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안재욱-폭력시위가 국가브랜드 갉는다
▲안재욱(경제75, 모교 대학원장)
브랜드는 이미지다. 소비자는 이미지가 좋은 제품을 더 선호하고 구매한다. 비록 기능이나 형태 혹은 품질이 똑같을지라도 이미지가 좋은 제품에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고 한다. 이것이 브랜드 파워이고 브랜드 가치다. 따라서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
그동안 이러한 노력으로 한국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부문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지난 1월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7%를 넘어서 6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이 31%로 늘어나 38%의 노키아를 바짝 뒤쫓고 있다. TV부문에서도 지난해 한국 TV가 30년 이상 선두를 달린 일본 제품을 드디어 추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낮은 국가 이미지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안홀트-로퍼가 개발한 국가브랜드 순위에서 한국은 50개국 중 33위로 세계 14위의 경제 규모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 낮은 국가 이미지는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와 관광, 그리고 두뇌 유치를 막고 한국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려 왔다. 실제로 연초에 KOTRA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비슷한 품질이라도 한국 제품이 100달러일 때 미국 제품은 135.6달러, 독일 제품 149.4달러, 일본 제품 139.1달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품질인데도 선진국의 70% 수준에 팔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제품이 제값을 받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투자와 관광, 그리고 두뇌 유치를 통해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브랜드 제고가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브랜드 33위를 2013년까지 15위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우고 최근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발표한 브랜드 제고 전략은 높이 평가된다. 그동안 저조했던 공적개발원조(ODA)를 2015년 국민총소득 대비 0.25%까지 확대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 구현에 기여할 수 있는 평화유지군 참여 확대와 해외봉사단 2만명 파견, 그리고 우리의 경제 성장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사업 등은 대한민국의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 부처마다 각기 다른 상징 이미지(GI)를 사용한 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 역시 국가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나라의 품격과 이미지를 훼손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지난 3월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발표한 주한 외국인 대상 조사에서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떨어뜨리는 주요인 중의 하나가 정치·사회적 불안이었다. 수많은 시위자들이 죽창을 휘두르며 도심을 마비시키는 화물연대, 볼트와 너트 등의 사제총을 난사하며 극한 대치를 벌이는 쌍용차 노조, 미디어법을 둘러싸고 몸을 날리며 난타전을 벌이는 국회 등은 대한민국의 품격과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행위들이다. 이러한 후진성이 사라지지 않다면 아무리 우리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높게 평가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국가브랜드 15위 목표 달성도 요원하다.
국가의 품격과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과 법을 무시하고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폭력으로 입장을 표출하는 후진성은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을 어기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타협과 양보 문화를 정착시켜 정치와 노사관계에서 선진화를 조속히 이뤄야 한다.
[[안재욱 / 경희대 대학원장·경제학,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2009. 7. 28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