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1 ‘미래 대학의 길, 우리는 어디에 - 성찰과 도전’
기관 경영 연찬회(대학), 법인·대학 발표와 토론 이어 이사장과 대화 진행
대학 성취와 한계 성찰, 새로운 도약의 길 모색
경희학원과 경희대학교의 보직자가 한자리에 모여 대학의 성취와 한계를 성찰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방향성과 도전 과제를 모색했다. 7월 8일(월)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관 경영 연찬회(대학)’ 자리였다. 이번 연찬회는 ‘미래 대학의 길, 우리는 어디에 - 성찰과 도전’이라는 주제 아래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법인 관계자, 김진상 경희대 총장과 부총장단, 기획조정처, 미래혁신원, 교무처, 연구처, 산학협력단, 인사처, 총무관리처 등 부서장과 총장실, 기획조정처 실무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연찬회는 대학 본부 요청으로 마련됐다. 대학 새 집행부가 꾸려짐에 따라 경희 역사와 가치에 기반한 총장, 부총장단, 보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료히 해 대학 발전을 위한 역동성을 만들고, 발전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법인-대학 일관 행정 체계 속에서 미래 변화에 대비하는 발전 방향과 실행 방안을 도출하고자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대학 총장직을 수행한 조인원 이사장을 초청해 대화 시간을 가졌다.
조 이사장은 그동안 고황연찬회, 교무위원 임명장 수여식 등 여러 자리를 통해 “기관에서 주요 직책을 맡는다는 것은 그 기관의 소임(Mission)과 핵심 가치(Core Values)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다. 경희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야 할 책임, 현실과 미래를 성공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 차기 행정 리더십에 더욱 훌륭한 결과를 남겨줘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과거 경희가 이룬 성취보다 더 큰 성취를 이뤄내는 것이 보직자의 소임이자 보람일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번 연찬회에서는 대학의 새 집행부가 경희학원 정관이 정한 책무에 기반해 경희 역사의 본보기가 될 만한 성취를 이뤘으면 한다는 기대감을 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관 발전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보직자의 마음이다. 목표와 방향을 세우기 전까지는 서로 진지하고 치열하게 논의하고, 일단 결정되면 대학 행정에 참여하는 모든 분이 서로 격려하고 도움을 나누어 한마음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경희학원도 힘껏 지원하겠다. 법인과 대학이 자랑스러운 경희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내야 한다는 한뜻의 각오로 움직이는 것이 최상의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그간 뜻을 모아온 경희학원 이사님들도 대학 발전을 위해 힘닿는 한 지원과 성원을 아끼지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제일 멋진 대학 만들자”
대담 진행을 맡은 지은림 학무부총장(서울)은 “우리 대학은 지난 20여 년 동안 ‘Towards Global Eminence’를 위해 노력해 왔다. 우리의 오랜 전통인 학문과 평화, 학문의 공적 실천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를 거뒀고, 경희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다시 도약하기 위해 새 집행부가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있는데, 대학 경영이 종합적·입체적·역동적이라서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후, “대학 현장의 교무행정 책임을 맡아 12년간 봉직하신 이사장님께 대학 경영에 관한 조언을 듣고 싶다”고 요청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조 이사장은 “설립자께서 병환으로 갑자기 쓰러지셨을 때 경희학원 상임이사의 중책을 맡게 됐다. 당시 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임이사직, 그리고 그 후에 총장직을 수행했다. 경희학원 이사장을 보좌해 법인 정관이 부여한 ‘학교 경영’의 실무를 수행해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기관 경영에 관한 지식을 쌓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대학 새 집행부의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경험을 되짚으며 대학 행정 책임에 관한 말을 이어갔다. “총장직을 수행하게 됐을 때 설립자 이사장님께서 경희의 못다 이룬 꿈을 말씀하셨다. ‘세계에서 제일 멋진 대학을 만들어보자’는 말씀이었다. 정확한 의미를 헤아리진 못했으나, 그 당부의 의미는 경희가 걸어온 길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대학의 궁극 목표인 진리 탐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그 과정에 쌓아 올린 학문적 역량이 개인과 사회, 나아가 인류사회의 더 큰 미래로 이어지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해 달라는 주문을 그런 ‘상징적 표현’으로 담아내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미래를 위한 학문의 창의성과 탁월성, 이를 미래의 가치로 전환해내는 기관의 역량. 사실 그 역사는 경희의 설립 초부터 줄곧 이어 온 자랑스러운 경희의 전통이다. 2006년 말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경희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는 아쉬움을 전한 그는 “과거 경희가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 함께 노력해보자”고 말했다.
