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일’ 자부심으로 한식의 세계화 이끌어
호텔관광대학, 아토믹스 박정은 대표(호텔관광대학 02학번) 특강 개최
박정은·박정현 동문 부부, 뉴욕서 한식 파인다이닝 아토믹스 운영해 미슐랭 2스타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세계 6위·북미 1위, “한식의 위상 상승 느껴져”
한국 문화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의 영화나 드라마, 일찍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K-팝 등과 같이 한국 문화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 2024년 미국의 컨설팅 업체 에이애프앤드코(Af&co)가 발표한 ‘2024 식음료 트렌드’ 10가지 중 가장 앞에 ‘한식’이 있었다. 뉴욕에서 한식 파인다이닝 아토믹스(Atomix)를 운영하며 미슐랭 2스타, 2024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세계 6위·북미 1위를 차지한 박정은 대표(호텔관광대학 02학번)가 특강을 통해 호텔관광대학을 찾았다.
‘세상을 바꾸는 문화의 힘’ 주제로 후배들 만나
박정은 대표의 초청 특강은 호텔관광대학 202호에서 개최됐다. 동문 선배의 방문에 70여 명의 호텔관광대학 후배들이 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특강의 주제는 ‘세상을 바꾸는 문화의 힘’이었는데, 박 대표는 뉴욕에 진출한 계기와 성공 과정, 한식의 미래 등에 관한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진솔하게 나눴다.
뉴욕에 있는 아토믹스는 전 세계 미식가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파인다이닝이다. 박정은 대표는 남편 박정현 대표(호텔관광대학 04학번)와 함께 이 식당을 열었다. 박정현 대표가 총괄 셰프, 박정은 대표는 총괄 운영과 경영을 맡고 있다. 이들의 뉴욕 진출은 2012년 이뤄졌다. 한식 파인다이닝 정식당(Jungsik)에서 일하던 박정현 대표가 뉴욕 정식당에 가게 됐고, 한국의 기업에서 일하던 박정은 대표는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박정은 대표에게 뉴욕은 완연히 새로운 공간이었다. 그는 “지하철에서 다양한 언어가 들린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섞인 도시다”라며 첫인상을 밝혔다. 다양한 문화가 섞인 뉴욕은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적 분위기를 풍겼다. 처음에는 2년을 생각했던 뉴욕 생활은 길어졌고, 창업으로 이어졌다. 2016년 반찬을 메인 콘셉트로 한 아토보이(Ato boy)를 열었다.
이들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박정은 대표는 “반찬의 가치를 높이고, 문화 경험으로서 한식을 조금 재밌게 제공하고 싶었다. 한상차림의 경험을 주려 했다”라며 아토보이를 설명했다. 외국인에게 반찬은 낯선 문화다. 서양의 코스 문화와 구분되는 특성이다. 밥과 반찬의 어울림은 다른 문화에서 찾기 어렵다. 아토보이에서 시작한 도전은 파인다이닝 아토믹스를 통해 꽃을 피웠다.
음식 격 높이는 파인다이닝, “음식이란 예술 소개하는 큐레이터”
파인다이닝에 대한 간단한 인상은 ‘비싼 음식’이라는 것이다. 박정은 대표는 “파인다이닝은 음식의 격을 높이는 문화다. 아토믹스는 음식만이 아니라 공간, 그릇 등 모든 지점에 한국 문화를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아토믹스는 2024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6위에 선정되기 전 2023년에 ‘고객 환대(the art of hospitality)’ 부문을 수상했다. 박 대표는 “저는 아토믹스라는 예술을 손님에게 소개하는 큐레이터다. 손님에 대한 환대도 중요하지만, 아토믹스의 경험을 이해시키고 전달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아토믹스는 음식과 함께 메뉴를 설명하는 카드를 제공한다. 미술 작품 옆에 붙은 설명처럼 메뉴와 연관된 셰프의 이야기와 식재료를 자세히 담았다. 여기에도 특별한 점이 있다. 한식 재료들의 표기를 한국 발음에 맞췄다. 두부는 ‘dubu’, 간장은 ‘ganjang’으로 쓰는 식이다. 이런 메뉴 카드는 손님들이 가져갈 수 있는데, 아토믹스를 여러 번 방문하면 한식에 관한 책자를 갖게 되고 추억도 간직할 수 있다.
