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철-‘천안함’ 참사가 새삼 일깨워준 교훈들


동문특별강좌 신용철-‘천안함’ 참사가 새삼 일깨워준 교훈들

작성일 2010-06-29
▲신용철(사학60, 동서문화로 연구실 대표, 총동문회 이사)

천안함 참사는 우리 사회에 참으로 중요한 몇 가지 교훈들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런데 그 교훈들은 우리가 아직 몰랐던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너무 잘 아는 아주 일상적이며 평범한 일들을 새삼스럽게 일깨워 주었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 한국이 분단국가로서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의 상태라는 아주 평범한 현실을 인식하게 해 주었다. 사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한국전쟁의 휴전 57년간의 불안하지만 오랜 평화의 달콤한 꿈으로 전쟁을 잊고 평화로움 속에서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천안함 참사이후에 놀라면서도 여전히 평화의 현실 속에서만 안주하고 싶어 한다.

두 번째로 우리의 대외 관계에 있어서는 물론 특히 남북관계나 이번의 천안함 참사에서도 중국의 존재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다시 실감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오랜 동안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는 물론 특히 한국 전쟁에서의 북한과의 동맹관계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을 비난하고 응징하는데 전략적 동반 국가로서 중국이 함께 해주기를 간절히 소망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이 애절한 소망에 대해 중국은 시종일관 원론적이거나 표면적으로 양측을 거스르지 않는 태도로서 일관하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통일된 비난의 소리를 중국과 함께 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이는 역시 다 무너진 나라 북한을 다시 구해 준 ‘혈맹의 동맹국’ 이란 위치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실 중국은 그들의 역사 교과서 에서 1592년의 임진왜란을 ‘왜에 대항해서 조선을 도와 준 전쟁(抗倭援朝戰爭)’으로 쓰는 데 대해, 6.25 한국전쟁을 ‘ 미국에 대항해서 조선을 도와 준 전쟁(抗美援朝戰爭)’ 이라고 서술한다. 일본(왜)을 미국으로 한 글자 바꾸어 358년 후의 한반도 전쟁을 기술하고 있는 엄연한 사실에서 그들의 한반도에 대한 역사 및 현실 인식을 확인 할 수 있다. 따라서 참으로 천안함 참사를 비롯한 남북관계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다.

세 번째의 중요한 교훈은 아주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더욱 극명하게 들어내 준 것이다. 이 갈등은 위에 본 우리의 분단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중국과의 관계를 비롯하여 이번의 천안함 참사 원인이나 처리문제에서 모두 너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국제적으로 확인된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도 이를 부인하는 세력들은 공격한 북한 보다는 공격당한 우리를 더 비판하거나 책임운운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좀처럼 타협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립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갈등은 지난 지방선거에 보여 준 것처럼, 현실적으로 미국과 중국관계는 물론 세종시와 4대강 사업뿐 아니라 심지어 국가의 안보문제나 대한민국의 정통성문제에 까지 이르고 있다. 아무리 갈등이 심하다 해도 국가와 사회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안보인식의 갈등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100년 전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치욕스러운 역사나 60년 전 한반도에서 일어난 동족상쟁을 회고하면서 비장한 각오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국운을 다시 일으킨다는 비상한 도전정신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안일과 비판으로 사회를 혼란시키는 세력들을 극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 확립이 대한민국을 긍정하고 수호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2010. 6. 28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