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2010년, 고용창출 제도 정비해야


동문특별강좌 안재욱-2010년, 고용창출 제도 정비해야

작성일 2009-12-16
한국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 성장세로 돌아서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2분기에 전분기 대비 2.6% 성장을 기록했고, 3분기에도 2.9%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편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정부는 5%,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5%, 한국은행은 4.6%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한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는 것은 막대한 정부 지출에 힘입은 바가 크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정부는 2009년 예산을 수정해 10조원을 더 늘렸으며, 지난 4월에는 28조4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지난 상반기 동안 올해 예산의 68%인 185조5000억원을 풀었다. 정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8년 24.3%에서 2009년 25.1%로 늘었다.

정부는 지속적인 경제회복을 위해 내년에도 확장정책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 지출로 경제를 뒷받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 지출을 막대하게 늘렸음에도 실업률이 개선되지 않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10월 현재 고용률은 59.3%로 전년 동월 대비 0.7% 떨어졌고, 실업자는 79만9000명으로 8.6%가 늘었다. 실업률은 3.2%로 0.2%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실업률 역시 0.9% 오른 7.5%다. ‘고용 없는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을 이룬 것은 ‘성장’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보통 경제성장은 GDP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그러나 GDP 개념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GDP는 일정 기간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시장 가치를 합한 것으로, 최종 생산만 계산되고 중간 생산은 제외된다. 게다가 최종 생산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소비 지출이 자본재 투자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본재의 상당 부분은 중간재에 포함돼 소비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져서 보통 55% 정도 차지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GDP에 정부 지출이 포함되기 때문에 적자 지출일지라도 정부 지출을 늘리면 자동적으로 경제가 성장되는 것처럼 나타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정부가 경제 성장에 집착하게 되면 민간의 투자 반응은 고려하지 않은 채 소비를 장려하게 되고 정부 지출을 늘리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GDP는 계산이라는 추상적 개념이고 실업은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이다. 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정부의 재정 지출에 의한 경제 성장의 그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경제 성장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 창출이지 몇 퍼센트의 경제성장률이 아니다. 고용 창출은 기업의 투자로부터 나온다. 기업의 투자는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어야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고용이 증가하며 경제가 성장한다. 그것이 국민이 ‘진정으로 느끼는 경제 성장’이며 ‘고용이 창출되는 성장’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에 두어야 한다. 감세와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물론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소득세 등을 인하하고 일부 수도권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친서민정책’이란 이름으로 이러한 기조가 차차 퇴색해가고 있다.

보다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감세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특히 법인세를 인하하고 고용 효과가 큰 서비스 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불법적인 노조 활동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법과 제도를 개선해 실질적으로 임금과 고용 형태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재욱 / 경희대 대학원장·경제학,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2009. 12. 16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