아토믹스의 대성공과 더불어 박정은·박정현 부부의 도전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2022년 뉴욕 록펠러센터에 퓨전 한식당인 나로(NARO)를, 2023년에는 뉴욕 한인타운에 한국 술집 콘셉트의 서울 살롱(Seoul Salon)을 열었다. 록펠러센터의 요청으로 탄생한 나로는 높아진 한식의 위상을 알려준다. 기존에는 고급 아시안 식당을 입점하면 보통 일식이나 중식이었는데, 한식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며 나로가 입점했다.
서울 살롱은 한국의 술 문화를 전파하는 식당이다. 박정은 대표는 “지난겨울 서울 살롱에서 방어와 소주를 판매했다. 뉴욕의 사람들이 방어와 소주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식당의 메뉴 개발과 서비스는 나은 호스피탈리티(NA:EUN Hospitality)라는 회사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한식의 변주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세계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식, 한때의 유행 넘어 전 세계인의 일상식으로 발전해야”
박정은 대표는 한식의 위상을 한때의 유행이 아닌 전 세계인의 일상식까지 넓히려는 꿈이 있다. 1990년대 프랑스가 세계 미식의 시작을 열었고, 2000년대 초 스페인 셰프의 유명세와 함께 스페인식이 전 세계로 퍼졌다. 이후 덴마크의 유명 식당인 노마(Noma)가 세계 1위 레스토랑으로 선정되며 북유럽 문화를 알렸다.
전 세계의 미식가들이 한식을 주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이 한식의 골든 타임이다. 한식의 인지도와 만족도 모두 성장 중이다”라며 “문화의 성장을 위해 한식이 세계인의 일반식이 돼야 한다. 전 세계인에게 올리브 오일이 자연스러운 음식으로 퍼진 과정처럼 한식도 확산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박정은 대표는 특별함의 생활화를 위해 ‘교육’과 ‘연구’,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는 후배들을 향해 “여러분의 책임감이 중요하다. 우리 문화를 잘 키우며 공부하고, 이 사업에 종사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라며 “전문적이고 신체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이 분야를 공부하는 우리가 깊이 공부해야 한다. 해외의 셰프가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을 정도로 전문적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도 이야기했다. 한국에 여행을 온 외국인이 한국 식당을 예약할 시에 생기는 불편을 해소해야 함을 설명한 것이다. 이에 더해 K-팝과 같은 협업의 활성화도 언급했다. 박정은 대표는 “가수들의 협업처럼 다양한 음식 분야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협업을 통해 한국의 장인들이 해외로 진출할 통로를 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도전의 가치 높아, 고민을 통해 성장해야”, 후배들 응원
박정은·박정현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한다’라는 자부심이 있다. 박정은 대표는 “학생일 때는 무엇을 하고 살지, 어떻게 성장할지 답답하고 고민했다. 당시에도 취업 경쟁, 영어 점수, 학점 등 고민할 거리가 많았는데, 결국 내 마음과 열정이 중요하더라”라고 털어놨다. 이어 “세상을 바꾼다는 허무맹랑한 말도, 뉴욕에서 생활하며 현실화하고 있다. 작은 도전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있다. 뉴욕의 한식당 미슐랭 수가 한국보다 많을 정도로 한식에 대한 평가가 높다”라고 밝혔다.
박정은 대표는 도전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궁금하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경험과 고민의 중요성을 깨달은 듯했다. 그는 “고민이 끝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작은 도전이라도 해보고, 실패하더라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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