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안경모-한국 관광 선진화의 조건
▲안경모(모교 관광대학원 교수)
최근 경제위기와 신종 플루로 관광산업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나라 관광 실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외래 관광객은 700만명으로 전년 대비 14%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한 해 외래 관광객은 무난히 78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광 실적을 거둔 요인은 여러 가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환율 효과 등으로 일본인들의 쇼핑관광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정부의 적극적인 관광산업 육성 의지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대통령이 주재한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회의는 무려 세 차례 열렸다. 이는 관광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한국 관광산업이 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 많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그 정책을 수행할 기관이 확고한 실현 의지를 지니고 있어야 하고 관리감독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관광정책을 수행하는 대표 기관인 한국관광공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에 따라 면세사업과 관광단지 개발 업무를 줄이고 국내외 관광 마케팅과 관광 수용 태세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본연의 임무에 맞춰 기능을 재정립했다. 또 외국 귀화인으로는 처음으로 이참 씨가 사장으로 임명돼 사회 각계각층에서 신선한 반응을 얻었고, 그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나 그동안 관광공사의 변화 모습을 지켜보면 외부 평가는 그렇지 못하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기업들, 그리고 여러 공공기관에 비하면 특별히 달라진 것도 없고 변하려는 의지도 부족하다는 인식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기를 원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끼도 많고 능력도 많은 그들에겐 아쉽게도 한 가지 부족한 게 있다. 바로 서비스 정신이다. 관광공사 직원들은 바로 한국 관광의 얼굴이다. 하지만 관광 현장에 종사하는 일부 인사들은 종종 "한국 홍보의 최전선에 있는 공사 직원들에게서 공무원들보다 오히려 더 경직되고 관료적인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공사 직원들은 공무원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한국 홍보의 최전선에서 외국인들에게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는 서비스 직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관광공사의 기업문화는 물론이고 오랜 기간 지속됐던 조직의 관행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파격적인 인사쇄신이 필요하고 실천적인 현장 중심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한국관광과 관광공사에 애정을 갖고 있는 관광인 중 한 사람으로서 이제 관광공사 내부의 적극적인 변화를 기대해 본다. 창의적인 현장 중심의 서비스 정신이 명품 관광을 만드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경모 경희대 관광대학원 교수]
[2009. 12. 27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