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가운데 첫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이 지났다. 아직 수은주는 영하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양지바른 개울가에는 ‘봄의 전령사’인 버들강아지가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했다. 남쪽에서는 유채꽃과 매화 소식이 들린다. ‘입춘 추위에 장독 깬다’는 옛말처럼 아직 몸은 추위를 느끼고 있지만, 남녘에서부터 봄기운이 우리 곁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참으로 자연은 오묘하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혹한에 몸을 움츠리며 ‘이 겨울이 언제 끝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을 계기로 어느새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우수(雨水)와 경칩(驚蟄) 등 봄의 절기가 이어지고, 또한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의 훼방도 이어지겠지만 그렇게 봄은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에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올 것이다.
생동의 계절인 봄은 얼어붙었던 땅과 말랐던 초목에 새로운 싹을 틔운다. 사람들 마음에도 희망과 기대감이 용솟음치게 한다. 사계(四季)의 시작인 봄은 겨울이라는 긴 터널에서 벗어난 우리에게 희망의 새 빛을 불어넣어 준다. 따사로운 봄 햇살은 싹을 틔운 식물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꽃을 피우고 또한 열매를 맺게 해준다. 이렇듯 봄은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설렘과 희망을 던져준다.
하지만 자연의 봄이 성큼 다가왔음에도 많은 사람의 마음은 여전히 겨울에 서 있다. 평생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단어였던 ‘코로나19’, ‘팬데믹’, ‘오미크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배한 코로나 동토(凍土)에서 떨고 있다. 2년여의 긴 겨울 속에 우리의 가정과 사회, 국가, 전 세계가 움츠러든 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루 수 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엄중한 상황이지만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이 ‘위드 코로나’를 앞당길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자연의 봄처럼 우리 생활의 봄날도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다만 봄마중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때가 되면 오는 자연의 봄에 비해 일상의 봄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내와 협력, 적극적인 방역수칙 준수 같은 봄마중의 준비가 제대로 갖춰져야 찾아온다. 일상의 화사한 봄날을 위한 봄마중에 모두 함께 하자.
조윤혜 남서울대학교 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