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1 2024년 고황연찬회 - ‘학문과 평화’의 길 2024
법인·대학 세션, 이사장 간담회 등 사흘간 개최
설립 정신·전통 바탕으로 법인과 대학의 책무·행정체계 공유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대학다운 미래대학, 학문과 평화의 ‘지구적 존엄(Towards Global Eminence)’ 여정 이어가길 바란다”
경희학원이 <2024년 고황*연찬회 - ‘학문과 평화’의 길 2024>를 3월 27일(수)부터 29일(금)까지 사흘간 개최했다. 법인은 대학 17대 총장 임명식에 연이어 고황연찬회를 진행해 신임 총장과 부총장단, 교무위원이 경희의 설립 정신을 이해하고, 학술의 탁월성과 공적 기여를 도모하는 ‘대학다운 미래대학’의 책무 의식을 다질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이룬 성취보다 더 큰 미래 만들어 내는 것이 보직자 소임”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2007년 첫 연찬회 기억을 떠올리면서 보직자의 책무를 되새겼다. 조 이사장은 2006년 11월 24일 대학 총장 취임 후, 교무위원과 교수, 직원, 학생 대표, 법인 관계자가 참여하는 연찬회를 추진했다. 이듬해 1월, 5박 6일 일정으로 열린 연찬회를 통해 구성원이 함께 힘을 모아 대학의 대도약을 이뤄내자는 결의를 다졌다. 조 이사장은 “그런 자리를 마련했던 이유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위상이 세계 500위권 밖이어서 세계대학 평가에서 제외됐다. 국내 대학평가에서는 2003년 위상 부문 16위, 연구 부문은 30위권 밖이었고, 2006년에는 대학 위상 9위, 연구 부문 15위에 머무는 등 실망스러운 결과가 이어졌다. 위기의식에서 ‘대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미래를 향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가능성을 모색했다. 비전을 재정비하고 목표와 전략을 세워 구성원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 4~5년 만에 국내외에서 가장 빠르게 도약하는 성취를 이뤘다. 보직자 한 분 한 분이 치열한 문제의식과 함께 사명감,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 줬기에 가능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모든 보직자가 ‘총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때 대학이 도약할 수 있다. 설립 정신과 전통을 이해하면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기관의 역사성 속에서 오늘을 살피고 내일을 창조해야 한다. 보직자는 경희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야 할 책임, 현실과 미래를 성공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 다음 주자에게 더 훌륭한 결과를 남겨줘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과거 경희가 이룬 성취보다 더 큰 성취를 이뤄내는 것이 보직자의 근본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가 1954년 5월 학장 취임식에서 밝힌 목표인 ‘세계적인 대학’에 담긴 역사성과 의미를 공유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이 목표의 의미는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을 추구하는 대학 본연의 책무와 함께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는 실천적 책무를 다하자는 것이다. 대학의 학문적 소임을 다하면서 그 소임이 미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교가의 노랫말에도 그 의미가 담겨 있다. ‘온오한 학술연구’, ‘진리 추구’, ‘평화 위해 싸우세’를 말한다.
조 이사장은 “경희의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우리 목표는 결국 인류문명의 진전을 위한 공공선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서 “인류사, 문명사적 차원에서 지금처럼 험난한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공공선이 절실한 시대다. 학문적 탁월성에 더해 미래 사회에 기여하는 공헌의 토대를 굳건히 만들어 가는 ‘대학다운 미래대학’의 여정을 이어가길 바란다. 교무위원 한 분 한 분이 그런 마음 자세로 경희학원 정관이 규정하고 있는 대학의 ‘교무 행정 책임’과 ‘일상 경영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주시기 바란다. 각별히 어려운 시기지만, 함께 지혜를 모아 전환 국면을 위한 도전적 노력을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전승화 철학, 전환·위기시대 사는 우리 삶에 깊은 울림 준다”
고황연찬회는 △법인 세션 △대학 세션 △신임 교무위원 임명장 수여식 △이사장 간담회 순으로 열렸다. 법인 세션은 첫째 날 진행됐다. 경희학원의 설립 정신과 철학을 확립해 온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법인과 대학의 역할과 책무, 행정체계를 공유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에 앞서, 설립자의 사상과 철학을 담은 영상을 함께 감상했다. 설립자는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격동기에 상생과 평화의 미래를 찾아 나섰다. 그의 세계엔 우주와 인간, 인간과 문명을 아우르는 시선이 있었다. 우주적 본성의 초연결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의지적, 의식적 노력이 만들어 내는 창조적 가능성을 포괄했다.
