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조석래 전경련’에 거는 기대


동문기고 안재욱-‘조석래 전경련’에 거는 기대

작성일 2007-05-29

<포럼>‘조석래 전경련’에 거는 기대
 
- 안재욱(경제75/28회) / 경희대 교수·경제학 -
 
진통을 거듭한 끝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제31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신임 회장은 전경련의 위상 재정립을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전경련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지난 몇 년 동안 전경련의 위상이 많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역할은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전경련이 추구했던 목표는 자유시장경제 창달이었다. 이것을 위해 그동안 전경련은 시장경제교육 프로그램에 많은 지원을 해왔다.

그것은 사회주의화돼 가는 우리 젊은이들의 사고를 시장경제 마인드로 바꿔놓는 데 상당한 공헌을 했다. 그렇지만 정부가 반시장적·반기업적인 규제와 법안을 제정하려고 할 때는 이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침묵해왔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출자총액제한제다. 출총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규제일 뿐만 아니라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폐지돼야 했다.

또한 출총제가 폐지되면 투자가 증가하여 침체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에 폐지돼야 마땅했다. 그러나 전경련은 정치권과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우려한 것인지 출총제 폐지에 대한 강력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출총제를 존속시키고 말았다. 오히려 정부가 순환출자 금지라는 더 강력한 규제를 들고 나오는 사태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다.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금산법이 통과됐고, 상법 개정안에는 재계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경영권 방어 제도 마련에 소극적으로 대처하여 우리의 주요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돼 있는 상태다.

물론 전경련 사무국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경련이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회원사의 무관심도 일조했다.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정치인들이 득세하고 좌파 정권이 연이어 집권한 상황에서 회원사들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회원사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전경련은 소신 있게 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시장적·반기업적 규제와 조치에 대해 더 이상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뒤쫓아오고 일본은 뛰어가고 있는 마당에 지난 4년 동안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연 4.2%에 불과할 정도로 장기침체에 빠져 있으며, 우리의 성장동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다. 경제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로 희석될 가능성이 크고, 정부가 인기영합적으로 행동하여 반시장적·반기업적 정책이 많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전경련이 정부의 반기업적·반시장적 조치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는 정말로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말한 대로 “5~6년 뒤에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경제위기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기업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 점을 인식하고 전경련은 정부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대처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 신임 회장은 리더십을 발휘하여 조직을 추스르고 재계의 수장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내부의 갈등과 반목을 없애고 서로 화합하는 조직을 만들면서 자유시장경제 창달에 열정과 능력을 가진 사람을 발탁하여 중히 써서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회원사들도 신임 회장에 대한 신뢰를 갖고 적극 후원하여 신임 회장이 자유시장경제의 창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2007-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