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1 “인내와 공감, 진정성이 교육자의 기본기”
2023 경희Fellow(2) 교육 부문 수상자 의상학과 송화경 교수 인터뷰
AR 활용 강의 및 실무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구매해 학생 역량 강화
“학생 상담 과정에 치유의 감정과 교육자로서의 보람 느껴”
경희는 매년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탁월성을 보이는 교수를 공모해 경희Fellow(연구·교육)을 선정한다. 경희Fellow 제도는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 제고와 학문적 성취를 존중하는 대학 문화 조성을 위해 설립한 제도다. 올해 초 발표된 2023 경희Fellow(연구)에는 건축공학과 윤근영 교수,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이상민 교수가 선정됐고, 경희Fellow(교육)에는 의상학과 송화경 교수와 Post Modern음악학과 한경훈 교수가 선정됐다. 송 교수를 만나 교육 성과와 교육자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의상학과 송화경 교수는 강의평가 점수가 높은 교수다. 감염병으로 인한 팬데믹 기간에 시행했던 실습 강의의 경우에는 그 점수가 더 높았다. 송 교수는 교육자로서 ‘인내’, ‘공감’, ‘진정성’ 등의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인터뷰 내내 학생들에 대한 포근한 시선과 교육·연구자로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강의 방식 변경으로 팬데믹 기간 강의평가 점수 더 올라
Q. 경희Fellow(교육)은 교육 분야에서 경희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교원에게 수여한다. 선정 소감을 듣고 싶다.
제가 선정될 것을 생각하지 않아 뜻밖이었고, 무엇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교수님들이 많은데, 그분들을 대표해서 받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과거를 돌아봤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방향을 선택하려고 했다. 내면에서 힘든 마음이 들 때마다 교육과 학생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되는 방향을 선택해 왔는데, 이런 마음을 학생들이 알아준 것 같아 행복하고 감사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Q. 의복 패턴(설계)과 제작에 관한 강의를 수행했다. 어떤 강의인지 설명한다면?
담당한 강의들은 타입 1(전통적인 의상 제작)과 타입 2(3D 가상의류제작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의상 제작)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타입 1은 <평면패턴디자인 1, 2>나 <테일리링> 강의로 다양한 의상 아이템의 평면 설계도(패턴) 제작, 재봉틀을 이용한 봉제, 맞음새 체크 후 피팅과 의상 완성의 단계로 진행했다.
타입 2는 <테크니컬3D패턴설계>나 대학원 강의들이다. 앞선 타입 1의 과정을 3D 가상의류설계 소프트웨어(3D CLO)를 이용해 진행한다. 3D 파라메트릭 아바타나 실제 인체 스캔 아바타에 캐드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의상의 설계도를 가상봉제해 착장시킨다. 재봉틀로 하던 작업을 프로그램으로 작업하고 3D 패션쇼 같은 형태도 구현할 수 있다.
Q. 팬데믹 시기의 강의평가 점수가 월등히 높아졌다. 실기가 많은 강의인데, 팬데믹 시기의 강의 방식이 궁금하다.
첫 번째는 정말 열심히 했다. 설계도를 그리는 과정이라 설계도의 선을 자로 그리는 작업이 있다. 먼저 수업에서 제작했던 종이 평면 설계도를 축도했다. 이후에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해 설계도 선을 디지털화했다. 여기에 설계할 때 필요한 곡자나 직선자 등을 사진 파일로 제작해 평면 설계도 제작 단계에 맞춰 설계도 선과 도구(곡자나 직선자)들이 나타나도록 영상 강의를 제작했다. 실제로 강의를 듣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고 싶었다. 이때 제작한 자료들은 팬데믹 이후에도 사용하고 있다. 강의실 뒤에 앉은 학생들이 설계도의 선이 잘 안 보인다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강의 자료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강의하고 있다.
