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가 살아갈 그 미래를 위한 희망의 혁명
제43회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콜로퀴움
미래세대인 학생과 기성세대 학자 및 시민사회 대표 참여
기후변화 현황과 대응 위한 해법, 시민사회의 역할 등 논의
제43회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의 오후 세션은 미래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지속가능한 지구의 미래를 상상하는 콜로퀴움이었다. 콜로퀴움의 주제는 ‘미래세대가 살아갈 그 미래를 위한 희망의 혁명’으로 송세련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미래세대를 대표해 김예진 국제학과 학생과 이우진 정치외교학과 학생이 토론자로 나섰고,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학계와 시민사회 대표로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전 관장과 이우균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대표가 참여했다.
4가지 의제별로 미래세대가 묻고 기성세대가 답하며 머리 모아
콜로퀴움은 △1.5도 기후 패러다임의 한계 △미래의 회상 △쌍둥이 부조리 △희망의 혁명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인류가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설정했던 지구 평균 온도 상승 1.5도라는 과제 달성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것이 달성되지 않았을 경우의 파국적 미래를 상상했다. 또한 기후변화가 약자에게 더 가혹한 피해를 주는 현황과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했다. 콜로퀴움은 미래세대가 질문하고, 기성세대가 답변하며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송세련 교수는 지난해 7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됐다”라는 선언을 상기시키며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이 1.7도를 넘었고, 전문가들은 인류의 6차 대멸종을 이야기한다”라며 논의의 당위성을 밝혔다. 김예진 학생은 “기후변화가 심화하고 다양한 피해도 현실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인류의 대응은 왜 변하지 않는지” 물었다.
이정모 전 관장은 기온 상승의 예측 불가능성을 설명했다. 그는 “작년부터 해수와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예측보다 더 빠른데, 문제는 이 속도가 과학자들의 예측 범위를 넘었다는 점에 있다. 상당히 두려운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래세대는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 후 가장 뜨거운 20년을 살았다. 하지만 그들이 변화를 느낄 수 없다. 윗세대들만 이전을 기억하는데, 기성세대는 본인의 문제로 체감하지 못한다”라며 “언어가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지구 온난화’, ‘지구 열대화’라는 표현을 쓰는데, ‘온난화’, ‘열대야’는 비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구 가열화’, ‘지구 비등화’와 같이 표현해 그 위급성을 강조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시민사회의 반응은 이우균 대표가 답변했다. 길어진 여름으로 일반 대중과 정부 모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 기후변화 적응 대책이나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 등을 설정하며 대응책을 마련했다. 이우균 대표는 “정부의 제도가 시민사회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민의 용어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이 과정이 부족한 혼돈의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예진 학생은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KOICA)나 글로벌녹생성장기구(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 등의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느끼는 국가를 방문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국가 간의 인식 차이가 있었다. 국제학과 학생으로 글로벌 이슈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미래세대로서는 강의를 통해 이를 접할 수 있다면 좋겠다. 여기서 나아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이나 학생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파국적 미래 상상하며,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 강조
이들의 논의는 두 번째 안건인 ‘미래의 회상’으로 이어졌다. 미래의 입장에서 현재를 회상하는 상상적 전환법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펼쳐질 파국을 상정했다. 이우진 학생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이 2도를 넘어 3~6도까지 올라가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물었다. 이정모 전 관장은 2도를 통제가 가능한 임계점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이후에는 상상할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2도 이후의 상상은 말 그대로 파국이었다. 2도가 되면 전 세계 인구 3억 명이 먹을 식수가 사라지고, 식량과 물 문제가 생긴다. 추위와 더위도 심각해진다. 지구 평균 온도가 4도 상승하면 폭염 발생 빈도가 약 40배 정도 증가할 것이란 예측치도 있다. 또한 홍수나 태풍의 빈도와 강도도 증가한다.
이정모 전 관장은 식량 문제가 지구의 평화 체제를 훼손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2010년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지역에 기록적 폭염과 가뭄이 일어났고, 밀 생산량이 급감했다. 생산량 급감은 밀 수출과 중동으로의 밀 공급 감소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식량 가격 폭등을 불러와 ‘아랍의 봄’으로 이어졌다. 식량 안보 문제가 국가 간의 갈등과 사회적 불안정, 전쟁의 위험을 높인 것이다. 이정모 전 관장은 “평균 온도가 6도 이상 상승하면 생태계의 파괴가 극심해진다. 2도 상승을 막지 못하면 그 이후의 온도 상승이 가속화되고, 현재의 지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기온 상승 억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화는 현재의 비정상적 상황을 ‘새로운 정상(New Normal)’로 인식할지에 관한 논의로 연결됐다. 이우균 대표는 “비정상이라는 상황에 매몰되면 대응이 어렵다.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대응의 측면에서는 적합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산림학자인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경의 변화와 이로 인한 파국적 미래, 그리고 대응책에 집중했다. 한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90%가 도시에 거주하는데, 이들의 식량은 도시에서 충족할 수 없다. 이상기후 상황에서 농경이 어려워지고, 농경 인구가 적절한 수입을 얻기 어렵다. 수입이 없어진 농경 인구는 도시로 향할 것이고, 결국 도시 식량이 부족해 갈등이 생길 것이란 예측이었다.
