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식-[글로벌 포커스] MB 재산기부와 통합의 메시지


동문특별강좌 박윤식-[글로벌 포커스] MB 재산기부와 통합의 메시지

작성일 2009-07-20
▲박윤식(법학60, 조지워싱턴대학교 교수, 청와대 정책자문위원)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살아갈 집 한 채만 남겨 놓고 평생 일군 재산 331억원을 사회에 기부하였다. 평소 근검 절약하는 이 대통령 생활모습을 직접 관찰해온 필자로서는 한편으론 한국 기부문화를 발전시킬 큰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계층 간 갈등을 다시 한 번 염려하게 된다.

10년 전 이 대통령이 국회를 떠나서 잠시 쉬고 있을 때 필자가 몸담고 있는 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부는 그분을 객원연구원으로 초빙하였다. 우리 국제경영학부는 가끔 이 분야 외국 학자를 초빙하여 1년간 학생ㆍ교수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양쪽 다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한국 대기업 최고경영자로 국제경영을 몸소 실천한 분이었기에 예외를 만들어 초청하였던 것이다.

워싱턴에 처음 도착한 이 대통령 부부는 주거지 선택을 도와준 우리 집사람이 미국 중류가정이 보통 사는 개인주택 임차를 권하였으나 잠깐 있을 것이라며 한국 유학생 부부가 흔히 사용하는 허름한 아파트를 택하였다. 침대도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깔고 사용하였고 전화기는 라면 박스 위에다 놓았다.

워싱턴에 도착한 지 며칠 후 필자가 멤버로 있는 컨트리클럽에서 대통령 부부와 점심을 함께하였는데, 김윤옥 여사는 3분의 1 정도 남은 샌드위치를 정성스럽게 싸서 집으로 가져갔다. 미국인들도 흔히 식당에서 먹다 남은 스테이크 등 비싼 음식을 싸 달라고 해서 집에 가지고 가지만, 샌드위치 남는 것을 가지고 가는 일은 특별한 알뜰 주부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습관이다.

가난한 청소년 시절을 겪은 이 대통령의 검소한 생활습관은 겉치레가 아니라 몸에 밴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분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첫 정부가 강부자 내각이라 하여 여론의 질타를 당한 것을 바라보는 이곳 워싱턴 동포들은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명박 정부 각료들 평균 재산이 전 정권의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두 배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부자만을 위한 정권이라고 선동하면서 계층 간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한국 정치현실이 슬펐다.

외국에서 살펴보니 지금 우리나라는 재산이 많고 적음만을 기준으로 계층 간에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양분되어 극한 상황으로 나간다면 어느 기업인이 감히 거액을 투자하여 일자리를 창출할 엄두를 낼 것인가?

전라도 해남 땅끝마을의 가난한 농가 출신인 필자가 50여 년 전 서울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보니 우리 집에 비교할 수 없이 윤택한 집안 아들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공부하기에 바빠서 잘사는 동급생들을 미워하고 저주할 틈이 없었다.

어떻게 운이 좋아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날 때는 우리나라에 외화가 하도 귀해서 한 학생당 50달러만 가지고 나갈 수 있었지만 필자는 그 돈도 없어 단돈 16달러를 들고 비행기를 탔으나 나보다 더 가진 자들을 조금도 탓하지 않았다.

원래 착하고 부지런하고 상부상조하는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있는 자, 없는 자로 편갈이하여 소위 가진 자들을 이처럼 저주하며 목숨 내걸고 극한 투쟁을 서슴지 않게 되었을까? 5년 전 세계 11위권이던 한국 경제가 작년에 15위로 떨어지고 1인당 소득도 세계 49위로 하락하여 우리는 아직도 중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갈수록 한국 경제 성장동력이 상실되어 가는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이 극한 상황에 달해 있는 계층 간 알력과 갈등 때문이다. 가장 큰 책임은 일부 좌파 과격 운동권과 이들을 이처럼 극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데 일조해온 일부 무책임한 `있는 자`들에게 있다. 이번 이 대통령 재산 기부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있는 자들도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윤식 조지워싱턴대 국제금융학교수]
[2009. 7. 19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