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도시 브랜드에 디자인 교육이 필요하다


동문기고 최명식-도시 브랜드에 디자인 교육이 필요하다

작성일 2007-05-22

도시 브랜드에 디자인 교육이 필요하다

- 최명식 / 경희대 예술디자인대학장·한국디자인정책학회장 -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의 특성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도시, 문화도시, 관광도시 등 다양한 슬로건을 만들어 도시를 브랜드화 하고 있다. 홍보물이며 가로시설물들이 옷을 갈아입고 시계 조형물이나 문화재들이 경관조명으로 불을 밝혀 가고 있다. 아울러 지역 특산물이 많은 매체를 통해 홍보되고 있으며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볼거리·먹거리를 준비하고 축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각 자치단체의 경쟁력 강화와 주민들의 화합 및 소득과 더불어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도시·특산물 브랜드와 지역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효율성과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된다.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 좀 더 높은 품질과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자치단체에서 행하는 도시환경이나 특산물 브랜드 그리고 축제를 만드는 과정은 모두가 디자인이며, 디자이너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나 정책 결정자의 디자인 안목은 대단히 중요하다. 정책 결정자가 디자인을 보는 안목이 높은 상태에서 좀 더 좋은 도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것은 평범한 진리이다. 만약 디자인 마인드 부재와 안목이 낮은 상태에서의 의사결정은 자칫 예산 낭비와 시민들에게 불편과 더불어 도시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우려마저 높다. 디자인은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추구하고, 합리적 사고와 체계적인 프로세스로 접근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도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적 접근은 중요하다. 디자인 하면 그 동안에는 산업이라는 맥락에서 상업적 가치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편협적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이 수행해야 하는 다양한 사회, 문화 역할은 외면되면서 디자인 접근은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압축 경제성장 속에서 기능위주 도시가 형성되는 과정 속에 공공영역의 디자인은 등한시 되면서 도시 환경은 척박해지고 시민 삶의 질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선 4기를 맞이하여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 브랜드를 명품으로 만들려고 하는 시점에 그동안 디자인에 대한 편협한 이해를 벗어나 ‘공공영역에서 디자인 활용’을 위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경제성장 시기에 기업에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인식 전환과 더불어 조직의 시스템 구축, 구성원에 대한 디자인 교육 등 디자인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였듯이 공공영역에서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일정한 부분을 디자인 하부구조(infra structure) 양성 교육에 투자를 제안한다. 이는 누구나 생활 속에서 아름답게 살기 위한 방법을 깨우쳐 주는 교육이며 도시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공무원이나 시민, 정치가들이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안목을 높여 수준 높은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이다. 선진국들이 도시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조성하여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도시풍경 자체를 관광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정책결정자, 관계 공무원, 시민들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마인드가 높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는 구성원에게 디자인 교육에 오랜 투자가 이루어진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도시 공간을 인간 중심의 합리적 접근 방법과 주변요소들에 대한 시설물의 조화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보며 공공디자인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디자인 하부구조 양성 교육을 통해 정책 결정자의 합리적 선택을 해 나간다면 좋은 도시 문화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인식 전환은 시민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가 될 것이며, 시민 삶의 가치를 상승시켜 줄 지렛대가 될 것이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가 형성되어 뿌리 깊은 명품 도시로 브랜드가 탄생될 것이다.

[중부일보 2007-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