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김철원-관광 키울 쇼핑인증제 도입하자
▲김철원(모교 호텔관광대학 학장)
한국 관광산업을 G7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쇼핑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관광객은 대부분 관광하는 도중 쇼핑에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홍콩에서 관광객들이 지출하는 비용 중 약 50%는 쇼핑이 차지할 정도로 관광산업에서 쇼핑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인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이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로 쇼핑을 꼽는다. 또 쇼핑을 목적으로 방한하는 외국인 비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 동기는 쇼핑(44.4%), 음식ㆍ미식 탐방(41.5%), 가까운 거리(40.1%)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기간 중 가장 많이 하는 활동도 쇼핑(57.1%)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있어 쇼핑은 경제적 가치 창출뿐 아니라 한국의 색다른 경험적 소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성을 가진다.이처럼 관광활동에서 쇼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일부 쇼핑업체들은 여행사와 밀착해 여전히 관광객들에게 구매를 강요하고 있다. 이른바 `바가지요금`으로 외래관광객들에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에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은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외화 획득을 위해 허가된 외국인 전용 판매장은 여행사가 모집한 단체 외래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중에 비해 작게는 10~20%, 많게는 몇 배나 비싸게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나중에 관광객들 자신이 물건을 비싸게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한국관광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쇼핑관광을 위해 획기적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한국관광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도 없고 관광산업의 G7도 현실성 없는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세계적 쇼핑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홍콩, 싱가포르는 쇼핑인증제도를 도입해 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홍콩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소위 `짝퉁`이라는 모조품의 천국으로 불렸다. 쇼핑관광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 국가 이미지에도 큰 손상을 입었다. 그러나 홍콩은 QTS(Quality Tourism Service)라는 이름의 쇼핑인증제도를 도입한 후 불과 10년 만에 지금은 세계적인 쇼핑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관광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쇼핑인증제도 같은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쇼핑인증제도를 도입하면 관광지에서의 쇼핑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향상, 바가지요금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 해소, 쇼핑 매장의 서비스 향상은 물론 소비자의 여러 가지 불만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물론 쇼핑인증제도는 관광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복잡성으로 인해 즉시 도입하는 것보다 일정 기간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한 뒤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인증범위, 인증평가지표, 인증업체에 대한 제도적 혜택 등을 면밀히 검토해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쇼핑인증 참여업체에 대해 법적ㆍ제도적 지원 방안이 효과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여기에는 여행사 자체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쇼핑인증업체로 관광객들을 유도하는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 그래야 여행사와 쇼핑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이 필수적이다.
쇼핑관광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는 측면보다 한국관광의 진정성을 경험하도록 하는 일이다. 즉 외국관광객들이 `한국관광의 중요한 가치와 결합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이는 한국관광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원천이 될 것이다.
[김철원 경희대 호텔관광대 학장(한국컨벤션학회 회장)]
[2010. 1. 4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