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경희의 유산2-경희 역사속의 다리
경희의 유산을 찾아서(2)
< 경희 역사속의 다리 >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다리는 불국사에 있는 청운교, 백운교와 연화교, 칠보교이다.
이들 다리는 구조물을 경계로 천상의 불국도와 지상의 속세를 연결한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또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쫓기는 몸이 된 주몽이 압록강 엄호수에 이르렀을 때 자라와 물고기들이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주어 강을 건넜다는 일화가 있다. 이 다리는 새로운 세계와의 연결과 신천지의 입구라는 상징성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다리에서는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개성에 있는 선죽교에서는 고려왕조가 조선으로 바뀌는 계기를 마련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편 압록강의 단교는 우리 민족의 애환이 집약된 다리로 일제시대 압제와 가난을 피해 만주로 향하던 건널목이었다.
6.25전쟁 때에는 압록강 철교와 한강의 다리들이 폭파되기도 했다. 휴전선에 세워진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민족분단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학교에는 경희의 이상을 간직한 4개의 다리가 있다. 호텔경영대학으로 가는 길에는 '지성의 방울 아름답게 울리리'라고 쓰여진 가령교(嘉鈴橋)가 있고 4.19탑 옆에는 '하늘로 뚫린 언덕길로 오르리'라고 쓰여진 황궁교(皇穹橋, 1961. 6.)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경희 캠퍼스의 선경으로 불리우는 경희언덕에 팔선인이 각자의 소리로 화음을 내면서 창공을 날고 있는 경희인상이 세워진 곳을 지나면 선동호 위에 신선들이 걸터앉아 거문고와 가야금을 탄금하는 듯한 형상으로 된 곡선의 다리인 선금교(仙琴橋, 1967. 11)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의 정기를 기리자는 뜻에서 대강당으로 이어지는 다리 일대의 화성대(和城臺)에 33m 길이로 세워진 화성교(和成橋, 1977. 12.)가 있다.
이 화성교는 물질과 정신문명의 화합과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의 만남을 통해 내일의 이상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경희 정신을 상징하고 있다. 화성교의 교각에는 교화인 목련화를 조각해 놓은 석대에 동양의 선녀와 서양의 현대 여인상이 세워져 있다. 아치형의 교량 전면 벽에는 나팔과 하프를 연주하는 서양인과 피리와 비파를 연주하는 동양인이 어우러져 하늘을 나는 형상을 하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창학 이래 평화교육의 산실이었으며 '세계 평화의 날(9. 16)' 제정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또한 평화복지대학원을 설립하여 세계 평화에 기여할 미래의 역군들을 양성하고 있다. 경희의 교훈인 '학원의 민주화, 사상의 민주화, 생할의 민주화'도 평화적 공존과 융합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희인은 새로이 시작되는 9월을 맞아 경희의 반세기 역사속에서 경희공동체가 되어 평화의 결실을 일구어낼 발걸음을 다져나가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21세기를 만들기 위해 민주와 평화의 다리를 건설하며 남북통일을 앞당기도록 준비하는 역동적인 경희인이 되어야 한다.
-- 오일환 연구원 (동문회보 108호 게재 - 1997년 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