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G20 서울선언 이후 한국경제의 과제


동문특별강좌 안재욱-G20 서울선언 이후 한국경제의 과제

작성일 2010-11-19
▲안재욱(경제75, 모교 교무처장 겸 대학원장)

12일 폐막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한국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과제들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선언 이후 글로벌 경제는 질적 변화가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서울선언은 환율 문제에 대해 ‘경제 기초여건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환율 유연성을 제고한다’는 점을 명문화했다. 이것은 세계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환율전쟁의 위험을 줄임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환율 문제는 일단 흔히 쓰는 ‘전쟁’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수출 증대를 위해 자국의 화폐 가치를 경쟁적으로 낮추는 이른바 환율전쟁은 일종의 보호무역주의다. 보호무역주의는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국내외의 교환활동을 줄여 각국의 경제를 쇠퇴시킨다. 1930년대 미국의 스무트- 할리 관세법으로 촉발된 무역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가 대공황을 겪은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그런 보호무역주의를 차단했다는 의미에서 세계사적으로 높이 평가받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선언’으로 환율전쟁에서 일단 벗어났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안심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 거대한 국제 부동자금이 국내에 많이 유입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유입된 자금만도 주식 17조여원, 채권 63조여원에 이른다. 이들 자금이 드나들면서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에 많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외국자본이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면 1997,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를 또 겪을 수 있다. 외국자본의 갑작스러운 유출에 대비해 우선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 투기성 자금의 국내 자본시장 교란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빈번한 외국자본의 단기적 이동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동안 저금리 정책으로 많이 풀린 자금은 한국 경제의 불안요소다.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통화관리를 더 적극화할 때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 지난달에 4.1%일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3년 만기 국공채 금리가 3.46%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축을 기대하기 어렵다. 저축이 줄면 투자에 투입될 자본량이 줄어 경제 성장이 떨어진다. 게다가 지금 단기성 부동자금이 600조원에 달한다. 풀린 자금이 실물투자로 이어지기보다는 비생산적인 투기활동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언제 자산가격의 버블과 붕괴를 야기해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지 모른다.

경제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실물경제가 튼튼해야 한다. 실물경제의 건전성은 민간경제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 민간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는 오히려 ‘친서민정책’ ‘공정사회’란 이름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세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를 유보하고 있으며, 복지제도를 서민과 중산층까지 확대하고 세금을 더 부과하려 한다.

이런 조치들은 경제 성장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경제를 쇠퇴시켜 외부의 충격에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경제를 곤경에 빠뜨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케 하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정책 기조로 가선 안된다. 증세보다는 감세, 규제 강화보다는 완화를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분명 G20 ‘서울선언’으로 외부의 불확실성 요인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또 다른 금융위기를 겪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경제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G20 이후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10. 11. 16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