‘Towards Global Eminence’ ‘학문과 평화’의 지구적 실천. 경희가 75년 동안 키워온 전통이다.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는 한국전쟁 중에 『문화세계의 창조』(1951년 5월 18일 탈고)를 집필하고, 전장의 폐허 위에서 “세계 제1의 대학” 건설을 꿈꿨다. 『문화세계의 창조』에는 평화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선 이념 대립과 갈등, 틀의 제약을 넘어 새로운 인류 보편 가치를 찾아 나서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인간의 인간적 가치와 양심을 회복하고, 정신과 물질 가치를 창의적으로 종합해 인류사회의 미래를 일궈가자는 실천 의지를 담고 있다. 경희대의 교가는 그래서 “온오한 학술연구 온갖 노력 바치고”를 노래한다. 이어 “진리 위해 일하고 평화 위해 싸우세”라고 말한다. 경희학원은 그 길을 위해 “학원의 민주화, 생활의 민주화, 사상의 민주화”를 학원 산하 10개 기관의 교훈으로 삼았다.
한국전쟁 피란길에 오른 경희는 1951년 부산 동광동 판자 교사 세 채에서 학생 122명, 교원 17명, 직원 5명과 새출발을 세상에 알렸다. 그러나 전쟁 중 어렵게 장만한 교사가 1953년 1월 불의의 화재를 당해 잿더미로 변했다. 그로부터 2개월 만에 부산 동대신동에 강의실과 도서관, 운동장을 갖춘 새 캠퍼스를 건립했지만, 준공 4개월 후 캠퍼스 건설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정전 협정이 체결되면서 캠퍼스를 서울로 옮겨야 했다.
설립자는 천장산 일대 30여만 평 교지를 확보하고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본관 건설에만 3억 5,000만 환이 들어가는 대규모 건설 계획이었다. 1953년 11월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펼쳐놓고 교직원들에게 설명할 때 학교에는 8만 환밖에 없었다. 부산 동대신동 캠퍼스를 건설하느라 막대한 채무도 안고 있었다. 당시 학교 사정으로 보아 건설을 위한 재정난은 예견된 일이었다. 주변에선 만류했지만, 경희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캠퍼스 건설에 착수했다. ‘문화세계의 창조’, ‘학문과 평화’의 가치와 함께 ‘세계적인 대학 건설’이라는 담대한 비전을 구현할 터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설립자는 자택을 처분하고 병마와 싸우면서 캠퍼스 건설을 이어 나갔다.