대면 강의가 힘들 때는 e-campu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매주 과제함을 만들어 학생들이 설계도를 사진 찍어 제출하게 했다. 태블릿PC를 활용해서 설계도 수정 부분을 표시하고 의견을 적어서 학생들에게 공유했다. 늦은 시간이나 새벽에도 최대한 즉시 피드백을 주려고 노력했다. 패턴 설계는 한 단계가 잘 마무리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단계 별로 최대한 바로 피드백했다. 힘들었지만 노력한 만큼 학생들이 만족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설계까지는 이러한 방식이 효율적이었는데, 재봉틀 사용법 교육은 조금 막막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복잡한 재봉틀의 구조에 대해서도 익히게 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현실 배경에 가상의 정보를 삽입해 사용자에게 실재감을 제공하는 영상 기술)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조나 의료, 건설 분야에서 교육·품질검증·진단·훈련 등을 위해 활용됐을 때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발표됐다. 따라서 AR 기술이 의복구성 분야에도 접목된다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첨단 기술 관심, 최초의 의복구성·제작 분야 AR 기반 교육용 콘텐츠 개발로 이어져
Q. 강의를 위해 증강현실을 도입한 점이 눈에 띈다. 증강현실 활용 과정의 설명을 부탁한다.
AR 기술을 강의에 접목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재봉틀 사용, 의복 패턴 설계 또는 피팅 점검 과정에서 실시간 원격 커뮤니케이션, 2D 패턴의 3D 의상 형태로의 구현 등 활용할 수 있는 분야들이 도출됐다. 의상학 분야에 관련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2022년도에 2개의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한국연구재단의 사업에 선정됐다.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인 ‘증강현실 기반 의복 핏(Fit) 솔루션 교육 시스템 개발’과 인문사회분야의 ‘AR(증강현실) 기반 의복구성 교육 콘텐츠 개발과 적용 연구’다. 국내외 의복구성·제작 분야에서 증강현실 기반 교육용 콘텐츠 개발 연구는 최초다.
이 프로젝트들의 결과물은 실제 강의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생활과학대학 306호에 있는 공업용 본봉 재봉틀과 오버록 재봉틀을 3D 스캐닝·모델링했다. 이를 증강현실 플랫폼에 적용해 재봉틀 사용법에 관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했다. 학생들이 AR 기기인 홀로렌즈뿐만 아니라 태블릿PC나 핸드폰을 이용해 QR코드를 인식하면 3D 재봉틀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학생들이 배우고자 하는 단계를 클릭하면 단계별 가이드가 나타난다. 실제 재봉틀과 3D 재봉틀을 정합시키는 것도 가능해 실을 제대로 끼웠는지 점검도 가능하다. 강의실만이 아니라 어디서든 학습할 수 있어 교육 효과와 만족도가 높았다. 이는 학부 독립연구와도 연계했고, 흥미를 느낀 학생은 대학원에 진학해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다른 학부 독립연구에서는 증강현실 원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활용했다. 학생들에게 패턴 제작, 피팅 등에 대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줄 수 있었다. 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실시간으로 3D 이미지에 직접 표시해 주며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AR 기술을 여러 방면으로 활용해 보는 과정에서 아직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향후 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Q. 강의의 수월성 확보를 위해 연구를 기획하는 사례에서 교육에 대한 열정이 보인다. 연구 기획과 함께 대학혁신지원사업 참여로 프로그램을 구매한 사례도 있더라. 이에 관한 설명도 부탁드린다.
팬데믹 이후 의류생산 분야에도 디지털화가 가속화됐다. 의류업체들은 3D 의류설계 소프트웨어를 패션디자인 개발 및 의류생산 과정에 도입해 3D 가상의류를 제작하고 전자상거래 및 가상패션쇼 등에도 활용하는 등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2D 캐드와 3D 시뮬레이션의 결합으로 보면 된다. 기업들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 대학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2019학년도부터 2020학년도까지는 제 개인 연구비를 활용했다. 처음에 6대의 소프트웨어를 마련했고, 이후에는 학과 예산과 LINC 사업단의 지원으로 2대를 추가했다. 총 8대는 전체 학생들이 실습하기에 충분치 않았다.
