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의 문제의식, 기술과 융합연구로 과학기술분야 연구사업 선정

2025~2021 사회과학의 문제의식, 기술과 융합연구로 과학기술분야 연구사업 선정

작성일 2024-07-12
미디어학과 최수진 교수가 한국연구재단의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에 선정됐다. 최 교수는 OTT 사용자의 이용 패턴 예측 모델의 알고리즘을 제안하는 연구를 기획했다. 사회과학계열 연구자가 융합연구로 과학기술분야 사업에 선정된 사례다.


미디어학과 최수진 교수,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 선정
OTT 사용자 이용 패턴 예측 모델 알고리즘 제안 연구
경험재인 콘텐츠의 추천 기술, 인문·사회학 시선으로 이론적 공백 채워


미디어학과 최수진 교수가 한국연구재단의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창의적·도전적 연구를 지원해 기초 연구를 강화하고, 우수 연구자를 양성해 과학기술 미래 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사업이다. 최 교수는 ‘일반 시민들의 동영상 콘텐츠 이용 패턴 예측을 위한 네트워크 모델링’ 연구를 기획해 3년간 3억 원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이 연구는 사회과학과 컴퓨터공학의 융합연구인데, 사회과학계열 연구자가 융합연구로 선정된 점이 특별하다. 최 교수를 만나 융합연구를 기획한 이유와 연구 계획 등을 들었다. <편집자 주>


“지원 규모 큰 과학기술분야 사업 선정으로 대규모 연구 수행 가능해져”
Q.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 선정 소감을 듣고 싶다.

한국연구재단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인문·사회계열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이공계열이다. 나와 같은 대부분의 인문·사회계열 연구자들은 교육부 과제를 수주하고 있어, 이번 사례는 드문 일이다. 인문·사회계열의 연구자가 단독으로 수주할 수 있는 중견연구자지원 사업의 경우, 2천만 원이 최대 금액이다. 이에 비하면 이공계 분야의 상한선이 훨씬 높다. 연구 지원금은 연구의 규모를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큰 규모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된 점에서 뿌듯한 성과다.

Q. ‘일반 시민들의 동영상 콘텐츠 이용 패턴 예측을 위한 네트워크 모델링’ 연구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연구는 기본적으로 OTT 이용자 관련 연구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24년도에 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7,055명 중 77%가 OTT를 사용하고 있고, 이는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OTT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은 확실하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등 OTT 서비스는 콘텐츠 이용 목록, 평점, 리뷰와 같은 온라인 지표를 활용해 이용자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러한 추천 기능은 기술적 접근법이다.

콘텐츠는 경험재다. 일반 상품과 다르게 이용자가 직접 경험해야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의 소비 경향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과거에 스릴러 장르를 보던 사람이 다음 콘텐츠로 스릴러를 선택하지 않거나, 추천된 콘텐츠를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기대를 많이 받는 작품의 성과가 좋지 않거나 반대의 경우가 쉽게 발생하는 이유다.

이러한 콘텐츠의 특성에 따라 이용자 그 자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공계 분야의 연구에서는 소외됐던 대상이다. 이용자의 특성을 잘 살펴야, 더 적확한 콘텐츠 추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인문·사회계열 연구자로서 이러한 이론적 공백을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Q. 이전의 연구에서도 뉴스 소비를 이용자 입장에서 분석했다. 이용자라는 대상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 자신도 이용자이다 보니, 이런 관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과거에는 콘텐츠와 정보 생산 주체가 방송사나 신문사 등으로 한정적이라, 그들이 생산한 소수의 콘텐츠를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수용자’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수많은 정보가 난무하는 지금의 시대에는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선택’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이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콘텐츠는 다른 수많은 콘텐츠에 둘러싸여 조용히 사라진다. 이렇듯, 더 이상 수용자가 아니라 이용자로서 그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이용자를 연구 대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최수진 교수는 연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컴퓨터공학 연구자들이 인문·사회학적 사고와 분석법에 갖는 관심을 확인했다. 기술적 문제에만 천착하지 않고, 이면에 담긴 행위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노력들이었다.


인문·사회학적 사고·분석법 강조하는 공학 계열의 문제의식 융합연구 가능성 높여
Q. 이번 과제 선정의 의미가 있다면 무엇인가.

