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과학 분야 선도 위해,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 개소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 개소식 및 기념 강연 개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센터장 및 물리학과 김상욱 교수 강연 진행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ES가 경희대를 방문했다. 방문에 맞춰 그가 센터장을 맡는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의 개소식과 기념 강연도 개최됐다. 행사 시작 전에는 (구)이과대학 서관 3층에 마련된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의 현판식도 진행됐다.
김진상 총장 “게임 체인저 분야인 양자 분야, 연구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
개소식과 기념 강연이 개최된 크라운관은 청중이 몰렸다. 개소식은 △환영사 △축사 △센터 소개 △노보셀로프 미래과학인재상 수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김진상 총장은 환영사를 통해 “양자 분야는 게임 체인저 분야다. 노보셀로프 교수의 ES 임용과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 설립을 통해 경희대가 양자 연구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라며 “세계적 학자와 함께 연구센터 운영을 시작할 수 있어 뿌듯하다. 양자 분야의 연구가 지속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축사는 김병민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과 한상욱 한국양자정보학회 회장이 맡았다. 김병민 정무부시장은 양자 정보 기술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이어 서울시도 양자 기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효과적 연구개발 투자, 인프라 구축, 핵심 인력 양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며 “경희대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에 모인 연구진의 지혜와 열정을 모아 다가올 퀀텀 경제를 준비해 나가길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한상욱 회장은 “경희대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가 대한민국이 양자 과학 연구와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중심지로 나아갈 거점 역할을 하길” 기원했다. 이어 연구자의 입장에서 “전 세계가 양자 과학 기술을 활용해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낼 때, 우리나라가 중추적 역할을 할 기회를 얻길 바란다. 우리 연구자들이 노력해 양자 과학 기술이 미래의 새로운 경제 동력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다짐을 전했다.
노보셀로프 교수, “양자 현상에 기반한 새로운 미래 기술에 중요한 재료”
축사 이후에는 노보셀로프 교수가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의 출범을 알렸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연구센터 개소의 의미와 양자물질 연구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그는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의 개소를 위해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양자 현상에 기반한 새로운 미래 기술이 많이 발견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료는 매우 중요하다”라며 양자물질 연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어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과학에 관한 관심이다. 우리는 새로운 재료에서 다양한 새로운 현상을 발견할 것이라 확신한다.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의 여정에 함께하게 돼 흥분된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센터 소개는 운영부센터장을 맡은 권영균 부센터장이 했다.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는 노보셀로프, 김필립 ES가 연구진으로 참여한다. 물리학과 김상욱·최준호 교수와 수학과 이수준 교수, 화학과 양지은 교수, 응용물리학과 김선경 교수 등이 운영위원이다. 연구센터는 연구부와 운영부로 나눠 경희대 양자 기술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이들은 양자 관련 국제협력 네트워크 구축 및 경희대 양자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차세대 양자 물질’, ‘맞춤형 양자소자 개발’, ‘최적화 검증’ 등의 플랫폼을 구축한다.
권 부센터장은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는 경희대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도 접점이 많다. 센터의 비전과 목표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라며 의지를 밝혔다. 센터 소개 이후에는 ‘노보셀로프 미래과학인재상’ 수여가 진행됐다. 이 상은 노보셀로프 교수의 제안으로 운영되는 장학 프로그램으로 경희초등학교, 경희중학교, 경희여자중학교, 경희고등학교, 경희여자고등학교, 경희대학교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 총 17명이 받았다.
물리학과 김상욱 교수 ‘모두를 위한 양자 물리’ 주제로 특강
개소식 행사가 마무리된 후 많은 청중이 기대한 기념 강연이 이어졌다. 강연은 총 2개로 첫 번째 순서는 김상욱 교수가 준비했다. 그는 ‘모두를 위한 양자 물리’를 주제로 일반 대중의 양자 물리 이해를 도왔다. 양자 역학의 기본 개념에서 시작해 양자 중첩과 양자 컴퓨팅 등의 내용을 다뤘다. 양자 역학에서는 전자 및 기타 입자의 원자와 아원자 수준에서 움직임을 다룬다.
