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철-그리스 경제위기 타산지석 삼자


동문특별강좌 신용철-그리스 경제위기 타산지석 삼자

작성일 2010-05-31
▲신용철(사학60, 동서문화로 연구실 대표, 총동문회 이사)

그리스의 경제위기가 그리스를 넘어 남부유럽 다른국가로 확대되고 있다. 지중해의 작은 나라인 그리스는 고대 오리엔트 문명을 흡수해 신화와 철학, 역사 문학을 비롯해 현대 세계의 가장 중요한 정치이념인 민주주의와 올림픽 경기 등 유럽 문화의 원천으로서 뿐만 아니라 세계사에 크게 기여했다. 사실 ‘유럽’ 이란 명칭부터 제우스신이 납치해 온 페니키아의 공주의 ‘에우로페’ 란 이름에서 유래했고,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문자인 알파벳도 페니키아에서 그리스를 거쳐 유럽에 정착돼 세계화된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리스의 경제위기가 지금 매우 낙관적으로 발전해가던 유로경제권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는 지금 고대사와 거꾸로 유럽의 현대사에 매우 큰 위기에 처하게 만든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역사는 참으로 이렇게 예상외로 전개되기도 해 순환과 역순환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해 준다.

2009년 그리스의 정권교체로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과거 정부가 말한 재정적자가 국내 총생산(GDP)의 6%가 아닌 12.7 %라고 밝히면서 유럽 금융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EU)과 IMF에 금융지원을 요청하게 돼 1100억 유로의 지원을 받게 됐다. 이 지원을 받는 대신 그리스는 임금이나 연금 등 재정 지출을 크게 줄이는 긴축재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탈세가 GDP의 14%나 될 정도로 세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함은 물론 공공부문의 취업자가 전 취업자의 3분의 1이나 될 만큼 방만한 재정운영이 쉽사리 개선되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 부패와 지나치게 호화로운 생활에다, 강력한 노조의 저항으로 개혁 및 긴축재정도 더욱 어려워지는 듯하다.

이에따라 가뜩이나 경제적 기반이 약하고 불균등한 EU 여러 나라의 상황에서 수세기의 역사적인 큰 목표인 ‘유럽합중국’의 원대한 정치적 꿈마저 비관적으로 전망돼 미래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이러한 지중해와 유럽의 위기를 보면서 우리 역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2008년 광우병 파동에 의한 촛불시위 때, 우리의 지도급 모 정치인은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그러면 왜 그처럼 위대한 전통을 서양은 후대에 계승하지 못했으며, 직접 민주정치의 아테네는 그후 역사에서 왜 무너져 갔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300명에 불과한 국회의원들의 의견마저 통일되지 못해 개원도 자주 못하는 한국의 18대 국회를 보면서 과연 2500 여년 전 아테네의 직접 민주정치를 부러워하며 동경 할 수 있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만일 지금 그리스와 그리스의 국민들이 고대의 자유로운 직접 민주정치의 꿈에만 사로 잡혀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더욱 커다란 불행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의 위기에 대한 서양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1998년 IMF 때 우리의 외환위기를 ‘금 모으기’ 같은 단합된 국민의 의지와 긴축으로 극복한 인내와 지혜가 필요한 것이지, 개혁과 긴축에 대한 시위가 적합한 처방이 될 수 없는 것임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더불어 지자체의 ‘호화로운 청사’ 같은 공공부문의 과다한 지출과 방만한 운영은 그리스와 같은 파산의 지름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 또한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0. 5. 28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