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이근신-어머니 손길같은 따스한 감성이 그립다
▲이근신(교육대학원, 미술작가)
오늘의 시대를 정보화시대라 하고 그것의 매체는 컴퓨터라 할 수 있다. 컴퓨터는 인간의 기억을 훨씬 뛰어넘어 거의 신적인 경지에 미치고 있다. 또한 컴퓨터가 이루어내는 여러 형상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완벽성을 자랑하고 있다. 미래의 시대는 그야말로 컴퓨터를 외면하거나 조작할 수 없는 사람은 낙오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컴퓨터가 존재하는 목적과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컴퓨터 자체인 하드웨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위한 소프트웨어라 하는 데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의 견해로서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도 비디오 자체의 구축적 기술이나 설치의 묘미라기보다는 인간의 삶을 겨냥하고 특히 그의 마음의
고향인 한국의 정서를 소프트하게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라 믿는다.
인간적인 삶이란 행복한 삶일 것이고. 행복한 삶이란 서로가 단절된 경직(硬直)된 삶이 아니라 훈훈한 정이 소통(疏通)되는 유연(柔軟)한 삶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서로의 허물을 인정해주고 용서해주는 관용(寬容)의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서 언제나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된장이다. 된장이 맛있으려면 구더기가 끼어야 하고 구더기가 있으려면 파리가 있어야 한다. 파리가 성가시다고 극약을 써서 몰살시켰을 때의 세상을 상상해 보자. 얼마나 삭막하고 을씨년스러울까. 그것은 지금 농촌에서 인력이 모자라 농약에 의존하는 농사법 때문에 메뚜기가 몰살당한 꼴과 같을 것이다. 메뚜기가 없으니 농약의 독기가 스며든 생명단축성의 발만 있고, 밤하늘에 달은 있지만 동요나 시가 없어진 결과라 하겠다.
예술이 별 것인가. 오늘의 우리 예술이 찰나성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를 찾을 때다. 우리들이 허상으로 동경해 온 유럽예술의 뿌리가 신적인 완벽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그리스 로마의 고전과 더불어 실패와 도전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낭만주의와 프런티어 사상이 한쪽을 받쳐 주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소위 기성세대인 나로서는 신적으로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차가운 조각적 이성보다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루어지는 어머니의 손길같이 따스하고 부드러운 흙의 가소(可塑)로운 감성이 그리워지니 어찌 하랴.
(이근신 작가의 개인전은 9월1일부터 7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다. 작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단일색조의 차분하면서도 밝은 색조를 통해 추상적이면서 긴장된 활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1940년 충남 공주생으로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경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중앙고 미술교사로 21년간 재직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 상형전 고문, 문전 창립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0. 8. 31 스포츠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