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백승현-따뜻하고 냉철한 신문
[옴부즈맨 칼럼―백승현] 따뜻하고 냉철한 신문
- 백승현(정외 72/24회) / 경희대 교수·정치학 -
국민일보는 따뜻한 신문이다. 독자들에 대한 배려를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사위주의 지면 구성은 자칫 딱딱한 분위기로 흐르기 쉬운데, 각 면의 편집을 색감 있는 컬러사진과 그림을 이용해 적절히 처리함으로써 시각적으로 따뜻함과 여유를 주는 것이 국민일보의 좋은 점이다. 또한 제1면 제호 아래에 그 날의 기사 세 건을 핵심 인물사진과 더불어 짤막한 헤드라인으로 미리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목차 색인의 효과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독자에 대한 또 하나의 남다른 배려이다.
신문을 양손에 펼쳐든 채 읽는 승객들을 지하철에서 가끔 보게 되는데, 그 옆의 승객은 공간을 침범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국민일보는 지면 가로크기가 콤팩트한 사이즈여서 양손에 펼쳐들더라도 양팔 간격이 다른 신문들에 비해 10cm나 줄어든다. 따라서 양면이 한 눈에 다 들어오므로 기사읽기가 편할 뿐 아니라 옆사람 공간 침해비율도 줄어들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신문독자들은 앞뒷면을 꺾어 접어 읽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신문들은 가로크기가 커서 꺾어접기가 아주 힘든데 비해 국민일보는 상대적으로 꺾어접기도 쉬운 편이다.
그러나 국민일보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획기사들에서이다. 특히 3월5일자부터 5회에 걸쳐 연재한 탐사기획팀의 ‘한국 속 난민, 52명’ 관련 기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 사회의 그늘진 한 단면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특히 정신적, 문화적 차원에서 성숙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새로운 문제에 대한 식견을 얻을 수 있도록 일깨워 준 점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하였다.
따뜻함과 더불어 냉철함이 요구되는 주제가 있을 수 있는데, 바로 사학법 재개정 관련 주제가 그 예다. 지난 2년여간 우리 사회는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의견대립과 갈등으로 마구 요동쳐 왔다. 개정 사학법이 종국엔 신앙교육의 자유마저 침탈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많은 교회지도자들이 삭발을 결행하기까지 하였다. 사학법 재개정 관철의지를 천명키 위한 결단이었지만, 목회자들의 삭발은 아무래도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하튼 사학법 재개정 문제는 이제 한국교회 전체의 중요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그런 만큼 3월6일자 제1면 머리기사로 사학법 관련 문제를 다룬 것을 비롯해, 미션면 등에서 여러 날에 걸쳐 사학법 관련 진행상황을 보도한 것은 교계의 관심에 부응코자 하는 국민일보다운 모습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기독교계 일각에서조차 아직도 사학법 재개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마도 그동안 언론에 비쳐진 비리사학의 모습이 마치 전체 사학의 모습인 것처럼 잘못 인식돼 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학법 재개정 문제가 정국긴장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사학들의 설립배경과 운영현황, 사학 관련 문제현상들의 근본원인, 그리고 사학의 진정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다른 대안들이 어떤 게 있는지 등을 깊이 있고 냉정하게 살펴봄으로써, 독자들에게 사립학교 문제에 대해 균형잡힌 냉철한 시각을 정립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은 국민일보가 추진해봄직한 탐사기획 주제의 하나일 것이다.
[국민일보 2007-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