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20여 일이 지났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거리는 시끄럽다. 살얼음판으로 변해가는 정국 흐름, 불안한 연말연시, 큰 분수령이 된다. 요새 정국 흐름이 심상찮다. 어디서 무슨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지 불안하다.
용산은 물론이고 여의도까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정치는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마주 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신호등조차 무시하는 질주에 궤도 이탈이 우려된다. 정치 복원이든, 정치 실종이든 연말연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예전의 연말연시 분위기를 이미 실종시켰다. 정치가 개판이다 보니 연말연시마저 그렇게 되어 버려 모두 난감한 처지다. 요즘 국민은 ‘죽을 맛’이라는 비명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연말연시에는 각계에서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사회운동이 봇물 터지듯 일어났다. 연말에 시작되는 불우이웃돕기 운동은 연초까지 지속하다가 서서히 우리의 관심 밖으로 멀어져 가지만 이 같은 현상은 매년 되풀이되었다.
어쨌든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2024년이 저물며 2025년 을사년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매년 연말연시에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벌이고 있는 불우한 이웃돕기 운동에 우리가 그래도 동참했다.
물론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운동은 어쩌면 연례행사라고 생각하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심혈을 다하며 총력을 경주하고 있어 사랑의 온도계는 올라가겠지만, 우리는 스스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생각과 행동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불우한 이웃돕기 운동에 동참해 내가 아닌 우리를 실현해야 한다.
물론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곳에서 거액의 성금·성품을 맡기고 있지만, 적십자회비 등은 우리가 모두 참여해야 봉사의 참뜻이 살아나는 것임을 우리는 모두 주지하는 것처럼 불우한 이웃을 돕는 십시일반의 자세는 우리 민족의 저력을 나타내는 잣대임을 망각하지 않았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처럼 사회지도층 사람들의 솔선수범이 가장 큰 관건이다. 오히려 서민들은 불우한 이웃에 대한 애정을 항상 간직하며 묵묵히 삶을 이어가는 것이 사회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어 따뜻한 나라 만들기에 초석이 되었다.
언제나 세상만사 인지상정이고 새옹지마라지만, 이 순간도 세월은 흐르면서 희망차고 행복한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망각하지 말고 더불어 살아가는 번영되고 행복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손에 손잡고 힘차고 아름답게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사람들의 나눔 온정이 어느 때보다 크게 요구된다. 경제 불황의 그늘이 짙어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 요즘일수록 더욱 그렇다. 사실 국내 경제가 몹시 힘들다. 추운 겨울이 올수록 집이 없고,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은 살아가기가 더욱 팍팍해진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와 사회지도층은 남을 돕는 데 인색한 것으로 인식됐다. 지금처럼 동병상련(同病相憐) 식으로 넉넉하지 않은 사람이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돕는 방식으로는 더 곤란하다. 어려운 이웃을 버려두고 내버려 둔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암울해진다. 기부 문화가 생활화돼야 한다.
연말연시를 맞아 열리는 각종 모임이나 행사 때 조금 덜 먹고, 덜 마시는 돈으로 기부금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들에게 저금통을 헐어 이웃을 돕자고 가르치는 그것만큼 바람직한 가정교육도 없을 것이다. 서로 돕고 인정을 나누는 훈훈한 연말연시가 됐으면 한다.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때문에 예년 연말과 달리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어느 해 보다 더욱 어려운 이웃들의 연말은 혹독하다. 이들 중에는 가족의 생존이 한계상황에 이른 예도 있다. 도심 거리에는 절망에 빠진 노숙인들이 다시 늘고 있다.
어린 동생들을 부양하거나 병든 조부모를 모시고 살아가는 소년소녀가장에겐 연말 분위기가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150만 명 안팎의 독거노인은 겨울밤이 더욱 서럽고 외로울 것이다. 가난과 가정파탄으로 아동양육시설에 맡겨진 아이, 양로원에 의지해 살아가는 노인도 매한가지다.
우리 스스로가 불우이웃에 관한 관심이 적으면 그만큼 불우이웃의 고통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작은 사랑일지라도 받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온정의 손길이 필요한 이유다.
모처럼 만찬과 여흥을 통해 단합과 화합을 꾀하면서 불우이웃도 함께 돌아보는 연말 행사로 거듭나 한해를 더욱 멋지게 마감했으면 한다. 우리가 모두 새해 새 출발을 하는 데 더욱 큰 힘이 될 것 같아서이다.
이제 며칠 후면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기운을 느끼며 번영된 나라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기 위한 각자의 몸부림이 결집해 위대한 민족의 저력을 재탄생시키는 새해가 되도록 하자.
어쨌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정치도 어렵고 경제도 죽을 맛이지만, 모두가 정치에 집중할 때, 힘든 이웃은 챙겨야 한다. 연말연시에 불우이웃과 온정을 나누자.(한남대 명예교수)
출처 : 시정일보(https://www.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