하지만 비극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우균 교수는 한국의 경우 비교적 대응이 용이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은 비교적 국토가 좁아 정책 실행이 쉬운 조건이다. 이우균 교수는 “도시와 그 외의 지역에도 인프라가 비교적 충실히 완비돼 있고, IT를 포함한 기술적 역량도 뛰어나다. 인재의 배출도 잘 되는 편이기에, 정책과 제도, 지자체가 이행할 체계를 구축하고, 시민사회가 도움을 준다면 대응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공정한 전환’의 중요성도 덧붙였다. 파국의 피해가 약자로 향하고, 지역별 차이를 반영한 대응책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세대 간 갈등 경계하며 미래세대의 적극적 의견 표출 필요성 공감
세 번째 의제는 이와 연관된 ‘공정’에 관한 주제로 ‘쌍둥이 부조리’를 다뤘다. 기후변화의 피해가 지금껏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계층이나 국가로 향하고, 책임이 있는 국가나 계층이 적절히 책임지지 않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오랜 영향을 받을 미래세대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기성세대의 그것에 비해 적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참가자들은 기후변화의 책임에 관한 기성세대와 미래세대의 갈등을 경계하고,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함을 상기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김예진 학생은 정책 설정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전문적 지식과 경륜이 쌓인 기성세대와의 협업이 필요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미래세대가 발언권에서 멈추지 않고 실질적 정책에 영향을 중 방법을 물었다.
이정모 전 관장은 기후변화가 개인의 직업과 직장 문제에도 영향을 끼치는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추진하며 한국 대기업의 공장을 미국 현지에 건설했다. 정책의 변화로 한국의 잠재적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이정모 전 관장은 정책에 직접 영향을 주기 위한 적극적 참여를 당부했다.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직접 내기 위해서는 국회 진출이 필요하고, 간접적으로는 투표를 통해서도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이우균 대표는 이에 더해 학문적 관심도 촉구했다. 정책이 수립되고 시민사회의 참여가 활발해지면 과학적 해결책을 마련할 연구자의 필요성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라는 시급한 의제가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도는 세대별로도 한 세대 내에서도 차이가 있다. 김예진 학생은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이야기했는데, 미래세대 대상의 교육과 기성세대 대상의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가들과 함께 의견을 나눌 때 얻는 인식의 확장이 있었다. SNS에 이러한 경험을 종종 올리는데, 주변 지인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긴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모두가 함께 할 때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논의의 장이 확대되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6차 대멸종의 위기, 그럼에도 희망의 길 찾아야
기후변화의 현황과 미래를 상상한 이후에는 해결책을 찾았다. 참가자들은 마지막 의제인 ‘희망의 혁명’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모았다. 이우진 학생은 대한민국이 기후변화 의제에 대응하고 실천할 방법을 물었다. 이정모 전 관장은 개인 생활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의식 생활에서 본인이 실천하고 있는 방안도 소개했다. 패션 시장의 확대로 막대한 양의 헌 옷이 발생하고 이것이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 이러한 옷은 현지에서 싸게 판매되고 해당 국가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저해한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육식이 환경에 미치는 문제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도 제안했다. 도시 집중화가 높은 한국의 경우 대중교통만 이용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그는 “변화를 차근차근히 할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 번에 몰아서 변화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라고 경고했다.
이우진 학생은 시민사회와 미래세대, 기성세대가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산업계와 정치권의 인식을 바꿀 방식도 물었다. 이우균 대표는 “국가와 산업계의 실천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감시가 필요하다. 감시하며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라며 “국가적 정책이 산업계에 부담이 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를 시민사회가 감시하고 독려해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기업의 주주인 시민들이 기업이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목소리를 내라는 의견이었다. 그는 기후변화의 대응이 특정 분야의 일이 아님을 상기시키며 “시민사회와 학계 등이 융합되는 새로운 분야다. 다양한 부문의 사람이 융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콜로퀴움 이후에는 현장 참여 청중들과의 질의응답도 진행됐다. 시민사회 실천가와 학자들이 함께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에 입을 모았다. 콜로퀴움을 마무리하며 이우진 학생은 “그동안 개인에게 지속가능발전목표나 기후변화를 위한 실천을 요구하며 도덕적 호소에 그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 도덕적 문제는 그대로 두고 개인과 산업계의 이익적 측면이 어떤 부분이 있을지 분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김예진 학생은 “이 자리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앞으로 할 일에 관해 머리를 맞댈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기후변화를 연구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고, 함께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을 얻었다”라고 밝혔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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