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성-한·미 FTA,정치 아닌 정책으로 풀어야


동문기고 곽재성-한·미 FTA,정치 아닌 정책으로 풀어야

작성일 2007-05-28

[시론] 한·미 FTA,정치 아닌 정책으로 풀어야

- 곽재성 /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외교안보연구원 겸임교수 -
 
[서울신문]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실무협상을 지난 12일로 종결짓고 나머지 쟁점을 일괄 타결하기 위해 19일부터 서울과 워싱턴에서 고위급 협상을 동시에 열고 있다. 현재 한·미 FTA와 관련된 논의는 미국과의 협정체결 및 그 이후의 대내협상 등 크게 두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미국과의 협상에서 풀어야 할 쟁점은 농업을 비롯해 자동차, 무역구제, 의약품, 투자자와 국가간 제소, 금융분야 일시 세이프가드,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 등이다. 협상 수준의 높고 낮음이나 체결 확정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미 정부의 체결의지가 큰 만큼 어떤 형태로든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제는 FTA 체결 이후의 대내협상에 대비할 때다.

이와 관련, 첫째 FTA로 인한 개방과 구조조정이 경제적 약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개방의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도록 하는 지원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알려진 정부의 지원정책들은 제조업에 비해 농축수산업 관련 지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또 대부분의 대책이 금융지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거나 해당 정책의 리스크를 농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보조금 지원이라는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정부는 한·칠레 FTA로 인한 농업부문 지원을 위해 2004∼2005년에 2665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 기간 중 칠레산 농산물의 수입 증가액은 750억원에 불과했다. 정부의 지원금이 수입증가액의 3배 이상인 셈이다. 따라서 금융지원은 기존 제도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최소화하고,EU나 캐나다 등이 적용했던 컨설팅 및 전업 지원 위주의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 개별 경제주체들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아직까지도 정부는 긍정적인 효과만을 부각하는 데 급급한 것 같은데 이러다 보면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의 대응이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FTA의 명과 암, 특히 위험이 예상되는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알려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대비와 노력을 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개방과 경쟁을 통한 성장 잠재력 제고’라는 FTA의 기본정신에 걸맞는다. 따지고 보면 지난번 FTA 협상전략 문건유출 사고도 정부의 지나친 정보통제가 근본원인이었다.

셋째, 지나친 정치쟁점화를 경계해야 한다.FTA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중도파는 물론 한나라당의 다수도 협상 타결과 국회 비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범여권 진보성향 의원들과 각당 농촌출신 의원,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협상 중단과 국회비준 반대를 외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경우 FTA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여전히 올 대선정국의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현실에서 FTA에 대한 각 국회의원의 입장이 당락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때문에 협상 타결 이후에도 한·미 FTA가 국회비준 단계에서 국내적으로 표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마무리하고, 정치권은 FTA를 선거용으로 전락시키지 말고 선진한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올바른 정책 수립에 일익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2007-03-21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