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일본에서 본 한국어 바람


동문특별강좌 조현용-일본에서 본 한국어 바람

작성일 2010-10-15
▲조현용(국문86, 모교 국제교육원 교수)

한국어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늘 기분 좋은 일이다. 한글날을 앞둔 지난주에 일본에서 한국어와 한류의 열기를 직접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국립국제교육원의 요청으로 한국의 대학생 28명을 이끌고 일본을 9박 10일간 방문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에 도착한 후 놀라게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한 마디라도 한국어를 하려고 노력하고, 한국어를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일본에서 본받을 점은 공부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가 들어도 식지 않는 공부 열기는 배울 만하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수는 역 피라미드식으로 되어 있다. 어릴 때는 배우는 사람이 적지만 고등학교, 대학교, 일반인으로 점점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한국어 교육 열기가 높음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물론 한류가 큰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배용준, 이병헌, 최지우, 류시원 등을 좋아하면서 한국이 좋아지고,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들도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가 홍콩 영화를 좋아했을 때 중국어를 배우는 붐이 일었나 생각해 보면 한류가 한국어 열기의 전부는 아닌 듯하다.

일본에서는 정년 퇴직자나, 주부들의 한국어 학습 열기도 매우 높다. 이번 방문지 중 한 곳인 미야자키현에 갔을 때, 그야말로 집안일을 하는 주부들도 한국어를 몇 년씩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한국 학생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도 대접하고, 민박 가정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한국어 열기처럼 진지하게 우리나라에도 외국어와 외국문화에 대한 열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정년 퇴직자 중에도 한국어를 배워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과 관련된 출판업을 다시 시작하신 분이나 한국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 연구 등을 시작하신 분도 많다. 한국어가 새로운 인생의 도구가 된 것이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늘고 있고, 이 학생들 중 많은 수가 한국에 유학을 하고 싶어 한다. 유학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본 전체 분위기에 비추어 볼 때,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학생들과 교류하고 싶어 하고, 한국의 전통 문화를 알고 싶어 하고, 한국에서 쇼핑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한국과 일본 사이의 거리감도 많이 사그라지게 될 것이다.

일본과는 가까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부는 한국어 바람의 열기,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도처럼 서로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면 그 경쟁은 아름다운 경쟁이 될 것이다.

동경 지하철이나 상점에는 한류 스타의 사진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와 같은 새로운 한류가 시작되고 있었다. 일본에서 한류가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이 기뻤다. 주부가 한류의 주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젊은이 사이로 폭넓게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 머물면서 나는 한류와 한국어의 열기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 진지하게 일본어와 일본문화에 관심을 갖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를 바란다.

[2010. 10. 14 미주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