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김찬규-北 무기수출 결코 성공 못한다
▲김찬규(대학원, 모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지난 12일 태국 돈무앙 공항에 착륙했다가 억류된 그루지야 국적 일류신-76 수송기에는 35∼40t의 북한산 무기가 실려 있었다. 태국 당국 발표에 따르면 평양 순안 비행장을 출발한 이 항공기가 재급유를 위해 착륙을 요청해 허가했는데 점검 결과 많은 북한산 무기를 싣고 있어 억류하고 벨라루스 출신 조종사 1명, 카자흐스탄 출신 승무원 4명 등 탑승자 5명을 구속했다는 것이다.
적재된 무기에는 RPG-7 대전차로켓, SA-16 휴대용 대공미사일 등이 들어 있었으며, 특히 수송기에 실렸던 ‘K-100’이라 쓰인 상자에 미국 측 시선이 집중됐다. 이것은 미국·이스라엘·인도 등이 운용하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타격용인 러시아제 K-100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무기가 파키스탄 내의 탈레반 반군, 또는 헤즈볼라나 하마스 등 테러단체의 수중에 들어갈 때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연합군이나 팔레스타인에 있는 이스라엘군은 치명적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재급유를 받기 위해 착륙한 그루지야 국적 수송기를 태국 당국이 검열할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지난 6월12일 채택된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1874호이다. 결의 채택에 앞선 5월25일 실시된 북한의 제2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조치로서 나온 이 내용에는 먼저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이어 ‘금지 품목이 들어 있다고 믿을 합리적 근거를 제공하는 정보가 있는 경우에는 모든 국가는 해항 및 공항을 포함한 자국 영역 내에서 국내법 및 국제법에 따라 북한으로 오가는 모든 화물을 검색할 것을 촉구한다’는 규정이 들어 있다(제11항).
또한 검색 결과 화물에서 금지 품목이 나왔을 때에는 회원국은 이를 압류해서 처분해야 하며(제14항), 검색·압류·처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전원으로 구성되는 제재위원회에 신속히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5항).
이상 살펴본 것이 재급유를 받기 위해 착륙한 그루지야 국적 수송기를 태국 당국이 검열할 법적 근거였다. 북한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1874호가 채택되고 난 후 이를 무시하는 행동에 나선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먼저 강남 1호 사건이 있었다. 상기 결의에서 금수품으로 지정된 물품을 실었다는 의혹을 받은 북한 선박 강남 1호가 6월17일 남포항을 떠나 미얀마 쪽으로 가다가 28일 베트남 인근 남중국해에서 갑자기 방향을 돌려 북상, 7월6일 남포항으로 되돌아갔다. 이 배는 출항 때부터 미 KH-12 정찰위성, P-3C 해상 초계기의 추적을 받았는데 배가 동중국해에 이르렀을 때에는 미 이지스 구축함 존 메케인호까지 추적에 합류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지난 8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R)가 이란으로 향하던 바하마 선적 화물선에서 북한산 무기를 압류한 일이 있었고, 9월에는 부산에서 파나마 선적 화물선으로부터 북한 관련 컨테이너 4개와 방호복 등을 압류한 일이 있었다.
선박을 통한 제재 회피 시도가 난관에 봉착하자 북한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작년 8월 북한 고려항공 소속 일류신 62기가 미사일 관련 물자를 싣고 미얀마를 떠나 이란으로 가기 직전 인도의 영공통과 허가를 받지 못해 되돌아 간 적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북한이 자국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고 제3국 항공기를 이용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주민만 고통 속으로 몰고 갈 뿐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지금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기본 입장은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접근법’인데 이를 강행하면 북한은 굴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
[2009. 12. 15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