설립자는 존재와 현상, 정신과 물질, 초월과 생성이 자연의 이법(理法)에 따라 결합해 하나의 세계, 전일의 우주를 이룬다고 생각했다. 통합적이고 융합적인 생성의 원리로 우주를 바라봤다. ‘이 세상에 홀로 있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연결돼 있다. 우주의 이치는 평범한 모든 것 안에 있다’는 주리생성(主理生成)의 관점이다. 그는 우주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움직임과 동시에 다른 쪽에서 보면 의식의 작용에 의해 작동한다는 것도 설명했다. 이것을 주의생성(主意生成)으로 정리했다. 설립자는 주리생성과 주의생성이 작동하는 작용과 기능의 원리를 전승화(全乘和)로 설명한다. 이것은 경희 설립의 철학적 토대가 됐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신진숙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부원장은 ‘문화세계의 창조 - 경희의 가치와 철학’을 주제로 경희의 설립 정신이 이 시대에 전하는 함의를 공유했다. 신 부원장은 “전승화는 우주사회를 변화와 생성의 네트워크로 바라보는 전일사관(全一事觀)의 관점이다. 우주의 이치와 인간의 창조적인 의지 작용,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진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상호작용과 거대한 인과관계가 완벽하게 궁극의 조화를 이뤄가는 가장 아름다운 상태, 그것이 ‘평화의 상태’이자 ‘문화세계의 창조’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화세계 창조’의 철학적 토대가 된 전승화와 주리/주의생성론은 설립자가 가져온 근원적 질문 ‘왜 문명이 발달할수록 문명 파괴적인 상황으로 나아가는가. 나아가 그 해결의 실마리는 무엇인가’와 연결된다. 신 부원장은 “그런 맥락에서 전승화 철학은 분명한 문명사적 함의를 지니며, 그것은 전환과 위기의 시대를 사는 오늘 우리의 삶에 더 깊은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학문과 평화’ 계승하면서 새로운 전환문명의 과업 설계해 온 경희
두 번째 발표의 주제는 ‘경희가 걸어온 전환문명의 여정 - 경희학원의 역사와 전통’이었다. 최관호 법인 특보는 설립 정신 ‘문화세계의 창조’와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이어오며 더 나은 인류문명 건설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경희의 여정을 소개했다.
경희는 한국전쟁 중에 인간의 인간적인 미래를 염원하며 ‘문화세계의 창조’를 꿈꿨다. ‘학문과 평화’는 경희 역사의 원천이다. 경희는 ‘문화세계의 창조’, ‘학문과 평화’ 정신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전환문명의 과업을 설계해 왔다. 지난 세기부터 이어져 온 전쟁 위기에 더해진 기후, 핵, AI, 사회 양극화, 지구적 분열 정치의 문제 등 문명사적 복합위기를 타결할 평화의 실마리를 찾아 나섰다. 전환시대 교육을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의 지도도 구상했다. 그 결실로 인간과 지구 문명을 전일적으로 탐색하는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했다.
최 특보는 “앞으로도 경희는 역사의 현실 위에서 지구와 지구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면서 미래의 새 장을 열어갈 것”이라며 “우주적 존재로서 인간의 가치를 직면하고, 지구적 난제를 풀어갈 의식의 지도성을 수렴하고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인류의 빛이 되길 희망한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기회 포착, 위기 대처 위해 ‘법인/각급기관 일관 행정체계(안)’ 수립
이어서 이명웅 준법감사원장이 ‘법인 정관과 학원 경영’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립학교법과 경희학원 정관 등 관계 법령에 따르면, 법인은 산하 각급기관을 대표하는 법적 주체다. 학원의 설립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산하 각급기관의 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역할과 책임을 지닌다. 기관장과 보직자의 역할과 책임은 경희의 가치와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면서 △경희 가치 △위상 △인사 △재정 △글로벌·공공 협력 등 5대 영역에서 기관 경영의 탁월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정관의 위임과 법령의 범위에서 일상 행정 및 현장 경영 책임자로서의 책임을 이행해야 할 책무도 지닌다.
