축성, 내구성 등 가능성이 보이는 모든 부분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했다”라고 밝혔다. 연구 과정에서는 OLED 제작, 패턴 제작, 전사, 신축 테스트 등 단계별로 어려움을 직면했다. 연구팀은 단계별로 문제를 정리하며 기술의 완성도를 높였다.

전용민 교수는 “경희는 학문 분야의 융합과 창의적 연구를 독려하고 있다. 전자공학, 디스플레이, 바이오, 섬유공학처럼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융합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라며 향후 목표를 밝혔다. 이어 “디스플레이가 정보를 보여주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감지와 치료까지 가능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경희를 기반으로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는 새로운 연구를 확장해 나가겠다”라고 설명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