연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캐나다 마운트 로열 대학교(Mount Royal University)의 랜디 코놀리(Randy Connolly) 교수가 쓴 ‘컴퓨팅이 사회과학에 속하는 이유(Why computing belongs within the social science)’라는 기고문을 봤다. 컴퓨터공학 연구자가 모델링이라는 기술에만 집중하지 않고 인문·사회학적 사고와 분석법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다. 컴퓨터공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을 알게 된 사례였다. 이번 연구는 아니지만 스위스 로잔대학교(University of Lausanne)의 컴퓨터공학 전공 교수님과 공동 연구를 논의하고 있다. 제 특강을 듣고 큰 관심을 보였다. 사회문제와 사회과학적 연구방법론에 학문적 흥미를 느낀다는 인상이었다. 한국과 스위스의 미디어 환경에 관한 글로벌 연구와 더불어, 인문·사회계와 이공계 전공자 간의 융합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과학자로서 ‘사회과학이 컴퓨팅을 수용하는 이유(Why social science is embracing computing)’에 대해 설명하고 싶다. 그간 샘플링을 바탕으로 한 설문조사나 소규모의 실험 등 전통적인 사회과학연구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탐구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주로 인지 데이터에 속한다. 설문에서 ‘유튜브를 하루에 5번 이용한다’라고 응답한 답변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용 빈도다. 실제 이용 횟수는 다를 수 있다.

이 과정에 빅데이터 보다 정확하게 ‘디지털 로그 데이터(Digital Log Data)’를 활용한다. 인지 데이터가 아니라, 응답자의 접속 일시와 이용 콘텐츠 내용 등 매우 세세한 행위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 이 행위 데이터를 모델링할 때 통계적 확률에 기반한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과 딥러닝에 기반한 컴퓨테이셔널 연구 방법을 모두 활용한다. 사회과학적 접근은 현상에 대한 설명을 컴퓨테이셔널 접근은 예측을 가능케 한다.

디지털 로그 데이터는 기록화된 데이터로서 행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행위의 원인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왜 그러한 행위를 했는가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설문과 같은 기존의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사회과학자적 문제의식과 전통적 사회과학 연구 방법에 대한 지식, 컴퓨테이셔널 방법에 대한 지식을 융합한 연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사업 선정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문제의식과 연구 방법의 필요성을 인정받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연구 과제 수행으로 학문 후속 세대 양성, 향후 국제학술대회 참여 기대
Q. 연구진의 구성이 ‘다양한 학문 분야의 학내 학·석·박사 학생과 외부 이공계 전문가’라고 하는데, 구성에 대해 궁금하다.

연구 과제는 단독 과제다. 교수급 연구자는 혼자다. 지도하고 있는 박사 과정생 1명과 석사 과정생 1명, 사회학과의 학부생 1명을 포함해 총 4명이 연구에 참여할 예정이다. 향후 이공계 분야와 경영대학 학생들을 추가할 계획이다. 연구하며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자문이 필요한데, 이는 국내외 연구자들께 부탁하려 한다. 현재 그 후보군을 추리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로잔대 교수님도 후보군 중 한 분이다.

학생들에게 융합연구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연구진을 꾸리기로 했다. 학부생들이 학문적 흥미를 느끼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례도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연구자의 생활을 미리보기처럼 보여주고 싶다. 최근 호주에서 개최된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에 다녀왔는데, 다른 대학의 학생들이 발표하는 모습을 봤다. 우리 학생들도 충분한 역량이 있는데, 기회가 없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번 연구의 결과가 나올 즈음에는 학생들이 함께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발표할 수 있다면 좋겠다.

Q.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설명 부탁드린다.
연구팀은 거의 완성 단계로 첫 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들을 학문 후속 세대로 성장시켜 계속 연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면 좋겠다. 학생들의 전공지식과 데이터 분석 능력 등을 토대로 이들을 프로젝트의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논문의 저자로 참여시키는 과정을 상상하고 있다. 해외 학회 발표도 같은 과정이다.

이공계열의 연구는 대부분 기술적 접근이다. 모델링을 하고, 해당 모델의 퍼포먼스를 평가한다. 이러한 과정에 인간을 넣고 싶다. 이용자에 따른 차이 같은 요소다. 이용자에 관해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하려 한다. 이공계의 기술에 이용자의 특성이 반영되면 더 적확한 콘텐츠 추천이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도 사회과학자로서의 문제의식을 토대로 사회과학적 접근만이 아니라, 이공계적 접근을 활용해 학문적으로 의미 있고 실천적 연구 결과를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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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 교수 홈페이지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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