마지막으로 유환철 법인 본부장이 경희학원의 운영 방식에 관해 설명했다. 앞서 살펴봤듯이 경희학원은 관계 법령이 명시한 책무에 따라 종합학원 체제를 유지·발전시키는 법적 주체다. 이에 따라 각급기관의 경영 실태를 조망·점검하고, 이사회를 개최해 관련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이사회는 정관 및 관계 법령상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경상 의제를 다루면서 새로운 의제를 생성한다. 기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희의 가치 구현과 경영 탁월성 제고, 시대 변화 대응, 기관 성과 지향 도출을 목적으로 하는 미래지향적·창의적 의제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사회와 법인의 활동 목적은 경희의 가치에 기반한 기관 운영의 탁월성, 미래 지향성에 있다. 이를 위해 법인은 학원 산하 각급기관의 안정적, 역동적 발전을 목표로 위기와 기회 요인을 관리하고, 각급기관의 더 큰 미래를 위해 국내외 선도 기관의 경영 프레임워크를 심층 연구해 왔다. 그 결과, 법인/각급기관 일관 행정체계(안)을 수립했다. 경희학원의 목표와 운영 기조를 기반으로 법인과 각급기관이 상시 소통해 이사회의 권고와 주문 사항, 기관 의제를 함께 다루면서 학원의 지속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일관 행정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사회가 대학에 권고한 도전 과제 이행 방안 중심으로 발표·논의 이어져
둘째 날에는 대학 세션이 진행됐다. 이사회가 대학 신임 총장 재임 기간의 과제로 권고한 ‘인류의 미래, 새로운 도약 위한 경희대학교 리더십의 도전 과제’ 이행 방안을 중심으로 발표와 논의가 이어졌다. 이사회는 경희학원의 설립 정신, 전통과 함께 전환시대가 요청하는 고등교육·학술 기관의 새로운 가치 구현을 포함해 △위상 △인사 △재정 △글로벌·공공 협력 △Space21 후속 사업 △거버넌스 △구성원 소통 △경희학원 이사회 협력과 관련해 도전 과제를 권고한 바 있다.
도전 과제를 기반으로 김진상 신임 총장은 목표와 추진 방안을 담은 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위상, 교육, 연구, 산학협력, 재정 분야에서는 부총장단과 기획조정처장의 발표를 통해 현황과 혁신 방향을 공유했다. 대학은 전환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독창적 미래대학으로의 도전 의지와 함께 인류와 대학의 미래를 향해 빠르게 도약했던 잠재력을 회복해 퀀텀 점프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마지막 날에는 신임 교무위원 임명장 수여식과 간담회가 개최됐다. 조인원 이사장은 지은림 (서울)학무부총장(교육대학원 교수), 김종복 대외부총장(문과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 박한규 국제대학원장 겸 국제대학장(국제대학 국제학과 교수), 윤여준 서울 교무처장(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홍인기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전자정보공학부 전자공학과 교수)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전체 교무위원들과 간담회를 이어갔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하고, 헌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간담회는 사회를 맡은 정종필 기획조정처장의 질문으로 시작했다. “2007년 연찬회 이후 대학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QS 세계대학평가에서 2007년 500위권 밖에서 2011년 245위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2012년에는 학계 평판도 점수가 이례적으로 올랐다. 앞서 이사장님께서 구성원이 합심해 이룬 결과라고 하셨는데, 그 과정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조 이사장은 “당시 대학의 존재 이유를 다시 살피면서 교육과 함께 연구의 깊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회고하며, 2007년부터 대학이 펼친 다양한 정책과 노력을 소개했다. 우선 학생 수 대비 교원 적정 규모를 산출해 국내는 물론 해외 대학의 훌륭한 교수를 적극적으로 초빙했다. 정년 연장, 청원 연구년, 경희 Fellow 제도 도입, 교원과 학생 연구 지원금 대규모 확충, ‘Space 21’ 1단계 사업을 통한 교육·연구 인프라 신축 및 개선 등 ‘대학다운 미래대학’ 건설을 위해 적극적으로 제도를 신설했다. 또 다른 편으론 경희의 전통과 가치를 확장하기 위해 유엔,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기구, 유엔NGO협의체(Conference of NGOs), CIVICUS, UN DPI/NGO, UNAI(UN Academic Impact) 등의 국제사회, 세계 명문 대학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했다. 당시로선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교양 대학인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신설했다. “사실상 경희의 더 큰 미래를 위해 당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대학 행정에 옮기려고 노력했다”고 조 이사장은 설명했다.
