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1 “환자의 고통 줄여, 삶의 질 높일 것”
한의과대학 고성규 학장, 제52회 보건의 날 근정포장
보건정책과 보건산업 발전 기여 공로 인정받아
한의과대학 고성규 학장이 제52회 보건의 날을 맞이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수여하는 근정포장(勤政褒章)을 받았다. 그동안 연구와 교육에 더해 학술단체와 정부 위원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고 학장은 보건정책과 보건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 학장을 만나 그동안 펼쳐온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 소감 등을 들었다. <편집자 주>
고 학장은 2002년부터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닌다. 체력이 좋아야 일과 내면의 안정감이 생긴다는 소신으로 시작한 일이다. 취미로 시작한 마라톤에도 꾸준하다. 메이저 대회 풀코스를 11회 완주했고, 그 사이에는 56K 제주트레일런, 혹서기마라톤, 울트라마라톤 등에도 참여했다. 건강한 삶과 고통 없는 삶은 그가 본인과 지인, 환자 등에 강조해 온 가치인데, 고 학장에게 이번 근정포장은 그 가치를 인정받은 일이다.
경희에서 경희의료원 동서의학연구소, 대학 생명윤리심의위원회, 동서의학연구소장 등 거쳐
Q. 제52회 보건의 날 근정포장을 받았다. 소감을 듣고 싶다.
그동안 연구와 교육, 창업, 대내외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고, 그에 대한 인정으로 생각한다. 포장은 훈장 다음 상훈의 정부포상으로 극히 소수에게만 수여된다는 점을 알게 되니 더 영광이다.
Q. 근정포장은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가 있다. 연구자와 보건전문가의 역할을 평가받은 것인데,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설명해 달라.
연구자로는 1995년 상지대학교에서 교수로 임용됐고,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서울대학교 임상시험센터와 서울대 의과대학 암연구소에서 방문교수를 했다. 2005년에 경희대에 오게 됐고, 2008년에 미국 엠디앤더슨 암센터에서 암 관련 신약개발연구를 수행한 이후 암연구와 보건정책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이번 근정포장에 반영된 업무들은 주로 보건 분야로 그중에는 경희의료원 동서의학연구소와 대학의 생명윤리심의위원회 및 한림원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 2016년부터 동서의학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동서의학연구소의 활동은 국외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였다. 한의학에 관한 해외의 관심이 크다. 의학 분야의 최정상급 대학들이 관심을 보였고, 교류 활동을 펼쳐왔다. 동서의학연구소는 국제보건기구(WHO)의 전통의학협력센터에 9회 지정됐다. 서태평양지역본부 소속으로 국제교류의 가교역할을 해왔다. 개도국에는 해당 국가 의료인을 위한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국의 의료와 한의학을 알릴 기회도 생겼었다.
경희대 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표준작업지침서를 준비하면서 기초작업을 했고, 위원장으로도 일했다. 총장 직속 기구인데, 인증평가를 2번 받았다. 인증 과정에서 대학 단위에서는 가장 잘 준비된 대학이란 평가를 받았다. 대학 차원에서 잘 준비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영광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다. 제 기억으로는 경희대와 한의계 전체에서 현직 교수로는 유일한 일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정회원이기도 한데, 한의사 1호의 의미도 있다. 공학한림원으로는 몇 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Q. 국제보건 발전 외에 국내에서의 활동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
보건정책 수립과 국가연구개발 관련 활동에 참여했었다. 가장 최근에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 생명의료분야 전문위원으로 우리나라 연구개발예산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여러 정부출연연의 민간평가위원으로 활동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정책위원회, 식약처 국제개혁위원회,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비상임이사,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등의 보건의약 위원회 활동을 지속해서 해왔다.