조 이사장은 “전쟁으로 죽고 사는 문제와 먹고 사는 문제에 모든 관심이 쏠린 설립 초기의 현실에 비춰보면 경희의 설립 정신과 가치는 혁명적이었다. 이 도전 정신은 유례없는 대전환기를 맞은 지금, 시대가 요청하는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설립 초기를 생각하면 경희는 이미 많은 것을 갖췄다. 그동안의 성취를 토대로 경희의 설립 목표이자 가치를 지금 이 시대, 그리고 미래세대가 필요로 하는 가치에 맞게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더 나은 경희의 미래를 향한 큰 꿈과 희망을 계속 이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학은 학문하는 곳, 그 가치 놓쳐선 안 된다”
참석자들은 학문과 평화, 학술과 실천의 지구적 탁월성에 도전해 온 경희의 여정을 공유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이사장과의 대화에 앞서 진행한 법인과 대학의 발표 및 토론 내용이 그 토대였다. 법인은 경희학원의 역사와 가치, 현황, 법인과 경희학원 각급기관의 일관 행정 체계를 발표했고, 대학은 최근 20년간 위상·인사·재정·인프라 분야에서 펼친 노력과 성취,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개교 60주년(2009년)을 기점으로 변화와 도약을 이뤄냈지만, 지금 정체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마인드셋과 실천으로 다시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교육 문제가 우선 화두로 떠올랐다. 경희는 국내 대학평가의 교육 지표인 학생 성과에서 지난해 12위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학생 성과의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취약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취업률이 개선되고 있지만, 주요 대학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학생 창업 성과도 미흡하다.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산재한 창업 교육을 통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를 개편해 학생 성과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최현진 서울 미래혁신원 단장은 “앞선 발표와 토론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가 교육이었다. 특히 사회 진출 교육에 관한 논의가 활발했다. 학생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부서장으로서 반성과 함께 학생 중심으로 생각해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진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힌 후, “이사장님께서 총장으로 재임하실 때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위해 많은 고민과 도전을 하셨다. 미래혁신원 설립도 그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그 고민과 도전 과정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조 이사장은 “제가 총장직을 수행했던 당시에도 취업이 큰 문제였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과 논의 끝에 미래혁신원을 설립했다. 취업, 그리고 그 너머 재학생의 사회적 삶의 목표와 공적 실천 역량을 고양할 목적에서다. 취업은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대학이 재학생을 위한 다양한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점을 대학인 모두 잘 알고 있다. 바람직한 사회 진출과 이를 위한 실천적 역량, 그리고 개인적 성취의 사회적 함의. 이들 사안의 창의적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평소 갖고 있었던 문제의식이었다. 1989년 가을학기에 경희대 교수직을 시작하면서부터 ‘대학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갖고 있었다. 대학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그 물음 속에서 교수님들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연구, 제자들의 실천적 지혜와 역량 강화를 위한 강의가 학생들의 지식의 깊이, 내면의 깊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것이 ‘대학다운 대학’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13대 경희대학교 총장 취임사 “경희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통해 대학 본연의 가치에 집중했다. “학문적 권위의 재건” “소통의 학문세계” “화합과 창조의 미래사회”라는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새로운 세계” “멋진 미래”를 함께 만들자고 독려했다. 이후 관련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정착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조 이사장은 “새로운 제도 도입과 거버넌스 개편을 포함한 기획부터 실행 전 과정은 구성원이 함께 뜻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하면서 그 가능성을 만들어낸 2007년 연찬회 기억을 떠올렸다. 조 이사장은 대학 총장 취임 직후인 2007년 1월, 5박 6일의 매우 빡빡한 일정으로 교무위원과 교수, 학생, 직원 대표가 참여하는 연찬회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대학의 역사와 현황, 발전 방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더 나은 경희의 미래를 함께 만들자는 마음을 모았다.
그는 “구성원이 공감하고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자는 마음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추진한 연찬회였다. 그래서 ‘대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대학은 학문의 장이다. 그 중심엔 당연히 학문을 향한 열정과 치열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과거도 그랬고 미래도 그럴 것이다. 대학은 그것을 놓치면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대학 핵심 가치 강화 노력이 위상 제고로 이어져야”
김경수 기획조정부처장은 “이사장님 말씀처럼 대학은 ‘멋진 미래를 만들자’라는 꿈과 열정을 키워가면서 변화와 도약을 이뤄냈다. 당시 대학평가 결과를 분석해 보면, 사회가 국제화 역량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읽고 준비한 것 같다”며 두 가지를 물었다. “위상 강화를 위해 중점을 둬야 할 점은 무엇일까”라는 첫 질문에 이어 “다가올 미래 사회에는 대학에 어떤 역량을 요구하는지 알고 준비한다면 좋을 것 같은데, 이사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다”면서 조언을 요청했다.