그 결과, 연구와 교육, 경희 가치의 선순환 기반이 마련됐다. 훌륭한 교수진 충원으로 국책과제, 산학협력 등 연구 성과가 늘면서 재정 규모가 확대됐다. 연구 성과는 교육에 반영됐고, 학생들의 국제사회 진출도 활발히 이뤄졌다. 후마니타스칼리지 설립·운영은 경희의 학계 및 사회적 평판에 도움이 됐고, 위상 변화에 따른 재정 수입은 연구와 교육에 재투자돼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조 이사장은 “대학의 가치, 교육, 연구, 행정, 글로벌·공공 협력, 재정 등 대학의 모든 분야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런 기관 경영의 전일적 측면을 이해하면서 방법을 고민하면 시너지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다음으로 김진상 총장이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설립 초 경희의 역사와 개교 60주년을 기점으로 달성한 경희의 위상은 바츨라프 하벨(Vaclav Havel)의 말처럼 ‘불가능의 예술’의 전범이 아닌가 한다”는 생각을 밝힌 후, “이사장님께서 총장 취임식에서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사유와 실천 세계를 들려주셨는데, 그가 체제에 저항하고 의식 혁명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도권 교육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경험과 학습이 있었을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하벨은 ‘초월의 가능성’, ‘불가능의 예술’을 말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무한 우주의 넓은 가능성과 원천을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의식과 양심(conscience)을 발전시키고, 그 길을 찾고자 분투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하는 삶, 그런 목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하면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이 된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헌신하는 노력은 삶과 기관의 모든 영역에서 대단히 중요해 보인다”고 강조하면서 “이 실천적 과업은 이미 경희의 역사에도 오랫동안 자리 잡아 왔다. 1954년 ‘세계적인 대학’을 향한 비전을 선포하고, 경희 특유의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당시는 휴전 직후로 전 국토가 폐허나 다름없었고, 한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경희가 가진 것이라곤 막대한 채무와 허허벌판 황무지였던 지금의 서울캠퍼스 부지, 세 채의 임시 교사가 전부였다. ‘세계적인 대학’은 불가능에 가까운 꿈이었다. 그러나 경희는 아무것도 없던 이곳에서 100년 후를 내다보며 캠퍼스 건설에 착수했다.
“교육은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란 관점으로 접근해야”
계속해서 미래 교육, 교원 채용, 단과대학 발전 등 현안에 관한 조언을 요청하는 질문이 있었다. 지은림 부총장은 “최근 대학 사회에 무전공 입학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학과 간 장벽 없는 교육이 필요한 시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사장님께서는 오래전부터 포월(包越)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벗어나고 넘어서고 포괄하는 사유와 실천 세계를 위해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해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 교육도 시작했다. 지금 시대에 강조되는 교육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미래 교육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조 이사장은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개인적으로 미래학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대학 시절에 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이신 이원설 교수님, 시인이신 조병화 교수님 등 다른 학과 교수님의 강의를 청강했다. 그때 정치학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고 느꼈다. 틀 지워진 사고, 구조화된 관념에서 벗어나 열린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미래 교육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금은 기후 재앙의 시대, 외계 지적 생명체와 조우할 미래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들려오는 시대다. 미래세대가 겪을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교육은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는 미래세대가 살아갈 미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란 관점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학문 간 소통, 교류를 적극적으로 열어가면서 새로운 방법과 길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쌓아온 학문적 전통을 지켜나가는 한편, 스스로 자신과 세계, 미래의 열린 가능성을 고양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인과 대학이 학술 탁월성 지원하는 재원 확보 위해 노력해야”
이은열 공과대학장은 “이번 연찬회는 ‘대학 발전의 퀀텀 점프를 이뤄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는 소회를 전한 후, “목표 달성을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 석학, 우수 교원 확보인 것 같다. 이와 함께 경희의 미래를 책임질 신진 교원을 전략적, 상시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교원 채용과 관련된 철학 공유를 요청했다.
조 이사장은 “교원 연간 채용 규모와 분야는 대학에서 계획을 수립해 보고하면 이사회에서 승인하는 절차를 따르는데, 대학의 교원 충원율이 50~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원 채용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교원 채용은 대학의 탁월성 함양을 위한 분야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시대와 미래가 요청하는 분야, 교수와 학생 비율, 전임교원 확보율, 국내외 주요 정책 환경 변화 등 여러 사안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조 이사장은 경희가 10여 년 전 수립한 첨단 R&D 밸리 건립 계획을 언급하며 “시대와 미래세대가 필요로 하는 분야와 우리 대학의 특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첨단 R&D 밸리는 미래과학, 바이오·헬스, 인류문명, 문화예술, 사회체육 클러스터 등의 핵심 기능을 융합한 단지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연구 분야를 아우른다.
