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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5 - 치매와 건망증
건강칼럼<5> - 치매와 건망증
황의완 (한의21회)
* 건망증은 치매와는 별개의 증세로 정의
아무 생각 없이 전화기를 냉장고 속에 집어넣고, 속옷 차림으로 코트를 입고 외출하고····.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이런 증세는 단순한 건망증인가 아니면 치매 증상인가? 또 젊어서 건망증을 보이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 치매로 바뀌는 것인가. 아니면 건망증은 치매와 전혀 다른 걱정할 필요 없는 증상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건망증은 뇌세포의 손상으로 지적 능력이 크게 저하되는 치매와는 별개의 증세로 정의된다. 뇌기능영상사진을 찍어봐도 치매환자의 뇌세포는 상당 부분이 죽어 있는 반면 건망증은 뇌 손상이 없는 정상으로 나타난다.
* 치매는 기억력 전체가 손상
건망증(Amnesia)은 단기기억 장애 혹은 뇌의 일시적 검색능력 장애로 정의할 수 있다. 시간·공간적인 맥락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리인 기억현상에 차질이 생긴 것이지만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치매는 단기기억뿐만 아니라 기억력 전체가 심각하게 손상됨은 물론 판단력과 언어능력, 작업능력도 현격히 떨어지게 된다.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증상만 봐도 치매의 경우 중증환자는 옷을 혼자 입지 못하고, 심한 환각 및 의심 증세를 보이는 등 건망증과는 어렵지 않게 구분된다. 치매중기 환자는 가족의 보호 없이 독립생활이 불가능하며, 말기에는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지만 건망증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그러면 건망증과 치매는 언제나 확연히 구분되고 치매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치매의 초기증세 중에는 건망증처럼 단기기억의 감퇴현상만 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치매와 건망증의 구분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 경우 증세나 증후만으로는 치매의 초기증세인지, 건망증인지 쉽게 차이가 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이다.
건망증은 흔히 그 요인에 따라 '심리적 건망증'과 '기질적 건망증'으로 나뉜다. 심리적 건망증은 불안, 초조, 우울, 만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기억력 장애가 주원인이며, 기질적 건망증은 알코올 중독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뇌세포 활동에 일시적인 장애가 생겨 발생한다. 특히 기질적 건망증의 경우 치매의 초기증세와 겹치는 증세가 적지 않다. 말하려는 단어가 순간 떠오르지 않는 언어장애, 시간과 장소의 혼동과 판단력 장애 등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건망증과 치매에 공통된 현상이다.
* 심장과 비장의 기능장애가 주 원인
전통적인 한의학에서는 치매와 건망을 크게 구분하여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드러나는 증상으로서 잘 잊어버리는 것(多忘)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을 주재하는 심장과 비장의 기능장애를 주된 원인으로 보았다. 즉 사려가 과다해지면 심장이 손상되어 혈(血)이 소모되고 이어 심장의 정신 기능인 신(神)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되거나, 과도한 사려로 인해 생각이 집중되면 정신 기능이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들이는데 소홀하여 건망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심장과 비장이란 해부학적인 Heart와 Spleen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장부에 따라 배속되는 기능을 말함은 물론이다. 그 밖의 원인으로는 심기부족, 하초(하체)의 음적 기운이 약할 때, 뇌수에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때 등이다.
* 충분한 휴식, 명상필요
현재 한의학으로 단순 건망증의 경우 그 원인 제거에 투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응결된 기(氣)를 풀어 주거나 소모된 혈(血)을 보(補)하는 방법, 그리고 심장과 비장의 기운승강을 도와주는 치료로 분심기음, 보혈안신탕, 귀비탕 등을 투여하거나, 사상(四象)체질요법에 따라 향부자 팔물탕, 형방지황탕, 조위승청탕 등을 투여하기도 한다. 기공체조도 효과적인 치료책 중의 하나인데 기공을 통하여 응결된 기가 풀리기 때문이다. 불면증 환자 중에서도 건망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독맥경을 따라서 음압(陰押)요법을 실시하면 좋은 결과가 생긴다.
또 예방적인 차원에서는 사상체질에 맞는 음식(태양인: 조개·포도·모밀·모과·오징어 등, 소양인: 돼지고기·해삼·보리·굴·오이·배추·사과·감자·미나리 등, 태음인: 쇠고기·고구마·호박·미역·무·김·우유·게 등, 소음인: 개·염소·닭·꿀·파·마늘·조기·새우·미꾸라지·멸치 등)을 섭취하거나(무조건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만 먹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평소에는 고른 음식 섭취를 하되 몸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할 경우 좋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과도한 사려에 빠지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명상을 통해 자기를 돌아볼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뇌 전체의 고른 발달을 위해 다양한 취미생활을 가지는 것(바둑·장기·음악감상 등)도 권장할 만하다. 다시 말하자면 건망증을 막기 위해서는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다양한 취미생활 그 중에서도 음악을 듣는 것이 건망증을 막는 데 가장 유효하다.
치매의 치료·예방에 있어서 건망증에 준하는 경우도 있지만 복잡하기 때문에 여기서 설명을 다할 수는 없고 꼭 필요하다면 필자가 펴낸 "치매의 바른 이해와 한의학적 치료" 를 참고하기 바란다.
- 108호 (997년 9월) 동문회보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