조 이사장은 “대학평가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많다. 저 역시 학자로서 공감이 되지 않는 지표가 많은 대학평가를 받아야 하느냐는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평가는 구성원과 졸업생들의 사기, 재학생의 사회 진출, 우수 교원 초빙과 유지, 해외 학생들의 대학 선택 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대학의 핵심 가치, 교육·연구의 탁월성을 더 강화하면서, 그 노력의 결과가 자연스럽게 평가와 위상 제고로 이어지도록 노력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았다”라고 밝혔다.
그런 판단에서 “학생 수 대비 교원 적정 규모를 산출해 국내는 물론 해외 대학의 훌륭한 교수를 많이 초빙했다. 우수한 국내외 학자를 상시 발굴하고 초빙하기 위해 2007년에는 우수 교원 초빙위원회를 신설했다. 우수 교원을 탐색해 상시 채용하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2009년에는 석학 초빙제도인 ES·IS(Eminent Scholar·International Scholar)를 도입했다. 학문과 배움의 진정한 국제화를 위한 시도였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전임교원 수가 2006년 1,113명에서 2013년 1,481명으로 7년간 33% 증가했다. 비전임 교원을 포함하면 당시 교원 수는 총 3,540여 명에 이르러 국내에선 가장 큰 규모의 교수진을 보유한 대학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교수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 교원책임시수를 한 학기 2과목으로 조정하고, 정년 연장, 청원 연구년, 경희 Fellow 제도, 교수·학생 연구 지원금 확대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교육과 공적·지구적 실천 면에서도 창의적인 도전을 이어갔다. 미래혁신원, 미래문명원, 지구사회봉사단을 신설했고, 교양교육을 전면 개편해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했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당시로선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교양대학이다. ‘대학다운 미래 대학’을 위해 교육·연구의 핵심 가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구성원의 긍지와 포부를 높일 수 있는 학술 여건과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문화적·제도적·행정적 차원의 지원 방안을 도입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도록 시설, 인프라도 개선했다. 당시 총 1,700억 원이 투입된 Space 21 사업이 수백 회의 내부 회의와 구성원 소통 과정을 거쳐 진행됐다. 조 이사장은 “학술·교육·실천의 탁월성, 미래 지향성을 위해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것을 제도와 정책, 문화와 캠퍼스 인프라로 전환해내고자 노력했다. 부총장단과 교무위원, 기획위원회 사무국, 미래정책원(현 기획조정처), 총장실 직원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고민하면서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술회했다.
그 노력에 힘입어 경희의 위상은 강화됐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QS(Quacquarelli Symonds, 영국의 세계대학평가 기관) 세계대학평가에서 259계단 뛰어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도약한 대학이었다. 그 후 2017년 QS 아시아대학평가에서도 아시아 대학 중 가장 빠른 도약 추세를 이어가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THE(Times Higher Education, 영국 고등교육 관련 주간지 Times Higher Education에서 시행하는 고등교육기관 평가) 아시아대학평가 순위는 36위, 국내 종합대 5위, 국제화 부문 국내 대학 1위에 올랐다. 학생 만족도도 높아졌다. 경희는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5년 연속(2015~2019년) 사립대 부문 2위를 달성했다. THE가 2018년 성과를 평가한 ‘Global Impact’ 분야에서는 세계 27위, 국내 1위를 달성했다.
