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이-양날의 칼, 모바일 선거인단


동문특별강좌 윤성이-양날의 칼, 모바일 선거인단

작성일 2012-01-27
▲윤성이(모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15일 치러지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의 국민선거인단 신청자가 64만명을 넘었다. 정당 대표 선출에 이처럼 많은 국민의 관심이 쏟아진 적이 없었다. 이 정도면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이란 새로운 방식이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선거인단은 정당정치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등장한 측면이 강하다.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과 외면은 점점 심해지고, 이는 젊은층일수록 더하다. 모바일 선거인단은 정당에 등 돌린 젊은층에 대한 구애(求愛)작전의 일환이다.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건 국민선거인단 제도는 정당정치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정당의 민주성과 투명성이 크게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정당의 운영을 책임지는 지도부 선출을 완전 개방함으로써 정당은 가장 기본적인 권한조차 유권자들에게 내주었다. 대의원들이 중심이 된 전당대회에서 당 지도부를 선출하면서 돈 봉투 정치가 횡행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정당은 이제 유권자들의 뜻에 따라 가장 민주적인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다.

다가올 총선과 대선의 후보공천에도 국민선거인단 제도를 적용한다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간 한국 정당들이 보여준 패거리 정치와 부패정치의 근원은 폐쇄적인 공천제도였다. 몇몇 유력 정치인이 공천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보스를 중심으로 뭉치는 패거리 정치가 사라질 수 없었다. 공천권과 지도부 선출이 국민선거인단에게 개방된다면 이런 구태(舊態) 정치의 모습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모바일 선거인단의 성공을 마냥 기뻐하기는 어렵다. 우선 한국 정당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진성(眞性)당원 정당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 돼버렸다. 당원 여부와 상관없이 선거인단으로 신청할 수 있을뿐더러 일반선거인단 투표가 대표 선출의 70%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당원의 최대권리가 완전 개방된 마당에 당비(黨費)를 납부하는 진성당원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어졌다. 그렇게 되면 정당이 대표하는 집단과 정체성이 불명확해질 수밖에 없다. 또 모바일과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인단 신청방식은 대표성의 문제도 야기한다. 민주통합당의 일반선거인단으로 신청한 64만여명 가운데 88%가 모바일을 이용해 신청했다. 당연히 40대 이하의 젊은층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모바일 사용이 힘든 노년층과 저소득층은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인터넷 공간의 진보 우세 현상을 고려할 때 모바일 선거인단 역시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과대 대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지금같이 투표권만 부여하는 모바일 선거인단 방식으로는 정당정치에 등을 돌린 유권자를 다시 불러오기에는 원천적인 한계가 있다. 자칫 흥미 위주인 한때의 바람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모바일 정치 참여의 폭을 더욱 넓힐 필요가 있다. 우선 후보자들의 공약 검증과 토론에 모바일이 적극 활용돼야 한다. 후보자와 소수의 패널만 참여하는 방송 토론이 아니라 모든 유권자가 참여하여 검증할 수 있는 모바일 토론의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모바일 정치 참여가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정치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정당의 정책과 당론이 소수의 지도부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모바일 공간 속에서 유권자들에게 개방되어야 한다. 모바일 선거인단 도입은 이제 정당개혁의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2012. 1. 13.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