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정완-진화하는 인터넷 사기범죄
▲정완(법학79,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총동문회 법조부위원장)
인터넷 사기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 장터에서 TV·컴퓨터·휴대전화 등을 싼값에 판다고 속여 송금한 돈을 가로채는 것은 이제는 흔한 사기 수법이며, 허위의 다단계 e메일이나 아프리카 쿠데타 발생 국가에서 전 정권이 보관중인 비자금을 나누자며 송금 수수료를 요구하는 허위의 영문 e메일도 많이 나돌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검거된 사이버범죄 10여만건 중 인터넷 사기가 3만5000여건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시만텍 2011 보고서’에는 세계 사이버범죄 중 피싱 메시지를 포함, 온라인 사기가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사기는 카페·블로그·SNS 등 인터넷 플랫폼의 발달과 함께 더욱 지능화하고 있다. 예컨대 공동구매 카페를 개설해 상품권 할인판매를 미끼로 대금을 가로채거나, 허위의 사업성과 고수익을 강조해 카페 회원들에게 유사 수신행위를 하거나, 펜팔 사이트를 통해 해외 송금 수수료를 가로챈다. 또 인터넷상에서 타인의 e메일을 해킹해 준다고 속여 대금을 가로채는 등 다양한 인터넷 사기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야말로 두 눈 똑바로 뜨고 있어도 코를 베이는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이다.
보이스피싱도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 기존 보이스피싱이 기계음이나 중국 동포의 말투를 사용하고 국제 발신번호가 표시됐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수법은 훨씬 더 교묘해졌다. 사기범은 피해자 명의의 예금통장이 범죄에 연루돼 있다고 속인 뒤 가짜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신고하도록 유도하고, 여기에 피해자가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사기범은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아 카드론을 신청한다. 본인 명의 계좌로 입금된 카드론 대금을 피해자는 잘못 입금된 돈인 줄 알고 사기범에게 송금하는 제2의 사기를 당하게 된다. 이 경우 은행 직원이 고객을 부르는 소리 등이 사실처럼 묘사돼 20~30대 젊은 층마저 피해를 보고 있다. 과거에 주로 농어촌 지역 노년층이 피해자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인터넷 사기의 증가와 함께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리는 비윤리적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얼마전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에서 사기범이 피해자에게 ‘술 한잔 산 걸로 생각하라’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 조롱한 일이 있었다. 물론 이 범죄자는 체포됐지만 앞으로도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이러한 비윤리적 행태가 늘어날 위험성은 얼마든지 있다.
인터넷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필요한 물건이나 티켓 등 각종 물건을 인터넷을 통해 거래할 때에는 섣불리 송금하지 말고 당해 거래 홈페이지의 사업자 소개 부분과 이용자 게시판 등을 잘 읽어보고 문제가 없는 사업자인지를 판단해야 하며, 아울러 인터넷 사기 피해 조회 및 정보 공유 사이트인 ‘더치트’ 등에서 판매자의 연락처와 계좌번호를 검색해 이미 신고된 사기 피해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보이스피싱에 낚이지 않으려면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 홈페이지에 접속할 경우 상대방이 불러준 인터넷 주소 대신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직접 접속해야 하며, 국내 공공기관 홈페이지는 모두 ‘.kr’를 쓴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전화로 개인의 금융 정보를 묻거나 입력하도록 요구하는 기관은 없으므로 이러한 전화를 받으면 즉시 112 등 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이미 피해를 본 경우에는 규모가 작더라도 추후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반드시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가적으로는 인터넷 사기 피해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해 가칭 ‘인터넷 사기예방 시스템(Internet Fraud Alert System)’을 구축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2011. 9. 21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