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유산 미래 세대 위해 가치 있게 쓰였으면”
화학과 86학번 권지혜 동문, 장학기금으로 1억 원 기부
아너스클럽 위촉식 및 ‘권지혜·김경주 분석화학실험실’ 현판식 진행
“젊은이가 돈이 없어서 기가 죽거나 좌절하는 모습을 안타까워하시던 어머니의 뜻을 기리고자 장학기금을 기부하게 됐다.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보다 미래 세대를 위해 기부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고 어머니를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권지혜 동문(화학과 86학번·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정책연구센터장)의 어머니 故김경주 여사는 마차를 타고 유치원을 다닐 정도로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부모를 차례로 잃게 됐다. 친척들이 있었지만 아들을 통해 집안을 일으키자는 생각들이 강하던 당시의 분위기 때문에 김 여사는 고학을 해야만 했다. 권 동문은 “어머니는 학업을 충분히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오셨다”라고 회상했다. 올해 3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산을 정리하다가 1억 원을 모교에 기부하기로 했다. 권 동문은 “기부는 내가 아닌 어머니의 오래된 결정이었고, 나는 그저 어머니의 마지막 심부름을 했을 뿐이다”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학은 권지혜 동문을 아너스클럽 위원으로 위촉하는 한편 권 동문과 어머니의 이름을 따 이과대학 B214호를 ‘권지혜·김경주 분석화학실험실’로 명명하기로 했다. 지난 9월 25일 이과대학 B110호에서 권지혜 동문 아너스클럽 위촉식이 개최됐다. 김진상 총장, 이기라 대외협력처장, 화학과 김영미 학과장 및 교수진, 화학과 학생회 김현민 회장과 재학생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권 동문은 “몇 해 전부터 같은 과 동기인 김동진 ㈜퍼슨 대표가 매해 1천만 원씩 10년간 장학기금을 기부해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 유산을 정리하면서 이런 방식으로 기부를 하면 적어도 그 기간만큼은 어머니를 추억할 수 있고 좋게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기부 계기를 설명했다.
김진상 총장은 “권 동문은 기부를 어머니의 뜻이라고 표현했지만, 본인의 의지가 없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큰 결정이다. 그 결정의 배경에는 모교와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함께, 모교를 더욱 발전시켜달라는 요청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동문들에게 보여줘야 할 현재의 모습은 동문들이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발전하고 더 높아진 위상을 갖춘 대학이다. 권 동문의 기부 결정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합심하여 경희를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어나가겠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재학생을 대표하여 김현민 학생회장은 “선배님의 소중한 마음 덕분에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게 됐다. 학과생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라 생각한다. 학교의 발전과 청년들의 꿈을 지지해주는 뜻과 가치를 되새기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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