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남악신문』의 논설위원인 金昌辰김창진 전 초당대 교수(문학박사)가 수필이론서를 에세이스트사에서 펴냈다. 『수필이론 바로 세우기』로서, 수필이론을 올바르게 정립하려고 시도한 책이다. 기존의 수필 관련 책들은 수필 쓰는 기술만 가르칠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수필의 본질과 개념부터 파고든 본격적인 수필이론서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나오자마자 수필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에는 만 명 이상의 수필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수필의 본질을 제대로 아는 수필가는 드물다. 수필의 본질도 모르면서 수필평론가들은 수필을 논하고 수필가는 수필을 쓰고 있는 게 한국 수필계의 현실이다. 이런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김창진 교수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분은 수필작품이라면 어떤 작품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도 피천득 선생의 「인연」일 것이다. 그 작품은 개인 체험을 아름답게 적은 글이다. 우리 한국인은 바로 그런 감상문 같은 글을 수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문예수필’은 수필의 본질에서 멀어진 글이라고 한다. 수필의 본질은 “지성의 문학”이라는 것이다. 곧 수필은 작가가 세상을 작가 나름대로 해석해서 그 생각을 적는 글이라는 것이다. “나는 세상을 이렇게 생각한다”를 적는 논설문이 수필이라 한다. 수필의 본질에 충실한 그런 수필을 저자는 ‘지성수필’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을 저자는 두 가지 방식으로 증명한다. 하나는 수필의 역사이다. 서양 수필의 역사는 프랑스의 몽테뉴가 쓴 『수상록(에세이)』에서 비롯한다. 그 책은 「~에 대하여」라는 소제목을 달고 어떤 문제에 대해 논한다. 서양 수필은 논설문 형태를 띈 “지성의 문학”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서양 수필은 지성의 문학을 계속해서 유지해 오고 있다. 오늘날 신문에 실리는 칼럼(시론)도, 각종 평론 등도 모두 그러한 지성수필의 여러 형태들이다.
한국 수필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論론, 說설 등 논설문 형태로 전개되어 왔다. 고려 때 이규보 선생의 「蝨犬說슬견설」이나 조선 때 허균 선생의 「豪民論호민론」, 박지원 선생의 『熱河日記열하일기』 등도 모두 논설문이다. 이처럼 한국 수필의 역사도 “지성의 문학”으로 흘러왔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신변잡기를 적는 문예수필이 마치 수필의 본모습인 것처럼 잘못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그는 수필의 본질을 살펴보아도 수필은 “지성의 문학”이라고 한다. 김창진 교수는 독창적인 갈래이론인 「知情意事지정의사 문학 갈래론」을 수립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문학 갈래는 인간의 정신 구조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지는데, 시는 정서에, 수필은 지성에, 희곡(화의)은 의지에 바탕을 둔다고 한다. 그리고 소설은 외부 사건에 바탕을 둔다고 한다. 그래서 수필이 시ㆍ소설ㆍ희곡과 함께 동등한 위상을 지닌 문학의 4대 갈래라고 한다.
김창진 교수는 이렇게 수필이 “지성의 문학”임을 증명하였다. 그는 수필이 속한 문학 갈래 이름을 ‘述知文學술지문학’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수필의 개념을 “지성으로 세계를 자아화하는 산문 문학”이라고 정의하였다.
그 외에도 이 책은 한국 수필의 현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하였다. 또 수필의 유형을 8가지로 분류하기도 했다. 또한 좋은 수필과 나쁜 수필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생각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맨 끝에는 지성수필의 보기로서 저자의 수필작품 9편을 실었다.
김창진 교수는 현재 수필을 쓰고 있거나 또는 앞으로 수필을 쓰려는 사람들은 이 책을 반드시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현재 수필은 많은 국민이 읽고 쓰는 국민문학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필의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수필이론 바로 세우기』는 한국인들에게 수필이론의 교과서가 될 것이다. 수필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