경희가 한참 도약하던 시기에 많은 교원을 영입했다. 한 해 100여 명을 초빙한 적도 있다. 당시 교원 총원은 1,480여 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1,380여 명이다. 100여 명이 준 셈이다. 적극적인 우수 교원 충원 노력이 필요하다. 경희는 10여 년 전부터 교원 상시 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그 제도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해선 선결해야 할 또 다른 차원의 과제도 있다. 바로 재정이다. 조 이사장은 “상황의 제약 속에서도 법인과 대학은 학술 탁월성을 지원하는 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책무가 있다”면서 재정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정상권 대학에 포진된 명문사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법인 출자 회사인 매니지먼트컴퍼니를 통해 자산을 증대하고, 대학은 특허 관리, 산학협력, 탁월한 평판과 명성을 가진 특수 및 전문 대학원(professional school) 운영, 비학위 과정 활성화, 공간·시설 활용, 전문적인 재정 투자, 적극적인 성금 및 기금 유치 등으로 대학 예산의 거의 대부분(약 80~90%)을 충당한다. 이를 위한 전문 행정인, 경영인을 육성하는 한편, 외부에서 기관 경영에 큰 성취를 이룬 전문 경영인도 적극 영입한다. 비교적 최근 국내 대학도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기술지주회사 설립, 부동산 유동화, 전문 기관 경영 기법 도입 등 재정 확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 이사장은 “대학이 재원 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결국 교육, 연구, 공적 실천의 탁월성, 구성원의 복지 증진이다. 그러나 재정 사업은 대학이 오랫동안 해왔던 교육, 연구와 다른 영역이다. 별도 조직을 구성해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 대학이 목표로 한 퀀텀 점프를 이뤄내기 위해선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법인과 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발전의 축을 설정하고, 학문 분야 간 협력, 의료기관, 경희사이버대학 등과 같은 경희학원의 여러 기관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협력의 기회를 크게 확장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 미래 위해 학과 간 벽 허물고 문호 활짝 열어야”
황윤섭 정경대학장은 “외부 환경이 급변하면서 인문학, 사회과학과 같은 학문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것 같다. 학문적 정체성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면서 정경대학을 비롯해 인문·사회 계열 단과대학의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조 이사장은 “인문·사회 계열 단과대학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 분야는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학과 간 벽을 허물고 문호를 활짝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한 후, 프린스턴 공공국제정책대학원(과거 우드로 윌슨 스쿨) 사례를 들려줬다. 이 대학원은 학제 간 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폭넓게 디자인할 수 있는 지적 활로를 열어준다.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경제학과, 철학과, 우주·물리학과, 수학과 등의 교수가 겸직(affiliation) 형태로 근무하며 학생들의 교육과 학습, 사회 진출을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 프린스턴대 학부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대학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학제 개편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한 교원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프린스턴대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분이 학부 때 경험을 들려줬다. 4년 기간 수강한 30과목 중에서 6과목만 화학 전공과목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우리하고 크게 다른 사례지만, 학부 교육은 여러 학과 수업을 자유롭게 들어가면서 학생 본인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마음이 결정되면 전공에 몰두하고, 나아가 희망에 따라 석·박사과정에서 전공의 깊이를 더해 갈 수 있다면 이상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전하면서 “대학은 미래세대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그 점을 마음속 깊이 담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도래할 미래가 무엇인지, 미래세대를 위해 어떤 학제를 운영할지, 이와 같은 물음과 함께 유연하지만 심도 있는 학습 체계를 구축해 가는 노력이 중요하리라 본다.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 본연의 모습을 되새기면서, 대학과 미래세대의 더 나은 미래, 경희의 오랜 전통인 ‘학문과 평화’의 Global Eminence를 열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법인은 경희학원의 설립 정신과 역사·전통을 바탕으로 법인과 각급기관의 미래를 준비하고, 업무 수행을 위한 경영과 행정상의 책임 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고황연찬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연찬회는 대전환과 대변혁의 시대를 맞아, 인류문명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도전과 창조의 길을 열어온 전통 위에 더 큰 경희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결의를 다진 자리였다.
고황*
경희는 1954년, 한국전쟁 중 피란지 부산에서 시작된 신설의 역사를 뒤로하고 서울캠퍼스 시대를 열었다.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는 지금의 서울캠퍼스가 자리하고 있는 천장산(천장산은 산세가 마치 하늘을 나는 봉황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고황(高凰)산이라고 불린다) 일대 30여만 평의 교지를 확보하고, ‘100년 후 경희, 세계적인 경희’를 그리며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곳에서 공부한 인재들이 봉황처럼 큰 뜻을 품고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라는 설립자의 간원이 담겨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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