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명절에 필요한 따뜻한 소통 리더십


동문특별강좌 최진-명절에 필요한 따뜻한 소통 리더십

작성일 2009-10-07
▲최진(모교 행정대학원 교수)

즐거운 추석연휴에 꼭 필요한 리더십은 뭘까. 추석에 웬 리더십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리더십이 가장 필요한 때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명절 연휴다. 모처럼 할아버지와 할머니, 가족 친지들, 고향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세상 민심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어느 리더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가족 분위기와 회사 경영방침, 나아가 여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역대 정권마다 추석 민심을 겨냥해 장밋빛 공약이 담긴 홍보물을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나눠주기도 하고, 봉황 무늬가 새겨진 선물을 ‘특별 관리대상자’들에게 보냈다.

추석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역시 다정다감하고 듬직한 ‘아버지형 리더십’이다. 꼭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가정을 이끄는 사람이 추석연휴에 보여줘야 할 리더십은 아버지처럼 신뢰와 희망을 주는 리더십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렵고 복잡한 세상에는 가볍고 변화무쌍한 ‘친구형 리더십’보다는 오히려 진중하고 믿음직한 아버지형 리더십이 요구된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친구형 리더십을 발휘했다가 국민들에게 “가볍고 신뢰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다행히 참모였던 딕 모리스의 조언을 받아 신중하고 일관성 있는 아버지형 리더십으로 전환해 지지도가 상승했다.

아버지형 리더십은 허튼소리나 빈말을 하지 않지만 상대방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실천하는 행동가형 리더십과 상통한다. 이번 추석연휴에 대한민국 아버지들은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가족 친지 및 이웃들과 많은 대화 공간을 만들어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가장(家長) 역할을 하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명절에도 가족 친지 및 고향 사람들과 마음 터놓고 정을 나누는 소통의 미덕을 잊고 지내온 것 같다. 이 땅의 아버지들은 이번 추석연휴를 계기로 소통의 리더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집안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어머니들도 함께 소통 동반자가 돼야 온전한 소통 리더십이 창출됨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차가운 일방향 소통이 아니라 따뜻한 쌍방향 소통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나의 생각과 주장을 무리하게 내세우면 충돌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좋은 추석날 맛있는 송편과 막걸리를 앞에 두고 종종 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이다. 링컨이나 루스벨트, 처칠 등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은 상대방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수용하는 쌍방향 소통 능력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이번 추석 때 상대방 말을 한 번 더 들어주는 아량을 베푼다면 여느 때보다 재밌고 유익한 명절이 될 것이다.

따뜻한 소통 리더십은 가정뿐 아니라 회사에도 필요하다.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중간 관리자나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다. 회사 간부들은 이번 연휴 기간에 조용히 눈을 감고 그동안 나는 과연 상사, 동료, 부하 직원들과 원만한 소통 관계를 유지해왔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자.

뭐니 뭐니 해도 소통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일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 전체와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주된 소통 수단은 말(言)이다. 국민들의 아픈 곳, 가려운 곳을 찾아 치유하고 긁어주는 것이 대통령의 주된 임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소통 부족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지만 최근 친서민 정책이나 중도실용 실천 과정을 보면 점차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새롭게 형성된 민심을 면밀히 관찰해 국정에 반영하기를 바란다. 그러고 보면, 가족과 회사와 국가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리더십 덕목은 따뜻한 쌍방향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거듭 강조하건대, 소통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경청, 그리고 믿음과 희망을 주는 아버지형 리더십이 전제돼야 한다. 이번 추석연휴는 국민 모두에게 짧지만 굵은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최진 한국리더십개발원 원장·경희대 행정대학원 교수]
[2009. 10. 7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