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김광구-토공ㆍ주공 통합본사 묘책은
▲김광구(행정85, 모교 행정학과 교수)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 상징인 토공ㆍ주공통합법이 지난 1일 발효됐다.
통합법인이 탄생하며 새로운 첫 걸음을 내디뎠으나 이는 더 큰 문제의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다가올 태풍의 핵은 바로 어느 혁신도시로 통합 본사를 이전해야 할 것이냐다. 이미 수립된 계획에서 토지공사는 전북혁신도시(전주와 완주시)로, 주택공사는 경남혁신도시(진주)로 이전하게 돼 있다.
두 지역은 이전 기업들을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삼으려는 기회를 놓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진주 쪽은 상대적으로 느긋하고, 힘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전주 쪽은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문제는 영ㆍ호남 지역감정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고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자기 지역으로 `목숨 건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면 더욱 정치화되면서 합리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해결의 출발점은 문제가 곪아 터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토공ㆍ주공 통합 본사 지방 입지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대화를 통해 해결 원칙을 찾는 데 있다.
문제가 곪아 터질 때까지 기다리면 사회적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고 정치적 리스크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문제가 곪아 가는 동안 국론은 분열될 것이고 이 분열은 다른 이념과 상승작용하여 우리 사회를 갈등의 골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
정치권이 문제 해결을 위해 첨병으로 나서야 한다. 정치가는 항상 국가와 사회의 문제를 파악하여 변화 필요성을 역설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줄 알아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득이 있는 곳에는 카메라에 얼굴 한번 비추려고 어깨를 들이밀며 앞으로 나서기에 안간힘을 쓰면서 정치적 이해가 모호한 부분에선 필요한 것을 알면서도 머뭇거린다면 정치라는 기능은 국가와 사회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그러나 공론화 장의 구성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 하는 점이다. 미디어관련법 여론 수렴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실망스러운 결과를 초래한 이유를 인식해야 한다.
앞으로 공론화 장의 설계는 정치권이 아닌 중립적 갈등관리 전문가에게 맡겨 설계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토공ㆍ주공 통합 본사 지방 입지 선정은 정부와 국회가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 통합 본사 지방 입지 선정 문제는 국회가 공론화 장을 마련하지만 전문가에게 설계를 맡기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통합을 이루기 위한 작은 시금석으로, 영ㆍ호남 화합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토공ㆍ주공 통합 본사 지방 입지 문제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변화의 리더십을 보고 싶은 것은 지나치게 담대한 희망일까.
[김광구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2009. 10. 11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