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대학에서 열린 조금은 남다른 학위수여식
故 박가현 학생 명예석사학위 수여식 개최
유족, 교수, 학생 모여 고인에 대한 추억 공유하며 애도
2월 19일(수)은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진행된 날이다. 평화의 전당, 선승관, 각 단과대학과 대학원 등에 졸업을 축하하는 인파가 몰렸다. 같은 날 약학대학에서는 조금은 남다른 행사가 열렸다. 故 박가현 학생(일반대학원 기초약학과)의 명예석사학위 수여식이었다. 박가현 학생의 가족, 고인과 함께 생활한 교수, 학생 등 20여 명이 모였다. 박가현 학생의 부모인 박민정, 윤예담 씨는 지난 11월 이후 다시 경희 캠퍼스를 찾았다.
故 박가현 학생 부모, 자녀 기리기 위해 발전기금 기부
박민정, 윤예담 씨는 지난해 11월 중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자녀를 기리며 대학에 기부 의사를 밝혔고, 11월 27일(수) 기부식이 개최됐다. 이날 약학대학 임동순 학장을 비롯한 9명의 교수와 대학원생 5명, 행정실 직원 2명 등 16명의 구성원이 이들과 함께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임동순 학장은 “최근 한 시인의 명상집에서 본 ‘가족이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못해도, 정신적으로 함께 한다’라는 내용이 기억난다.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부모님이 함께 계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라며 “박가현 학생과의 물리적 헤어짐이 이 세상의 끝이 아니라 생각하려 노력 중이다.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마음에 감사드린다”라고 위로했다.
“많은 분의 추억에 위로” “그리움 갖고 살아갈 것”
박민정 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많은 분이 모여 딸을 기억해 주시는 것 같아서 위로된다. 딸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본인의 꿈을 하나씩 쌓으며 살아왔고, 배움에 대한 마음으로 경희대 대학원에 진학했다”라며 “처음에는 마음이 무너지며 경황이 없었다. 장례를 치르며 중·고등학교와 대학·대학원 친구들, 지도 교수님들 등이 먼 곳까지 와서 위로해 줬다. 딸에 관해 이야기하며 모르던 내용도 많이 들었는데, 딸이 잘 해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윤예담 씨는 “가현이의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사람이 영원히 살 순 없지만, 생각보다 이별이 빨리 찾아왔다”라며 본인의 심정을 밝혔다. 그는 본인이 쓴 시를 읽으며 딸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졌다. 시는 눈의 아름다움과 그로 인해 변화되는 마음에 관한 내용이었다. “눈을 만지면 기분이 순수해진답니다. 눈이 쌓이면 모두가 고요해진답니다.” 그는 “가현이 덕분에 캠퍼스에 오게 돼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라며 인사를 마쳤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많은 눈이 왔다. 경희 캠퍼스에도 눈이 쌓여 설경이 펼쳐졌다. 캠퍼스 전역이 흰색으로 뒤덮이며 순백의 캠퍼스를 만들었다.
참석자들은 고인에 관한 추억을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박가현 학생은 대학원 석사 4기로 졸업논문 심사에 앞서 논문 제출을 완료한 상황이었다. 자리에 모인 지도교수, 논문 심사 교수, 연구실에서 함께 생활하던 학생들에게 그는 ‘밝고, 지혜롭고, 부지런하고, 능력 있는’ 학생이자 동료였다. 지도교수인 김남중 교수는 “지금의 상황이 완전히 이해되진 않는다.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이를 받아들이려 한다”라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학업과 교우 관계 모두 최선 다했던 고인, 주변에 ‘밝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기억
논문을 평가했던 이용섭 교수는 “박가현 학생이 논문 심사를 위해 논문 초본과 발표 자료를 가져왔다. 자료가 체계적이고 잘 작성됐다. 심사할 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연구를 하고, 발표 자료를 충실히 만들었나’라고 묻고 싶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심재훈 교수는 “항상 가장 빠르게 움직이던 학생이었다. 대학 생활을 열심히 바쁘게 했던 것 같다. 열심히 하는 친구라는 생각이었고, 다른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친구들과도 인연이 많은 학생이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학생이었다”라고 기억했다.
대학원 기초약학과 학과장인 이상민 교수는 ‘씩씩하고 활발했던’ 박가현 학생을 기억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개최된 학회에 함께 참가하기도 했다. 열심히 하는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다. 부모님의 상심이 크실 터인데 기부를 통해 마음을 나누길 결정하셔서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다. 그 마음을 학생들이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함께 연구하던 학생들은 연구실의 분위기를 밝게 했던 박가현 학생에 관한 다양한 추억을 공유했다. 박사 과정 학생에게는 연구실 인턴으로 들어와 열심히 배우고, 연구 노트를 박사 과정처럼 쓰던 모습으로, 동갑이었던 학생에게는 본인을 동생처럼 대하며 고민을 들어주는 누나 같은 동료로, 공통점이 많았던 학생에겐 놀라며 함께 웃고 떠들던 모습으로 기억됐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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