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1 세계 상위 1, 2% 연구자와 총장 간담회
2023 HCR 및 최근 5년간 3회 이상 세계 상위 2% 연구자에 선정된 교원 초청
연구 역량 강화, 대학원 활성화 위한 제도적 지원 확대 요청
김진상 총장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화하면서 방법 찾겠다”
2023 HCR(Highly Cited Researcher, 세계 상위 1% 연구자) 및 세계 상위 2% 연구자 초청 간담회가 5월 22일(수) 청운관 교직원 식당에서 개최됐다. 연구처는 구성원의 학문적 성취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연구 위상과 융복합 연구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소통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해 8년 연속 HCR에 선정된 생활과학대학 임종환 고황명예교수와 최근 5년간 3회 이상 세계 상위 2% 연구자에 선정된 35명의 교원을 초청해 김진상 총장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HCR은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기업인 클래리베이트(Clarivate)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를 말한다. 클래리베이트는 최근 10년간 웹 오브 사이언스(Web of Science)에 발표된 논문의 인용 횟수를 기준으로 HCR을 선정한다. 세계 상위 2% 연구자는 엘스비어(Elsevier)와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공동 선정한다. 스코퍼스(Scopus)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22개 주요 학문 분야, 174개 세부 주제 분야에서 최소 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세계 연구자 중 논문 피인용도에 따른 영향력을 분석해 평가한다. 경희대는 2022년 45명, 2023년 57명의 세계 상위 2% 연구자를 배출했다.
“열심히 연구하는 분들께 대학이 어떤 형태로든 보답해야”
최근 5년간 3회 이상 세계 상위 2% 연구자에 선정된 교원은 임종환 고황명예교수를 비롯해 △공과대학 이경엽 교수, 윤근영 교수, 김형대 교수, 박민식 교수, 정재웅 교수, 이은열 교수, 김진수 교수, 유창규 교수, 민부기 교수 △한의과대학 김성훈 고황명예교수, 김형민 고황명예교수, 임사비나 교수, 이향숙 교수, 배현수 교수, 채윤병 교수, 엄재영 교수, 고성규 교수, 안광석 교수 △약학대학 김동현 고황명예교수, 이경태 교수, 이용섭 교수, 홍종기 교수, 장대식 교수, 임동순 교수 △생명과학대학 백남인 고황명예교수, 김대옥 교수 △의과대학 오인환 교수, 최삼진 교수 △전자정보대학 신현동 교수, 유재수 교수 △이과대학 장진 고황명예교수 △호텔관광대학 이충기 고황명예교수 △경영대학 권오병 교수 △치과대학 권일근 교수다.
간담회에서 임종환 고황명예교수는 “지난해가 HCR이 발표된 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2014년 HCR 배출 국가 순위에서 영국, 독일 뒤에 있던 중국이 미국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3년 기관별 HCR 수는 중국과학원이 미국 하버드대학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그 원동력이 궁금해서 살펴봤더니 혹자는 과학자 출신인 시진핑 주석의 결단과 막대한 지원 덕이라고 했다. 경희대에도 이공계 출신 총장님이 계시니 큰 기대를 걸어봐도 되지 않을까 한다”면서 향후 기대감을 전했다.
이에 김진상 총장은 “열심히 연구하는 분들께 대학이 어떤 형태로든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에 더 지원할 수 있도록 재정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연구와 교육 모두 공동체에 대한 영향력이 중요하다. 임종환 교수님은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 방안으로 주목받는 생분해성 포장재를 연구하시는데,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영향력 있는 연구가 아닌가 한다. 임 교수님처럼 사회에 공헌하는 훌륭한 연구를 하고 계신 교수님들이 대학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여러 학문 분야 교수님이 격의 없이 소통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오늘과 같은 자리가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 창의적 방법 찾아야”
세계 상위 2% 연구자에 선정된 교원이자 단과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임동순 약학대학장, 이은열 공과대학장, 고성규 한의과대학장은 소속 단과대학에서 HCR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전하면서 대학의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임동순 학장은 “약학대학 학장으로서 우리 단과대학에서 HCR이 배출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열심히 연구하시는 교수님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학이 지원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성규 학장은 “한의과대학 교수 9명이 이 자리에 함께했다. 한의과대학은 우리만의 특성을 살려 중개연구에 주력하면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동기 부여가 되고 함께 성장한 것 같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이 잘하는 연구자를 더욱 장려해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김진상 총장은 “행정적으로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후, 책 『대학의 영혼(대학은 어떻게 더 나은 인간을 만드는가)』에서 접한 사례를 소개하며 방향성을 제시했다. UC 버클리 수학 교수가 인종에 따라 학생들의 수학 성적에 차이가 생기는 문제를 공동체 문화를 변화시켜 해결한 사례였다. 그가 가르치던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아시아계 학생들이 가장 높고 다음이 백인, 흑인 순으로 나타났는데, 격차가 컸다. 흑인 학생들의 성적은 낙제 수준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그는 기존의 인종차별적 설명을 거부하고 학생들을 관찰했다. 그러던 중 방과 후 학습 태도에서 특이점을 발견했다. 아시아계 학생들이 커피숍에 모여 수업 중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함께 풀었던 것이다. 백인 학생들은 일부 그렇게 했고, 흑인 학생들은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관찰 결과를 토대로 흑인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자기 공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더니 인종별 수학 성적 차이가 확연히 줄었다. 다른 연구자들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미국 대학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높고, 흑인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낮은 것은 선험적 인식이다. 여기에 갇혀있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우리가 기존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한 김 총장은 “앞선 사례가 말하듯이 그동안의 사고를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 창의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 관찰과 대화가 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 행정 역시 이런 관점을 갖고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수님들도 연구하실 때 항상 기존 틀을 깨는 방향을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교수님들과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사 과정 중심의 대학원 활성화가 중요하다”
간담회에서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대학원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은열 학장은 “상위 2% 연구자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다. 7년 전부터 외국인 박사과정생을 받았는데, 그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내줬고 포스닥(박사 후 연구원)을 버클리대, 일리노이대, 미시간주립대, 홍콩과학기술대 등으로 갔다.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박사 과정 중심의 대학원 활성화가 중요하다”면서 우수 외국인 대학원생 유치 확대와 대학원 박사과정생 장학금 제도 혁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총장은 이에 공감하면서 “경희대는 20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우수 외국인 박사과정생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최근 타 대학에서도 외국인 박사과정생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인재 영입이 어려워졌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낮은 대학원 진학률 역시 개선해야 한다. 경희대는 대학원 진학률이 8~9% 수준으로, 국내 주요 10개 대학 중 최하위권에 해당한다. 박사과정생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지원 정책을 수립해 교수님들께서 더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희는 학술 진흥 문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임교수 정착 연구 지원, 융복합 중점 연구 지원, 미래 선도 신진 연구자 지원, 전문 저서 집필 지원, 예능·창작계열 연구 지원, HCR 연구자 지원, FWCI 우수 논문 지원, 전문학술지 논문 게재 지원, 고황명예교수 논문 게재 지원, 국제논문 영문 교열 지원, KHU-KIST 학연교수 국제논문 게재 지원 등의 제도를 두고 있다.
이날 임종환 고황명예교수에게 2023 세계 상위 1% 연구자 상패와 장려금 3천만 원을 수여했다. 상패에는 경희인상(팔선녀상)이 새겨졌다. 1969년 개교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경희인상은 창의적 노력·진취적 기상·건설적 협동이란 경희정신과 함께 끝없이 전진하고 비약하는 경희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교원의 비상과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로 경희인상이 상패에 새겨졌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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