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1 달 표면에 조선시대 학자 이름 새기다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 (책임자: 우주탐사학과 진호 교수), 국제천문연맹에 신청
달 뒷면 이름 없던 충돌구에 ‘남병철 충돌구(Nam Byeong-Cheol Crater)’ 이름 부여
달 표면 충돌구(Crater, 크레이터)에 조선시대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남병철의 이름이 붙여졌다. 우주탐사학과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연구 책임자: 진호 교수)’이 국제협력 연구를 통해 달 뒷면의 특이한 자기장 특성을 보이는 이름이 없는 충돌구에 이 이름을 붙일 것을 국제천문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에 신청했다. 최종 심사를 거쳐 지난 8월 14일 이 충돌구는 ‘남병철 충돌구(Nam Byeong-Cheol Crater)’라는 이름을 부여받게 됐다.
이는 달 표면에 붙여진 이름 중 대한민국이 제안한 이름이 부여된 최초의 사례다. 남병철 충돌구는 1980년 이후로 명명된 모든 달 충돌구 중 가장 큰 충돌구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후 달 탐사가 활발했던 아폴로 시대 이후로 큰 분화구의 이름을 짓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지금까지 총 1,659개의 충돌구에 이름이 붙여졌다.
달 표면 충돌구 명명, 대상의 과학적 의미와 명명하는 이름의 과학자 증명 중요
경희대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은 미국의 참여 과학자인 산타크루즈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Santa Cruz) 이안 게릭베셀 교수와의 공동연구 중 이 충돌구에 이름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명명을 신청했다. 남병철 충돌구라는 이름은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센터장 양홍진)의 추천과 협의를 거쳐 최종 제안했다.
달 표면 충돌구 명명은 국제천문연맹이 주관하는데, 명칭 부여를 위해서는 그 대상의 과학적 의미가 중요하다. 또한 명명하는 이름이 과학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남병철 충돌구는 연구팀이 달 충돌구가 발생할 때 충격 에너지로 인한 달 표면의 자기장 변화 연구를 진행하던 여러 충돌구 대상 중 하나였다. 연구팀은 산타크루즈대와 함께 그간의 연구 내용을 정리해 제출했다. 남병철(1817~1863)에 관한 내용은 한국우주과학회가 발간하는 학회지에 게재된 내용을 참고 문헌으로 삼아 검증을 통과했다.
남병철 충돌구로 명명된 충돌구는 달 뒷면에 위치한 직경 132㎞의 충돌구다. 바로 밑에 위치한 후조(Houzeou) 충돌구와 마찬가지로 충돌구 내외부의 자기장 차이를 보인다. 남병철 충돌구는 명명되지 않은 채로 『네이처(Nature)』 저널에 출판된 바가 있다.
남병철은 조선 후기 예조판서와 대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이며 천문역법학자인 남병길(1820~1869)의 형제다. 수학과 천문학에 뛰어나 수륜(水輪), 지구의(地球儀), 사시의(四時儀)를 제작했고, 『해경세초해(海鏡細草解)』, 『의기집설(儀己輯說)』, 『성요(星要)』, 『추보속해(推步續解)』, 『규재유고(圭齋遺稿)』 등을 저술했다.
2022년 8월 발사된 대한민국 달 궤도선 ‘다누리’가 낮은 궤도로 관측을 수행하는 임무 기간에 남병철 충돌구에 대한 추가 관측을 통해 새로운 연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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