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전-대선의 4대 법칙


동문기고 김민전-대선의 4대 법칙

작성일 2007-05-22

[시론] 대선의 4대 법칙

- 김민전 / 경희대 교수·정치학 -

‘3월 위기설’이 한나라당을 흔들고 있다. 서바이벌 게임을 방불케 하는 후보검증에 이어 경선의 시기와 방법을 둘러싸고 이명박·박근혜·손학규 후보가 극심한 대립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당이 쪼개진다면 선거구도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정계 스핀닥터(spin doctor·정치 홍보 전문가)들의 머리싸움도 치열하다. 이들의 관심은 선거문화 발전에 있지 않다. 이들은 승리만을 목적으로 한다. 스핀닥터들이 넣는 스핀에 따라 정치판이 춤추지 않도록 하려면 유권자들도 대선에서 작동하는 법칙을 알고 이를 감안한 선택을 해야 한다.

대선법칙 1. 연합의 효과다. 연합이 커질수록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선거연합을 키우는 방법은 1930~40년대의 루스벨트 연합과 같이 정책을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물을 통해 지역·세대 간 연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서부 출신인 레이건 후보가 동부 출신인 부시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처럼 남북, 혹은 동서벨트의 연합을 만들어 낸다. 또 젊은 케네디 후보가 노련한 존슨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였듯이 세대 간 연합도 만들어 낸다. 우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1992, 1997, 2002년 선거에서 연합을 만들어 낸 후보가 승리한 반면, 87년 선거에서는 분열한 후보들이 진 것을 보면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대선법칙 2. 전당대회 효과다.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기간에 후보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 공짜 홍보효과를 누리게 된다. 미국의 경우 전당대회를 마치고 나면 보통 7%포인트 정도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해 그 효과가 2~3주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전당대회 효과를 감안하면 본선거가 있기 2~3주 전에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상승무드 속에서 선거를 치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연합의 효과와 전당대회 효과가 만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2002년 대선 막판에 이뤄진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의 단일화가 대표적 예다.

대선법칙 3. 중도(中道) 선점의 효과다. 선거는 자신의 지지 기반을 동원하는 동시에 당파성이 약한 중도를 얼마나 끌어들이는가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18년 만에 노동당을 승리로 이끌고,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1992년 선거에서 12년 만에 민주당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은 모두 중도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 중도로의 이동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당내 경선에서는 유권자의 중도보다는 정당의 핵심 지지 기반의 입장과 유사한 후보가 승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당원들이 진정으로 승리에 목말라 할 때에는 이념적인 정체성보다는 당선가능성을 우선시해 유권자의 중도와 가까운 인물을 후보로 선택하기도 한다.

대선의 법칙 4. 빵의 효과다. 경제상황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유권자는 집권세력의 책임을 묻거나 보상을 주는 것이다. 빵의 효과는 우리의 선거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1997년의 정권교체에 IMF 환란사태가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IMF의 극복과 내수진작이 없었다면 여당 후보인 노무현 후보의 당선가능성은 더 낮아졌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이긴 하지만 지금 대선 구도는 한나라당에 유리하다. 노무현 정부 실정(失政)에 따른 ‘빵의 법칙’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고, 여권은 쪼개진 반면 한나라당은 뭉쳐 있다. 그러나 언제든 반전은 가능하다. 여권이 통합에 성공하고 막판에 후보를 선출한 뒤, 이념적으로 ‘중도’로 변색한다면 판세가 바뀔 수 있다. 대선은 이제부터다. 한나라당이 또 한 번 ‘대세론의 덫’에 걸린다면 대선의 법칙은 또다시 한나라당에 불리한 쪽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2007-03-03]