두 번째 질문에 관해서 조 이사장은 “요즘과 같은 첨단 인공 지능의 시대엔 현실을 바라보는 사유 방식과 미래를 조망하는 통찰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사회의 여러 문제가 입체적·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지금, 그리고 미래엔 개개인의 사유와 통찰의 힘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대학은 깊고 넓은 학문적 역량을 키우는 일에 진력해야 한다. 교육 관련해서도 미래세대가 헤쳐갈 미래가 무엇인지 깊이 헤아리는 일이 중요하다. 학문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게 아니다. 진리와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 미래세대의 더 나은 미래를 가능케 하는 일이다. 학생들이 인식론적 토대가 되는 사유의 세계와 함께 성찰적, 창의적 삶을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 ‘도래할 미래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가’를 깊이 사유하는 일은 시대를 초월해 언제나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기관 경영의 전일적 측면 이해해야 한다”
오세윤 인사처장은 “경희대에서 학부를 나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경희다움이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안고 있다. 경희의 가치를 공유하고, 행정의 효율화·전문화를 위한 중추적인 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인에서 설립을 준비 중인 고황연찬원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고황연찬원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법인은 그간 국내외 정부기관, 교육기관, 의료기관, 국제기구 등의 연찬 프로그램과 대학 경영 리더십 프로그램 등을 조사해 경희 특유의 연찬 과정을 준비해 왔다. 기관 경영과 행정의 전문성을 강화해 새로운 전환 문명 시대를 선도할 ‘대학다운 미래 대학’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서울 소재 한 종합 병원이 폐원했다. 과거 정상권 자리에도 있던 그 병원의 폐원 소식은 안타깝고 충격적이었다.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현실을 읽어내고 미래를 적절히 대비하지 않으면 어떤 기관이든 그런 상황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하면서 고황연찬원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경희의 오랜 꿈인 ‘대학다운 미래 대학’을 실현하기 위해선 탁월한 현장 행정, 기관 경영이 뒷받침돼야 한다. 오늘 이 시대에 주어진 문명사적 도전 과제를 이해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창의적인 길을 모색하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학 경영의 중심축인 설립 가치와 대학 공동의 관심사인 학술, 교육, 행·재정, 글로벌·공공 협력, 시설·인프라 등 모든 분야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들 영역의 전일적 이해가 필요하다.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영역에 큰 여파가 온다. 모든 사안이 상호 의존적이고,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을 종합적, 유기적 안목에서 조망하는 일. 도래할 미래를 예찰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가는 일. 그런 필요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바탕으로 기관 행정의 나아갈 길을 준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생각에서 오랜 기간 연찬원을 준비해 왔다. 오늘 이 시대, 거의 모든 삶의 영역이 급속한 문명사적 전환의 기류를 타고 있다. 과거 시선으로 미래를 헤쳐갈 수는 없다. 기관 행정의 새 안목과 실천 역량으로 미래를 창조해 가는 일이 필요하다. UN System Staff College, 해외 선도 대학, 의료기관, 병설학교, 그리고 국내외 기업 사례와 정부 연찬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이를 참고로 경희 특유의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 공식 발족하면 학원 산하 10개 기관 행정 참여자들이 각기, 또는 함께 기관 행정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학습·연찬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례 없는 시대의 위기, 전환의 기회 만들어야”
홍충선 학무부총장(국제)은 “이사장님께서 그동안 여러 자리를 통해 전환의 미래에 관한 관심과 함께 그 중요성을 말씀하셨다. 최근 ‘전환의 미래’는 모든 분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교육계에서는 ‘전환 교육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가’를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다”면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전환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조언을 요청했다.
