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마음의 힘


동문특별강좌 안호원-마음의 힘

작성일 2009-09-04
▲안호원(언론정보대학원, 부천대학 객원교수, 총동문회 이사)

우리들이 현실 생활속에서 비록 찌들고 지치고 초라하고 부족하다해도 우리들의 본래 성품은 밝고 청청하다. 그 자리엔 괴로움도 고통스러움도 애초부터 없었다. 우리가 비록 능력이 모자라고 몸이 부자유스럽고 가진 것은 없다 할지라도 우리들의 자성은 본래 무한한 능력과 힘을 갖고 있다.

한 예로 나무를 쪼갠들 그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파란 잎과 향기로운 꽃을 피울 수 있는 잠재된 무한한 힘은 그 속에 있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그런 깨달음에 이르러 누구나 성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깊숙이 감춰진 보배처럼 말이다.

불법은 바로 그것을 발견하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세상에 마음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어떤 마음이 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마음 하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태양의 힘이 아무리 위대하고, 우주 삼라만상이 아무리 광대하다해도 주먹만한 내 마음보다 못하다.

그런 마음의 힘은 그 어느 것이라도 꺾지 못한다. 진실에 마음 하나를 열면 모두가 다 그 안에 들어온다. 따라서 그런 마음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마음의 울타리를 헐어버리고 들녘의 넓은 들판 같은 평온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바다가 더러운 강물을 조건 없이 받아들여 넓고 깊은 물로 유유히 흐르듯 내 마음을 닦아야 한다.

삶 속의 고(苦)가 무너지고 번뇌가 지워지는 그런 마음이 되도록 마음을 닦아내야 한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이 닦을 게 있어서 닦는 게 아니라 나(자아 自我)라는 생각, 아만(我慢), 아상(我想), 아집(我執)의 해묵은 고정관념을 떼어버리자는 거다.

민물에 사는 참게는 털이 많고 발톱이 날카로워 깊은 항아리 속에 넣어도 제 발로 잘도 기어 나온다. 그런 참게를 항아리에 여러 마리를 넣어놓으면 한 마리도 기어 나오지 못한다. 먼저 기어 나오려는 참게를 다른 게들이 용납을 하지 않는다. 서로 먼저 나오려고 앞서 올라가는 게를 다른 게들이 뒷다리를 물고 끌어내리거나 서로 엉겨붙어 계속해서 바닥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할 뿐이다. 그래서 아무도 그 항아리를 기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리석은 나는 이런 게들의 행태를 보면서 우리 한국인의 근성도 참게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노자는 결코 앞서지 않는 덕이 가장 큰 덕이라고 했다. 가장 앞서가는 사람은 맨 뒤에 가는 사람이다. 맨 뒤에 가는 사람이 앞서 갈 수 있는 것은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보고 고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앞서 가고자 하면서도 뒤에 설 줄은 모르기 때문에 결국 앞서지 못하고 만다. 자신부터 드러내려고 하며 앞서고자하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우리라는 사회 구성원이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세상살이가 무척이나 각박해지고 힘든 세상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앞서지 않고 남을 먼저 앞서도록 도와 준다면 내가 스스로 앞서지 않아도 어느새 내가 앞서게 되는 게 세상이치리라. 그러나 너도나도 앞서고자 하다보니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가 퇴색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얼마 전 개강 직전에 모 대학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상담실을 폐쇄하니 방을 비워달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학장님의 배려로 4년간 주 2일을 무료로 상담실을 운영해왔는데 상담실을 개설해주신 학장이 퇴임하면서 팀장이 눈에 가시같은 상담실을 없애는 것이다. 비록 상담자는 적었지만 졸업한 학생이 계속 상담을 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기독 학생동아리를 조직, 매주 수요일 예배를 드리면서 말씀 선포와 함께 인성교육까지 해왔다.

힘이 들고 사비(식대 및 간식비)가 들어도 나름대로 보람을 느꼈는데 학장의 퇴임과 동시 그런 통보를 받게되니 처음에는 분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지만 내가 너무 피곤하니까 하나님이 좀 쉬라고,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일을 준비하라는 것이구나 하는 마음이 되니까 한 결 마음이 편해진다.

어찌하다보니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해야 하는데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함께 하자고 하지도 못하는 각박하고 인정이 메마른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참게처럼 남을 생각지 않고 과욕을 부리는 미련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사람이 수양을 하며 마음을 닦는 것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함이다.

옳지 않은 길을 갈 때도 마음의 갈등을 일으키는 것도 평화를 깨트리고 싶지 않다는 본능이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마음속에 평화라는 낙원을 만든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 쉽지 않은 게 아니라 인간 사회속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다가 올 때도 있다는 것이다.

단 한시도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숱한 선택과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마음의 참 평화를 얻을 수가 있을까. 역시 마음안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높은 산이나 앝은 산이나 결국은 오름이다. 그래서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세상이다.

성경에도 ‘선한 사람은 마음의 쌓은 선(善)에서 선을 내고 악(惡)한자는 그 쌓은 악에서 악을 내나니 이는 마음의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니라’했다. 사악한 마음을 누르고 선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 세상에 고정된 것, 멈춘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해도 달도 바람도 구름도 자연까지도 모두가 흘러가는 거다. 지금 아무리 어려움이 따르고 괴롭다해도 마음 도리를 알아서 마음을 닦는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또 다른 삶을 사는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의 힘이 위대할 수밖에 없다. 긍정과 부정은 항상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 어느 쪽의 마음을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내가 남에게 베푼 것은 내게 다시 돌아오지만 내가 남에게 던진 것은 내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무엇이 바쁜지 허둥지둥 살아온 우리네 인생. 이제 잠시라도 머리를 치켜들고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바라볼 줄 아는 여유의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문득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라는 유행가 가사가 떠오른다. 나도 보통사람이라서 일까.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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