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묵-'부실대학' 발표 재고되어야


동문특별강좌 김병묵-'부실대학' 발표 재고되어야

작성일 2010-09-01
▲김병묵(법학64, 전 모교 총장, 총동문회 고문)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평가지표가 낮은 이른바 '부실대학'에 대해서는 학자금 대출을 제한키로 하고, 대상 학교를 금명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26일자 A1면)

교과부가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전임교원 확보율·학사관리 등 교육의 질과 관련된 6개의 지표를 근거로, 하위 15%, 50여 개 대학을 '부실대학'으로 분류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은 정부와 교육계의 오래된 과제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교과부의 정책은 방법 면에서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이번 조처가 대학의 구조조정이라는 난제를 교육 소비자인 재학생의 학자금 대출제도와 연계시켜 해결하려고 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또 부실 판정의 기준을 수도권과 지방, 학생 규모, 전통적인 학교와 신설학교 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교육도 소비자를 위한 지식상품인데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도태를 유도하지 않고 강제퇴출이라는 극약처방을 택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금 교육계에서 염려하는 것은, 교과부가 이제껏 풀지 못한 부실대학 정리라는 난제를 하필이면 이명박 정부가 획기적으로 만든 '졸업 후 학자금상환 제도'와 연계시키려고 하느냐이다. 모처럼 학부모의 경제적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으로 평가받는 학자금제도마저 빛바래게 하고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입게 될 자존심의 상처와 상실감, 그것이 가져올 민심 이반을 교육 당국은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 당국은 대학의 부실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을 극히 섬세하고도 신중하게 마련,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이 몰리는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경우에 현재의 결과만 놓고 동일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교육 소비자들의 수도권 편중현상은 우리나라의 오랜 중앙 집중적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제도에 근본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또 '대학의 특성화' 정책에 따라 각 대학은 나름대로 자구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대학과 비교적 역사가 일천한 신설대학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교과부가 이 계획대로 그대로 추진하게 되면 신설대학과 지방대학만 퇴출대상이 된다. 정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부실대학에 대한 출구전략을 제대로 마련한 후에 단계적인 구조조정을 해 주기 바란다.

[2010. 8. 30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