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신용철-‘국치 100년’ 희망찬 미래를 바라보자
▲신용철(사학60, 모교 명예교수, 총동문회 이사)
민비가 경복궁에서 일본의 부랑패에게 시해된 1895년 을미 8월의 치욕은 종말로 향하는 조선왕조의 나약한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아관파천 후 고종은 1897년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황제에 즉위하며 연호를 광무로 고쳐 자주 국가임을 대외에 선포하여 제국의 자존을 회복하려 하였으니,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호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가중되는 일본의 침략적 야욕을 막을 수 없었던 무능한 대한제국은 1905년의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기고, 고종은 헤이그 밀사 파견으로 제위마저 순종에게 양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100년 전 1910년 8월29일 대한제국은 무력에 의해 불법으로 일본에 강탈당했다.
1895년 을미사변에서 1910년 국권강탈까지 15년은 우리 역사에서 참으로 잔인한 시기였다. 유구한 역사에서 흥망과 성쇠는 항상 되풀이되는 것이지만, 이처럼 온 나라를 송두리째 외족에게 내준 적은 없었다. 1895년으로부터 50년, 경술국치로부터 36년 만에 우리는 해방과 함께 전승국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되었다. 다시 3년 후, 정치적 이념적 대립과 혼란을 극복하며 한반도의 남부에 우리는 역사상 최초의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인 대한민국을 세웠다. 세운 후 좌파들의 심한 도전에 시달리던 대한민국은 2년도 안 된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1592년 임진왜란 이후 3년간이나 국제화된 최악의 전쟁에 휩쓸렸다.
1953년 7월 이후 155마일의 휴전선을 남긴 채 총성만이 멈춘 한반도 남쪽의 대한민국은 그 엄청난 시련 속에서도 온 세계가 인정하는 대발전을 이룩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사회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의 대치상황에서 우리가 이룩한 성공의 역사야말로 바로 지난 반세기의 훌륭한 성적표가 아니겠는가.
한국 강점 100주년에 간 나오토 일본 수상은 “일본의 식민지배는 한국인의 뜻에 반하는 것으로, 과거를 통절히 반성하고 사죄하며, 한국에서 반출한 의궤 등의 문화재를 인도하겠다”고 했다. 특히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의 동상에 이어 이번의 광복절에는 일제하에서 영욕과 수난을 겪었던 문화의 상징인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도 우리에게 옛 모습을 다시 보여주었다.
국권의 상실과 해방 및 대한민국 건립의 영광이 함께하는 8월에 우리는 다시 한 번 100년 전, 우리 역사의 과오를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62년 전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앞으로 21세기 우리는 어떠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 것인가. 6·25전쟁으로 희생된 10만여 영령들의 묘를 내려다보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묘소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
서울의 중앙에 우뚝한 남산과, 민족의 역사와 함께 유구히 흐르는 힘찬 한강의 물줄기를 바라보면서 앞으로 더욱 번영할 100년 후 대한민국의 힘찬 모습을 그려 본다. 그 희망찬 미래는 바로 우리 모두의 확고한 의지와 능력, 그리고 지혜에 달려 있지 않겠는가.
[2010. 8. 24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