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 작가 오동명이 신간 소설 두 권을 동시에 출간했다. “나는 절대 소설가도 아니고 소설가이고 싶지도 않다”는 그는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글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솔직담백하게 고백한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이건 아니다’라는 자극이 그를 더욱 글쓰기에 전념토록 만들었을 뿐. 그런데 그가 설정한 소설 속 세계가 상상이 아닌 현실로 읽혀져 아프다.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멘토프레스·1만2,600원)’에는 ‘나는 정신과병원의 사진사’라는 부제가 달렸다. 어느 날, 정신과의사가 예술치유의 일환으로 사진가를 고용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소설에는 50대 목사부인과 40대 여성, 20대 초반의 대입재수생 등이 치료를 받는 인물로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물질 만능과 학벌 중시 사회 속,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가족이나 의사, 예술가, 검사, 종교 등 소위 전문가를 포함한 거대집단 사회는 온전한지를 진단한다. 오히려 이들이 정신질환의 원인제공자가 될 수 있음을 작품 속에서 끊임 없이 반추하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심리를 이용해 바쁜 일상 속 국민들이 선정적인 제목이나 사진만 보고도 세상을 마치 다 안 듯, 곡해하고 오해하기 쉽게 조작하며 악용하고 있다는 점도 소설에 드러낸다. 광고사진가, 사진기자로 16년을 활동하다 1999년 말, 언론의 바른 역할을 강조하는 ‘언론탄압이라고 주장만 하기에 앞서’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사내에 붙이고 신문사를 떠났던 작가의 삶이 자연스럽게 교차된다.
이처럼 암울한 현실을 예리하게 담고 있지만, 결국 따뜻한 사랑이야기가 흐르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다. 소설 속 부모 간, 남녀 간 갈등 속 사랑이야기를 읽어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장군어미귀향가(멘토프레스·1만2,600원)’는 1800년대 조선 말기, 내방가사로 전해오고 있는 ‘덴동어미화전가’와 1998년 출간된 공지영 소설 ‘봉순이 언니’의 조합으로 탄생된 창작소설이다.
작가는 200년 전 영주지역에서 태어나 네 번 결혼하고 모두와 사별하는, 질곡 많은 삶을 살았던 ‘덴동어미’(불에 덴 아이의 엄마)와 의붓아버지에게서 도망치면서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비극적 삶의 말로를 예고했던 ‘봉순이 언니’의 삶에 주목했다. 두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절묘하게 조합한 창작품이지만 태생의 비극에 순응하는 여인상이 아닌, 기필코 자신의 운명을 넘어서고 마는 인생역전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 전개가 절대 비극이 지닌 속성인 신파조에 머물러 있지도 않다. 그래서 책의 부제는 ‘소설 봉순이 언니-봉순이로 독립선언’이다. 오동명 작가는 경희대를 졸업하고 제일기획과 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일했다. 전북대 등 대학에서 포토저널과 미디어 및 언론학 강의를 했다. 지금은 평생 살아온 서울을 떠나 전북 남원 이백면 오촌마을에서 글과 그림에 빠져 살고 있다. 유튜브 ‘또바기학당’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저서로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 등이 있다.
김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