연구자로서도 268편의 해외논문을 발표했다. 저는 여럿이 함께하는 다기관 임상연구와 인체시료를 활용한 중개연구를 주로 한다. 지금은 일반적인 형태지만 처음 연구를 시작하던 시점에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2014년에 BK21 플러스 사업에 한의과학사업단으로 선정됐었다. 한의약 세계화를 강조하는 당시의 흐름에 맞춘 연구로 19명의 교수가 참여했다. 10여 개의 상급종합병원과 공동 연구도 기획했었다. 한의학뿐만 아니라 의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진 50여 명이 참여했는데, 출범 회의를 열었던 순간도 기억난다.
연구 성과를 꼽아보자면 천연물 항암제 관련 연구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 항암제를 쓰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줄고, 독성이 늘어난다. 천연물 기반 의약품이지만 분자표적이 명확하면서도 유효성을 가졌고, 독성이 적어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이런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2017년에 ‘재인알앤피’라는 기업도 창업했다.
암 환자 고통 줄이기 위한 연구, 창업으로도 이어져
Q. 연구 성과가 창업으로 이어졌다. 창업에 관해 더 듣고 싶다.
매년 신규 암 발생자는 25만 명 정도 된다. 이중 말기 환자는 8~9만 명이다. 암 정복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들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싶었다. 거의 20년 정도 항암제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창업도 이러한 경험이 쌓인 후 결정한 것이다. 개발한 약품은 단독·병용 요법으로 모두 개발하고 있다. 경구용 천연물 항암제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임상시험계획(1상)을 승인받았다. 임상 1상을 진행하면서 환자 40여 명에게 투약도 했는데, 경구용 천연물 항암제 중에는 유일한 일이다.
재인알앤피는 홍릉강소특구에 입주해 있다. 홍릉강소특구는 모두 아시다시피 2020년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한 서울지역 유일의 강소 연구개발특구다. R&D 역량을 살려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바이오·의료 산업 클러스터로 발전하기 위한 공간이다. 이 홍릉강소특구 입주 기업 연합체인 ‘H 클럽’의 회장사를 맡고 있다. 180개 입주 기업을 대표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본사를 우리 대학의 서울바이오 산학협력센터로 옮겼다. 개인적으로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싶다. 표적치료와 면역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 환자들이 생을 편안하게 연장하고 마칠 수 있는 결과를 얻고 싶다.
Q. 여러 역할을 맡아왔고, 지금은 한의과대학의 학장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다.
일을 즐기는 성향이고, 항상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일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고 웃음도 많다. 주변에서 ‘뭐가 좋아서 매일 웃냐’고 물어올 정도다. 학장이나 기업의 대표는 판단을 빠르게 해야 한다. 결정을 빠르게 하는데, 그 기반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으로 믿는다.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금방 잊는다. 한 가지 일이 끝나고 나면 복기하긴 하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으려 한다. 일이 잘못되는 경우들도 있는데, 그때도 최대한 짧게 그 상황 이후와 해결책을 떠올리려고 한다. 미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원칙도 있다. 회식과 같은 술자리가 종종 있는데, 2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다 바쁜 사람들인데 길게 끌 필요도 없다(웃음). 운동도 빼먹지 않는 중요한 일이다.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고, 마라톤도 꾸준히 하고 있다. 42.195㎞ 완주도 여러 번 했는데, 춘천마라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의 중요성을 더 느끼고 있는데, 체력 관리를 해야 연구와 다른 일들에도 열정을 갖고 임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좋은 성과들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체력이었던 것 같다.
Q. 향후 계획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린다.
한의학을 기본으로 통합의학 구현이 개인적 목표다. 한의학 박사 이후에 의학, 분자 생물학과 종양 생물학 등의 박사도 받았다. 미국 엠디앤더슨 암센터에서 암 관련 연구를 수행했고, 이후에도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2022년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으로 선출됐는데, 한의학계에서는 최초의 영광을 가진 연구자라는 소명 의식이 있다. 이번 근정포장으로 그간 제 역할을 잘 해왔다는 인정을 받은 것 같다. 올해 9월에 제주에서 1,000여 명이 참여하는 국제 학술대회가 열린다. 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학술대회인데, 한국을 대표해서 기조연설을 하기로 했다.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런 일들처럼 향후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한의과대학 학장으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대학에 봉사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서 경희와 한의과대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