김상욱 교수는 ‘이중 슬릿 실험(double-slit experiment)’을 통해 이를 설명했다. 두 개의 슬릿에서 나오는 결맞는 파동이 스크린에 도착할 때까지의 경로 차이로 인한 간섭을 관찰한 실험으로, 파동성과 입자성을 확인하는 실험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가 여러 상태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개념이 양자 중첩이다. 이 개념은 입자가 동시에 여러 위치나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 역학의 원리를 활용해 고전적 컴퓨터보다 효율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장치다. 이 장치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는 0과 1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어, 놀라운 수준의 계산 능력을 제공한다. 많은 연구자가 더 많은 큐비트를 활용한 계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상욱 교수는 “양자 컴퓨팅이 기술 혁신을 가져올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구현에는 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라며 “연구자로서 모두가 이해하는 양자 물리보다 우리 모두를 위해 활용되는 양자 물리를 만드는 것이다. 경희대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가 이 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라며 강연을 마쳤다.
각자 특징과 기능 가진 세포와 같은 성질 지닌 새로운 물질 제작
노보셀로프 교수는 ‘Materials for the Future’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양자물질을 주제로 재료 과학의 미래에 관한 여러 가지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노보셀로프 교수에게 노벨 물리학상의 영광을 안겨준 그래핀은 매우 얇고 가벼운 탄소 원자로 이뤄진 2차원 격자 구조의 물질이다. 그래핀의 전자는 질량이 없는 입자처럼 움직이고, 확정적으로 벽을 통과할 수 있는 ‘양자 터널링’ 현상을 보인다. 그래핀은 다양한 에너지, 전자공학,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현재는 ‘화학 기상 증착(chemical vapor deposition, CVD)’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래핀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
그래핀의 발견 이후에 그래핀과 같은 2차원 물질이 다수 발견됐다. 이들은 반도체, 초전도체, 자성 등 다양한 성질이 있다. 이들 물질을 조합하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재료도 만들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크다. 인체의 다양한 기관과 세포 등이 각자의 성질을 가진 것처럼 미래의 재료는 기능성을 시스템 수준에서 물질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센싱이나 연산, 작동할 수 있는 재료의 탄생이다. 예를 들면 멤브레인이 스스로 센서나 작동기로 기능하며 수질을 모니터링하고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식이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인공지능과 자동화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재료의 특성을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다. 자가 치유 특성을 가진 재료나 특정 조건에서 열리는 캡슐도 설계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기술들이 미래에 살아있는 시스템을 모방한 비평형(non-equilibrium) 재료 제작에 기여해 기술의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을 언급했다.
과학자로서 노벨상 받은 여정부터, 과학자의 자질 등 다양한 질의응답
강연 이후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과학자로서의 마음가짐과 노벨상을 받았던 여정에 관한 질문부터, 연구자로서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가장 어려운 일은 과학 수행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평생 배워야 한다. 대학은 물리, 화학, 생물 등의 지식을 가르치지만, 과학을 수행하는 방법을 가르치진 않는다”라며 “과학은 매우 이상한 활동이다. 이미 알려진 시스템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연구자로서의 경험도 중시했다. 그는 “과학자로서 몇 가지 작은 요령이 있다. 또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발견의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인식할 직관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고정된 방식은 없고, 개개인의 연구자가 이를 평생에 걸쳐 배워야 한다”라고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챗지피티보다 스스로 쓰는 글이 더 좋은 결과물을 낸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을 활용할 가능성은 살피지만, 그러한 기술에 의존할 생각은 없다”라고 밝혔다.
강연장에는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많았다. 이들은 학습법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을 중시했다. 그는 “새로운 학생을 만나면 그들의 지식과 함께 연구에 대한 열정을 유심히 본다. 열정은 지식만큼 중요하다”라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녀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그 분야가 자녀의 분야가 아닐 수 있다. 이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과학자일 필요는 없다”라고 조언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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