2022학년도부터는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참여했다. ‘SDGs 기반 사회적 가치창출 교육과정 선진화 사업’에 계획서를 제출했고, 사업의 수혜로 12대를 구입할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마련하면서 ‘테크니컬3D패턴설계’ 강의 수강인원을 15명에서 21명으로 증원할 수 있었다. 지난 2023학년도에는 같은 사업에 학과 교수님들과 함께 8개 강의와 2개의 콘테스트를 기획해 20대의 구독료를 확보해 수강인원을 40명까지 증원했다. 학생들이 3D 가상의류제작 소프트웨어를 다뤄봄으로써 취업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패션 브랜드 창업의 기반도 마련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
선택의 순간마다 학생 위한 방식 선택
Q. 다양한 활동들이 학생에 관한 관심을 대변하는 것 같다. 강의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밝힌다면?
개인적으로 자신감이 있는 성향이 아니고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일부 학생이 수업에 잘 따라오지 못하거나,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질문하는 경우가 있었다. 강의 내용을 다시 살펴보고 전달 방식의 질을 높여보려 했다. 학부생 때 학점이 좋지 않았다. 특히 재봉틀을 다루는데 두려움이 많았다. 제가 처음부터 잘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제 과목들을 접했을 때 어떤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는 예상이 잘 되고 공감이 돼 그에 맞춰 강의 내용을 촘촘하게 구성하는 게 장점이 된 것 같다.
최대한 학생들 입장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같은 내용을 계속 물어도 되도록 친절하게 답해주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학생들이 외롭고 힘들다는 마음을 갖는 경우가 많은 듯했다. 친절한 태도로 학생들을 대하는 점을 좋아해 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가 자녀들이 생기면서 처음 강의할 때와 달라진 점도 있다. 학생들을 가족처럼, 내 아이라 생각한다. 내 아이가 나중에 이런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대하고 있다. 교수로서 제 노력과 별개로 우리 학과 학생들의 실력과 성품이 좋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애정을 많이 느끼고 있다. 경희대에 임용된 지 12년 정도 됐다. 사실 처음부터 교수라는 직업을 좋아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긍정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으며 직업에 애정이 생겼다.
돌이켜보면 학부생 때 의상학 분야에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고, 잘하지도 못했다. 디자인, 마케팅, 소재 같은 분야보다 수학적 부분에 더 재능이 있었다. 그런 분야를 찾다 보니 의상학 분야 중, 의복 구성 분야를 선택하게 됐다. 이후에 뉴욕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로 가서 기초 실기부터 체계적으로 열심히 배웠더니 생각보다 잘했고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이후에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도 교수님께서 몸소 시연해 주시고, 단순히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연세가 많은 교수님이라 각종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시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축적된 통찰력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대해 제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적절한 정도로 지도하셨다. 저도 아직 부족하지만, 학생들에게 강의 시간에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Q. 경희Fellow(교육) 선정에 학생과의 소통 부분도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학생과의 소통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는가?
지금 세대의 학생들을 가르치기 어렵다는 인식들도 있는데, 저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특별히 다른 점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특히 학부생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온 열정 넘치는 순수한 상태다. 학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려 하고, 아직 미성숙하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변한 것은 바라보는 시선이지,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학생에게 마음을 쓴 일이 나에게 도움이 된 순간도 있다. 학생 상담을 하던 중에 개인적 일로 우울감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사실 저도 우울한 상황이었다. 정말 힘든 상황의 학생을 보며 나약했던 제가 부끄러워지며 최선을 다해 도우려 했다. 다행히 학생이 아주 좋아졌다. 이런 순간들을 겪으며 제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느꼈고, 저도 긍정적으로 회복됐다. 최근에는 마음이 우울한 학생들이 더 많이 있는데, 힘이 될 수 있다면 돕고 싶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교수로서의 보람이 아닌가 싶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경쟁하지 말고 즐겁게 공부하고, 긍정적으로 지내라고 이야기한다. 힘든 시간도 지나고 보면 모두 내 삶에 도움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학생들이 현재에는 그렇게 판단할 수 없더라도 자신이 살아가는 본질을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지냈으면 한다.
Q. 단순한 ‘가르치는 사람’을 넘어 ‘선생’이 될 수 있는 순간들인 것 같다. 향후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스스로 좀 지쳤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는데, 경희Fellow(교육)을 받으면서 새롭게 환기가 됐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교육하고 싶다. 교육자로서 마음을 잘 유지해서 지금까지처럼 학생을 대하는 교수가 되고 싶다. 또한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찾아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도 계속하고 싶다. 퇴임이 아직도 20년 정도나 남았는데, 몸의 귀찮음을 이유로 이로운 선택을 하지 않고 넘어가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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