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주재우-자원외교 왜 자꾸 실패하나
▲주재우(모교 국제정치학 교수)
우리나라는 자원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 경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외 자원을 안정적으로 싸게 공급받고 이를 안전하게 들여오는 것이 관건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부터 주요 전략으로 이른바 ‘에너지외교’ ‘자원외교’를 적극 추진해왔다. 그리고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지도부의 해외방문도 이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상반된다. 일례로, 북한 경유의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발표 건은 러시아와 북한 간에 합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지난 2월에 합의된 이라크 유전개발 사업은 우리 기업의 참여가 배제되었다.
우리 자원외교의 근본적인 문제는 외교, 그 자체에 있다. 그동안 우리 외교는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므로 우리의 외교관계는 자연스럽게 수출시장 국가에 집중되었다. 주요 수출시장국은 선진국들이다. 선진국 중심의 외교는 개도국이나 후진국에 대한 외교를 등한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부분의 자원생산국은 개도국이나 후진국들이다. 자원외교 성공 국가들을 보면 자원생산국과의 관계를 꾸준히 유지, 발전해왔다. 이것이 그들의 자원외교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자원생산국과 수교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실질적인 외교성과는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통령, 고위지도자들이 갑자기 방문해 자원외교 의사를 피력한다고 해서 그 어느 나라가 혜택을 주려고 하겠는가. 오늘날 자원외교의 장에서 두드러지게 활약하는 중국을 보자.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과 최고 지도부의 적극적인 외교 공세 이면에는 이들 자원생산국과의 유구한 외교관계가 존재한다. 중국은 제3세계 국가, ‘발전중 국가’와의 외교를 중시하면서 이들과 정치, 경제, 외교, 문화, 교육, 민간 등 ‘전방위 외교’ 관계를 추진해왔다. 이런 외교관계가 중국 자원외교력의 원천이다.
우리 자원외교의 또 다른 문제점은 교섭력이다. 우리의 에너지시장은 연간 석유자원의 수입량과 소비량은 모두 세계 10위권일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에너지자원생산국가와 협상하는 데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 일단 우리 에너지기업의 개별적 구매력과 투자능력이 다국적기업에 비해 작다. 또한 우리 정부가 교섭에서 제시할 수 있는 경제협력 규모 역시 경쟁 대국의 것에 미치지 못한다. 판매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우리 자원외교의 가치를 느낄 수 없다. 그러므로 더 저렴하거나 우리에게 유리한 합의를 도출해내기가 그만큼 어렵다.
우리 자원외교는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더욱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방법이 요구된다. 대내적으로는 우리 에너지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더불어 자원외교의 중장기 전략 목표와 발전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개도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과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주재우 |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2009. 7. 24 경향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