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낙지 카드뮴과 한약 카드뮴


동문특별강좌 최승훈-낙지 카드뮴과 한약 카드뮴

작성일 2010-10-29
▲최승훈(한의75, 모교 한의과대학장, 총동문회 이사)

카드뮴은 원소주기율표 12족에 속하는 화학원소로 기호는 Cd다. 이 카드뮴은 인체에 흡수ㆍ축적되면 뼈 연화증이나 이타이이타이병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에서는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카드뮴에 대한 일정 기준치를 마련해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약계를 비롯한 사회 일각에서는 현재 한약ㆍ생약에 적용되는 카드뮴 기준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이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한약ㆍ생약에 대한 우리나라의 카드뮴 기준은 0.3ppm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국제기구 기준치는 물론 세계 각국의 카드뮴 관리기준도 고려하지 않고 설정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약ㆍ생약에 대한 국내 카드뮴 기준치는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 섭취하는 음식의 카드뮴 기준치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최근 전국을 뜨겁게 달군 이른바 `카드뮴 낙지` 파동에서 카드뮴 기준치는 2.0ppm으로, 한약ㆍ생약의 기준보다 7배 정도 높다.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치료와 건강증진을 위해 가끔 복용하는 한약 카드뮴 기준치가, 먹고 싶으면 마트나 어물시장에서 마음대로 구입해서 먹을 수 있는 낙지보다 더 엄격한 것이다.

"카드뮴은 지구 표면에 있는 성분으로 농작물이나 어류, 패류, 연체류 등의 체내에 들어가기 때문에 농산물이나 수산물에서 통상적으로 검출된다. 특히 수산물 내장에서 높게 나타나지만 국제적으로 식품에 설정된 주간 섭취 허용량(7㎍/㎏, 매주 평생 섭취해도 안전한 수준)을 고려할 때, 체중 55㎏의 성인이 카드뮴 2.0ppm을 함유한 낙지를 매주 1마리(약 190g)씩 평생 섭취하더라도 안전하다." 이는 최근 카드뮴 낙지가 논란이 됐을 때 관계 당국이 발표한 내용이다.

현재 기준대로라면 카드뮴 0.4ppm이 검출되면 한약ㆍ생약은 위험한 것이고, 1.9ppm이 검출된 낙지는 괜찮은 것이 되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한약은 대부분 달여서 탕약으로 복용하게 되는데, 탕약으로 달이면 중금속인 카드뮴은 탕액으로 약 7% 정도만 이행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약에 의한 중금속의 위해성은 너무 부풀려져 있고, 기준도 불합리하게 설정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갈근탕과 쌍화탕, 십전대보탕 등 25개에 달하는 한방탕제에 대해 끓이기 전과 끓인 후의 위해물질을 검사했다. 그 결과 중금속은 허용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으며 농약과 이산화황 등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카드뮴을 비롯한 한약ㆍ생약 중금속 기준이 과학적인 절차를 거쳐 조속히 합리화되어 한약에 대한 국민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 이를 통해 한약재가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는 여건과 안정적인 시장환경을 구축함으로써 한의약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0. 10. 26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