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불량 공산품이 숨을 자리가 없게 됐다. 인간의 눈과 손보다 더 빠르고 정밀하게 불량품을 잡아낼 수 있는 인공지능(AI)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장비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면 쓸 수 있어 그 활용성을 인정받아 인공지능 분야 세계 최고 권위 상까지 받았다.
지난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34회 세계인공지능학회(AAAI)의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받은 이경전 경희대 일반대학원 교수는 “인류가 쌓아온 탄탄한 지식 위에 인공지능이라는 최신 기술을 적용한다면 인류는 더 큰 성과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 1995년과 1997년에 이어 ‘제조기업 프론텍의 시각 검사기를 위한 콘볼루션 신경망 기반 품질 검사기 구현’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생애 세 번째 인공지능 응용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번 상은 10편의 수상작 중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사회와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번에 좋은 열매를 거둬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8년 봄 이 교수는 한양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에 특강을 나갔다가 민수홍 프론텍 대표를 만났다. 민 대표는 강의가 끝난 뒤 이 교수에게 자기 회사의 문제점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고, 이 교수는 이를 흔쾌히 수락해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프론텍을 방문했다.
프론텍은 매출 400억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자동차 부품 중 너트 등 제조해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었다. 너트 제조 후 ‘시각 검사기’라는 기계로 사진을 찍어 나사선 등에 불량품이 생겼을 경우 걸러냈는데, 해당 기계는 너트 표면에 생긴 사소한 흠집이나 깨짐은 잡아내지 못했다. 이에 사람이 일일이 품질 검사를 진행하는데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는 게 민 대표의 고민이었다. 프론텍은 하루에 너트를 10만 개가량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교수와 민 대표는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산학협력 프로젝트로 약 1억 원의 비용을 지원받아 너트 불량품 검출 과정에 AI를 도입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민 대표는 기존 시각 검사기 기계가 너트 사진을 찍는 0.2초 안에 95%의 확률로 불량품을 걸러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처음 2달 동안은 연구가 잘 풀리지 않았다. 딥 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이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정확도가 65%밖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 이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론텍에서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끊임없이 제공한 결과 2018년 10월 정확도를 98~99%까지 올려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장비 교체 없이 기존 기계에 AI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너트 생산 비용도 한 달에 2천만 원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 프론텍에서 생산하는 10개 제조품에 모두 적용할 경우 총 2억 원이나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IT 회사의 경우 기존 회사를 도와주는 역할만 할 뿐 주도적으로 사회를 이끌어나가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IT기업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인공지능의 활용을 강조한다. 인공지능을 지식 습득과 연구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Tool)로써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학계에서도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인간이 풀지 못한 난제 해결에 인공지능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며 “이에 학생들에게 실용적인 이론을 가르치고 실제로 활용 가능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인공지능을 막연한 공상과학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일자리를 비롯해 인간의 영역을 위협하는 존재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기술의 발달은 인류 문명을 더욱 풍요롭고 찬란하게 만들었다”며 “인공지능의 활용법을 고민하고, 현실에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비즈니스모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전자상거래, 전자정부 등 그간 연구했던 분야를 정리해 이론으로 남기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의 IT 회사가 세계 10대 기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