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정진영-[시론] 美·中 전략대화가 남긴 것
▲정진영(모교 국제관계학 교수)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의 외교 및 경제 수장이 전략 및 경제 대화(S&ED)라는 이름으로 27,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났다. 이 이름은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에 시작된 전략경제대화(SED)라는 이름에서 전략과 경제 사이에 앤드(and)를 넣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변화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고 중요하다. 과거의 SED가 양국 간의 경제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면 지금의 S&ED는 외교와 경제를 동시에 논의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중국의 이번 만남에 온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나라의 만남인 데다가 세계적 경제위기 국면에서 관계와 역할 정립이 경제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이들 두 강대국의 힘이 직접적으로 교차하는 지역이다. 이들의 결정과 행동이 우리에게 미칠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우리가 누구보다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워싱턴 대화의 특성과 성과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중 간의 변화된 역학관계를 잘 보여주었다. 과거 양국 간의 회담은 주로 미국이 중국을 비난하고 훈수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과 채권국 사이의 만남이었다. 오히려 중국이 미국에 요구하고 미국이 중국의 호의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이유는 명백하다. 중국은 8000억달러 이상의 미국 재무부 채권을 포함해 1조5000억달러 상당의 달러표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대표단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에 재정수지 적자를 축소해 달러가치를 안정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미국은 올해에만도 1조달러 이상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 외교전략 대화의 수준을 격상시키고 경제 대화와 병행시킨 점이다. 미중 간에는 외교안보분야의 대화채널로 차관급의 고위급 회담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고 경제 대화와 동시에 개최했다. 이것은 미묘한 변화이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미중 안보관계의 중요성과 미국 입장에서 국제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미국은 자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외교안보 차원의 대화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경제 차원의 대화를 병행함으로써 외교안보와 경제의 상호작용관계를 이용하려 했다.
셋째,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정책이 일단 양국 간의 협력추구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 클린턴 국무장관,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모두 중국의 고사성어를 인용해 가며 중국 대표단에 친근감을 보이고 미중 간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봉쇄정책을 추구한다는 중국 측의 우려를 씻어내고 미중관계를 포괄적인 협력관계로 발전시키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이러한 미중관계의 발전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강대국 정치에 희생된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 우려의 마음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지만 두 강대국의 사이에서 생존과 번영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로, 두 나라 사이가 나빠져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보다 협력할 때 양쪽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유리하다.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두 나라 사이에 미묘하지만 중요한 입장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북핵 폐기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이 내수지향적인 발전전략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중국시장 접근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미중관계가 더욱 친밀해지는 것을 환영하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두 나라 모두와 더욱 긴밀한 친구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2009. 7. 30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