조 이사장은 “법인에서 고황연찬원과 함께 전환기획 사업을 준비 중이다. 전례 없는 시대의 위기 앞에 전환의 기회를 열고자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한다. 지금 이 시대가 풀어내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지구적 재앙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문명사적 현실이다. 기후, 핵, 파괴적 과학기술, 지구적 감염병 위기 확산과 정치·사회적 혼란을 비롯해 인류사회엔 지금 시급히 풀어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미래를 맞이하게 될 미래세대. 과거와 확연히 다른 의료 보건 현실에서 환자를 치유해야 할 의료기관. 그런 전환적 현실을 직면하면서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서야 한다. 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경희학원은 ‘Advanced Studies for Holistic Engagement’라는 전환기획 과정을 구상해 왔다. 사업 목표는 시대의 위기가 필요로 하는 기획 역량 강화를 위한 학술·교육·실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시대가 요청하는 전일사관과 시스템 사유, 미래 예찰과 과업 수행 역량 등 경희의 가치에 조응하는 열린 교육과 학술, 실천 플랫폼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설명했다.
우리 대학은 이미 전환기획에 나선 경험이 있다. 10여 년 전 도입한 연계협력 클러스터가 그것이다. 연계협력 클러스터는 기후·환경·식량 위기, 난치병, 인공 지능, 우주산업 문제 등 시대에 주어진 문명사적 도전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것이다. 해외에선 얼마 전 하버드가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글로벌 헬스 인스티튜트(Global Health Institute)를 설립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교육·연구·실천 프로그램의 통합 기획을 통해 희귀 질환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약품으로 전환해 세계 보건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들이 이 가치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직은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경희는 과거 클러스터 기획을 토대로 미래가 요청하는 학술·연구·실천 분야의 가치를 창조하는 연계협력 프로그램을 새롭게 논의 중이다.
“‘대학다운 미래 대학’ 위한 재원 마련에 총력”
김도균 기획조정부처장은 “대학 발전을 위해 건전한 재정 확보가 필수다. 재정 확보 방안을 고민하면서 생긴 의문은 ‘재정을 모으는 것만이 능사인가’였다. 부서에 적정 규모의 예산을 배정하는 일이나 적정 규모의 기금이 어느 정도인가를 정하는 것도 재정을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이사장님의 재정 관련 철학이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조 이사장은 “우리 대학의 재정은 항상 넉넉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덜어주고자 설립 초기부터 낮은 등록금 수준을 유지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대학 발전을 위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주요 대학 대비 많지 않은 적립금 규모를 유지해 왔다. 우리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안정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우수 교원의 선발과 보유, 탁월한 학생 교육 환경 제공, 구성원 복지 증진, 학술·연구 진작을 위한 환경·인프라 개선 등을 위해 등록금 외 수입을 확충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정 규모의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학 규모 최적화 방안도 중장기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학생 규모는 우리 사회 현실과 대학이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지금은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온라인 학위과정이 활성화되고,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들려온다. 도래할 미래, 예견된 미래를 두고 지금의 학생 규모가 과연 최적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시대와 문명사적 변화를 읽어내고, 대학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를 깊이 고민하면서 최적의 교수·학생·직원 규모와 조합을 살피는 일은 경희뿐 아니라 전 세계 대학 사회에 주어진 도전 과제다. 21세기를 선도할 대학의 미래상을 염두에 두면서 탁월한 교육과 연구, 이를 위한 시설 투자, 복지 향상, 문명사적 흐름이 요청하는 대학 재정 규모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조 이사장은 “대학이 대학답게 품격을 지키면서 ‘대학다운 미래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 노력을 심화해야 한다. 법인은 경희학원의 가치 구현을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사업의 잠정 명칭은 ‘경희학원 2030’이다. 문명사적 전환 시대를 선도할 경희학원의 공적 행보를 위한 종합적인 계획이다. 재정과 관련해서는, 법인과 각급기관이 독립적으로 추진할 부분이 있고, 법인과 대학·사이버대학·의료기관이 함께 추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시너지를 내면서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일이 필요하다. 각 기관의 관계자들이 거버넌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적기에 최선의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지은림 부총장은 “이사장님께서 위상·교육·행정·재정 등 산적해 있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 관해 방향성을 제시해 주셨다. 그 방향성을 토대로 실행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학술 탁월성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으로 이사장과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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